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의 두 얼굴, 익숙함인가 돌려막기인가?

익숙함과 새로운 사이의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신작 수급이 가장 꾸준하고, 게이머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받는 장르라면 단연 FPS 장르를 꼽을 수 있다.

스페셜포스, 서든어택, 아바,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등 시장에서 위치를 확고히 한 게임들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다양한 신작이 출시되며 '레드오션'(산업의 경계가 이미 확립되어 있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신작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장르에 다양한 게임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타 게임보다 뛰어난 게임성과 개성 있는 콘텐츠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FPS 온라인게임들 사이에서는 게임의 개성을 살리기 보다는, 특정 콘텐츠를 앞다투어 업데이트해 게이머들로부터 아쉬움을 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좀비모드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 FPS 온라인게임 시장에 좀비모드 열풍을 불러온 장본인은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이다. 카운터스트라이크 원작의 MOD를 온라인에 걸맞게 수정해서 업데이트한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의 좀비모드는 지난 2008년 여름에 업데이트 된 이후, 게임의 본 모드보다 더욱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의 좀비모드가 큰 성공을 거두자, 자연스럽게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아바 등 기존 FPS 온라인게임 시장의 강자들도 언제부터인가 하나둘씩 비슷한 콘텐츠를 업데이트 하고 있다. 스페셜포스의 좀비 모드, 서든어택의 뱀파이어 모드, 아바의 감염 모드 등이 이런 업데이트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업데이트들은 모두 이름은 다르지만 그 내용은 '원조'라 할 수 있는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의 좀비모드와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련의 캐릭터들 중 하나의 캐릭터가 랜덤으로 숙주가 되고, 숙주에게 공격당한 캐릭터는 그들에게 동화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달려든다는 방식이다. 다만,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좀비냐, 흡혈귀냐의 차이일 뿐이다.

하나의 콘텐츠가 큰 성공을 거두면 여타 게임들이 해당 콘텐츠의 영향을 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정당성을 지니려면 '원조'의 영향을 받은 '후발 콘텐츠'들이 기존에 비해 개선된 점이나, 추가된 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의 좀비 모드의 영향을 받은 이들 콘텐츠들의 업데이트 이후, 일부 게이머들로부터 마뜩치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후발주자라 할 수 있는 뱀파이어, 감염 모드가 카운터스트라이크 좀비모드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이라면 종족마다 스킬이 조금 추가됐을 뿐 차이점이 없기 때문이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개성이 사라지고 있다', '개성 있는 게임이었는데, 업데이트 이후에 오히려 그 밥에 그 나물이 된 거 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검증받은 콘텐츠을 업데이트 했기 때문이라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없는 '익숙함'은 그저 과거에 '머물러' 있는 느낌을 전할 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타 게임의 인기 콘텐츠를 그대로 옮겨오는 것은 게임의 성장에 당장은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이런 즉효성 효과를 위해 이러한 행동을 반복한다면 '창조집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게임 개발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김한준 게임동아 기자 (endoflife81@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