홈관중 신기록…7경기연속 무패행진
자책골·감독퇴장…서울, 불운에 눈물
28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2010 쏘나타 K리그 19라운드 경기는 프로축구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흥행카드다웠다.
인저리 타임을 포함한 96분 내내 뜨거운 분위기였다. 화끈한 명승부가 초록 필드를 수놓아 스탠드를 채운 4만2377명의 팬들을 열광케 했다.
최종 스코어는 4-2 홈 팀의 완승. 리그 초반 부진에 빠졌던 수원은 최근 5연승과 7경기 연속 무패(6승1무)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6강 플레이오프 진입의 불씨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
● ‘사무라이’ 다카하라 있으매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졌다. 정규시간 종료까지 6분여를 남기고 2-2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바로 그 때 전 일본 대표 공격수 다카하라(31·사진)가 일을 저질렀다. 후반 39분 양상민이 왼쪽 지역에서 문전으로 길게 띄운 크로스를 한 템포 빠른 점프로 헤딩 결승골을 뽑았다.
제대로 불이 붙은 다카하라는 종료 직전, 왼쪽 측면에서 땅볼로 찔러준 염기훈의 패스를 받아 문전 정면에서 왼발 슛으로 연결해 추가 골까지 성공시켰다. ‘기대 이하다’ ‘너무 소극적이다’란 평가속에서 다카하라를 서울전까지 3경기 연속 선발로 내세운 수원 윤성효 감독의 믿음과 신뢰가 진가를 발휘한 순간.
“(다카하라는) 개인 기량도, 패싱력도 풍부한데 게임은 잘 풀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해 아쉬웠다”던 윤 감독의 평가를 들은 때문일까. 다카하라의 첫 소감도 “수원과 서울의 라이벌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중요한 승부에서 데뷔 골을 넣어 너무 행복하다”였다.
일본 J리그 주빌로 이와타를 거쳐 독일 분데스리가(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를 누볐고, 우라와 레즈로 2008년 복귀한 뒤 수원에 6개월 임대된 다카하라는 “집중력이 승부를 갈랐다. 라이벌전은 끝까지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데, 집념과 의지가 강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수원은 다카하라의 득점 외에도 많은 걸 얻었다. 우선 4만2377명은 2002년 7월21일 부산전에서 세운 4만2280명 기존 기록을 깬 홈 관중 신기록이다. 또 홈&원정 장소를 불문하고 수원은 4만 관중 이상일 때 전적도 8승2무1패로 대단히 높다. 올 시즌 서울에 2연패를 당했던 수원은 완벽한 설욕으로,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날 경기를 관전한 국가대표팀 조광래 감독도 “절로 박수가 나올 정도로 박진감 넘쳤다. 몇몇 선수들은 대표팀에 선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 ‘모든 아픔 겹쳤던’ 서울
0-2로 끌려가다 후반 7분 하대성이 유도한 페널티킥을 현영민이 성공시켰고, 11분 데얀의 헤딩 골로 동점을 이뤘을 때만 해도 서울은 역전승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으나 그게 끝이었다. 모든 불운이 한꺼번에 겹친 최악의 하루였다. 시작은 킥오프 3분 만에 나왔다. 김진규가 볼처리 미숙으로 자책골을 기록했다. 수원전 2경기 연속 자책골의 악몽.
두 번째는 ‘골대 악몽’이었다. 전반 26분 이상호에게 추가 골을 허용한 뒤 서울의 반격은 본격화됐지만 37분 제파로프의 패스를 받은 하대성이 수원 골키퍼 하강진과 단독 찬스에서 슛을 했으나 볼은 골대를 맞혔다.
여기에 대미를 장식한 것은 넬로 빙가다 감독의 퇴장. 다카하라의 결승골이 터지자 빙가다 감독은 물병을 발로 차 최광보 주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았다. “판정 항의가 아니라 실점에 대한 불만 표출이었는데, 경기 중이라면 모를까. 퇴장감은 아니었다고 본다”고 안타까워했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수원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