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와 아내 박리혜 씨 -이승엽과 아내 이송정 씨, 스포츠동아DB
박찬호 “아내의 일본행 권유로 마음 굳혀”…이승엽 “성공하는 모습 아들에 보여줄 것”
2011년. 오사카에 두 개의 태극기가 펄럭인다. 투수 박찬호(38)와 타자 이승엽(35). 한국 야구 최고의 스타 두 명이 일본 퍼시픽리그 오릭스에서 나란히 새 출발한다. 그리고 그 곁에는 두 선수의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한다. 이제 더 이상 외로울 일은 없다. 박찬호와 이승엽에게 ‘가족과 함께 하는’ 한 해가 열렸다.
○박찬호·이승엽 ‘내 아내, 내 아이들을 위해…’
가족은 박찬호와 이승엽에게 야구를 제외한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련을 접고 일본에 둥지를 틀기까지는 재일교포 3세인 아내 박리혜 씨의 영향이 가장 컸다. 박찬호는 “아내가 일본행을 권유했고, 야구를 좋아하는 장인도 내가 일본에서 뛰기를 바라셨다”고 했다. 또 박찬호는 최근 몇 년간 팀을 자주 옮겨 다녔다. 자연스럽게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이사도 잦았다. 그는 “두 딸이 이사 때문에 친구를 제대로 사귀지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이승엽 역시 지난 시즌 도중 아내 이송정 씨에게 “앞으로 야구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아내의 격려와 아들에 대한 애정이 그의 심장에 새로운 의지를 심었다. 그는 “아들 은혁이가 이제 야구를 알 나이다. TV를 보면서 ‘왜 아빠는 야구장에 있지 않고 집에 있느냐’고 물었을 때 참 마음이 아팠다”면서 “아들에게 아빠가 일본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고, 자부심을 안겨 주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서로의 존재도 든든한 힘이다. 이승엽의 계약 소식이 알려진 후 오릭스 행을 결정한 박찬호는 “일본야구 경험이 많은 승엽이가 같은 팀에 있다는 사실이 든든하다. 승엽이가 있다는 사실이 내 결정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나도 승엽이의 재기를 돕고 싶다”고 했다. 이승엽 역시 박찬호의 입단 소식을 듣자마자 전화를 걸어 반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호와 이승엽의 가족들도 ‘합체’
외국생활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건 다름 아닌 외로움이다. 박리혜 씨의 처가가 일본에 있다고는 하지만 오사카가 아닌 도쿄다. 박찬호 가족에게 낯선 지역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다. 이송정 씨 역시 7년간 살아온 도쿄 일대를 벗어나 새로운 지역에 적응해야 한다. 그동안 교류했던 지인들과도 함께 할 수 없다.
하지만 두 가족이 만나게 된다면 상황은 나아진다. 아내들과 아이들끼리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기 때문이다. 원정경기로 자주 집을 비워야 하는 두 가족의 가장들도 훨씬 더 편한 마음으로 짐을 꾸릴 수 있다. 최고 투수와 타자의 아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남몰래 많은 눈물을 삼켜야 했던 두 아내 역시 우정을 쌓을 수 있는 기회다. 남다른 미모와 묵묵한 내조로 주목 받았다는 점에서 박 씨와 이 씨는 공통점이 많다.
박찬호와 이승엽. 이들은 올해도 내 가족 앞에 멋진 아빠로 우뚝 서기 위해 이를 악물고 공을 뿌리고 힘차게 방망이를 돌린다. 그리고 그 모습을 그들의 가족이 지켜보고 있다. 한솥밥을 먹게 된 박찬호와 이승엽의 2011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