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김연경 ‘배구한류’ 강스파이크!

입력 2010-11-09 20:5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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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일본무대 맹활약 인기폭발
2010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2라운드(16강) E조 3차전 일본전을 앞둔 한국선수들은 9일 오전 훈련 시간을 연장했다. 당초 1시간 30분간 훈련이 예정됐지만, 선수들의 요청으로 10여분을 더 뛰면서 몸을 충분히 풀었다.

대회 출전 기간 동안 이렇게 훈련시간을 연장한 경우는 드물었다.

이유는 한가지였다.

바로 한일전 때문이다. 태극전사들은 1라운드 조별리그에서 중국을 넘었으니 이번에는 일본을 넘겠다는 비장한 각오였다. 선수단 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더불어 자신감도 충만했다. 선수단은 “그 어렵다던 중국도 넘었다. 일본이라고 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한번 강하게 부딪혀 보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한일전을 앞둔 일본 또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우선 2라운드에서 반드시 2위 안에 들어야 1∼4위전에 진출할 수 있는데, 한국전이 가장 중요했다.

요요기 국립체육관은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응원 연습으로 뜨거웠다. 응원단장이 코트에 나서 막대 풍선을 직접 흔들면서 일사불란한 응원을 유도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일본 선수들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관중석은 떠나갈 듯 했다. 일본 언론들의 관심도 무척 높았다. 수 십 명 기자들이 현장에 왔다.



다만 차이가 나는 것은 한국은 ‘비장’이고, 일본은 ‘여유’라는 점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설 뿐만 아니라 홈그라운드에서 열리기 때문인지 여유로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런 여유가 가능한 이유에 대한 한 기자는 ‘김연경’ 때문이라고 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왜 그럴까. 스포츠 프리랜서 다나카 유코 씨는 “최근 일본의 기록이 한국보다 훨씬 좋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일본의 예선 성적이 좋아 한국은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김연경이 일본에서 활약하면서 한국배구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좋아졌다. 그것이 한일전의 비장함을 많이 누그러뜨린 요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곳엔 김연경의 열렬한 팬이 상당수다. 지난 시즌 JT마블러스에서 맹활약하면서 상당수의 일본 팬을 확보했다. 한국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장을 찾는 골수팬들이 많다. 이런 탓에 김연경이 소속된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경기 전 한국 선수가 소개될 때 김연경에게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연경 상 파이팅”을 외치는 일본 팬들도 많았다. 한 스타선수의 존재 가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나라에 대한 감정도 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스포츠 스타의 존재다.

스포츠 스타의 외교력이 엄청난 사실은 주지의 사실이다.

축구의 차범근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면서 한국축구는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브랜드를 높인 것은 좋은 예다. 배구에서 김연경이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도쿄(일본)|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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