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아! 데폴라”…괴물, 괴물앞에서 울다

입력 2010-09-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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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왼쪽)과 SK 김광현. [스포츠동아 DB]

김광현, 류현진 앞서 다승단독1위 놓친 날
7이닝 1실점 불구 데폴라 호투에 쓴맛

벤치 류현진, 7회 파울타구때 기쁨박수
경기전 타자들에겐 “삼진 안돼요”당부
정규시즌 1위를 눈앞에 둔 SK와 최하위가 확실해 보이는 한화. 두 팀이 9일 맞붙었다. 팀 순위만으로는 김이 빠질 수밖에 없는 경기. 하지만 SK 선발 투수가 김광현(22)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맞은편 한화 덕아웃의 류현진(23)과 다승왕을 겨루는 상대라서다. 김광현이 류현진의 눈앞에서 시즌 17번째 승리에 도전한 이날, 대전구장에는 모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넘쳐 흘렀다.


○잘 던진 김광현, ‘복병’ 데폴라 호투에 한탄


SK 김성근 감독은 경기 전 “류현진은 앞으로 얼마나 나올 수 있는 거냐”고 물었고, 한화 한대화 감독은 “김광현이 나오는데 우리가 깨야지”라고 농담 섞인 다짐을 했다. 그만큼 승리에 대한 팀 전체의 의지도 높았다. 결과적으로 김광현은 잘 던졌다. 7이닝 동안 3안타 2볼넷에 1실점한 게 전부다. 하지만 의외의 변수에 발목을 잡혔다. 시즌 6승 12패에 SK전 3연패 중이던 한화 선발 데폴라가 7.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것이다. 게다가 1회 첫 타자부터 실책으로 출루시키는 등 SK답지 않은 느슨한 수비가 곳곳에서 나왔다. 결국 4회 내준 1점이 김광현의 17승을 앗아갔다.


○2사 만루 파울 타구…두 괴물 희비 교차


김광현과 류현진의 희비는 7회에 극명히 엇갈렸다. SK가 0-1로 뒤진 상황에서 데폴라가 2사 만루 위기를 맞은 후였다. 대타 박재홍이 초구를 힘껏 잡아당겼고, 타구는 아슬아슬하게 좌익선상을 벗어났다. TV 중계 화면에 잡힌 김광현의 얼굴에는 탄식이 가득했다. 잠시 후 박재홍은 3구째에 다시 방망이를 휘둘렀다. 선 안으로는 날아갔지만 좌익수에게 잡히는 플라이 타구. 이번엔 방송 카메라가 해맑게 웃으며 박수치는 류현진을 비췄다.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진행될 둘의 다승왕 승부를 예고한 셈이다.


○류현진의 ‘삼진 금지’ 공약의 결과는?

장외 신경전도 치열했다. 류현진은 선발 출장하는 타자들에게 “오늘 삼진 당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경기 전까지 류현진은 탈삼진 187개로 1위, 김광현은 158개로 2위였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큰 격차가 있지만, 확실히 해둬서 손해볼 건 없다. 그러자 몇몇 타자들이 “그럼 메리트라도 걸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래야 우리가 더 열심히 한다”고 장난을 쳤다. 그러자 류현진 역시 재치로 맞받아쳤다. “메리트를 약속할테니 삼진 당하는 사람들은 반대로 벌칙을 받아야 해요.”

경기 초반에는 류현진의 공약이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1회 이양기와 최진행, 2회 장성호와 이대수 등이 줄줄이 삼진으로 돌아선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7회 2사까지 무삼진 행진. 김광현은 결국 탈삼진 5개에 만족해야 했다.대전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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