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에 맞춰 기획된 연극 ‘바보 추기경’은 5월까지 상연된다.
■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보고 싶은 사람…바보 김수환 추기경 일대기
선종 2주년 맞아 구도자의 삶 무대에
남보다 높아지길 원하고, 성공을 바라는 현대인에게 “다른 사람에게 ‘밥’이 되는 인생을 살라”고 강조했던 사람. 남을 탓하기보다 ‘내 탓이오’를 먼저 외치게 했던 ‘바보천사’. 선종 2주년 맞아 구도자의 삶 무대에
16일은 김수환 추기경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세상을 떠나 그가 일평생 사모하고 뜻을 받들기를 원했던 신의 품으로 돌아간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종교계와 문화계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2주년을 맞아 그의 삶을 되돌아보고 뜻을 기리기 위한 다양한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가톨릭대학교 김수환추기경연구소와 가톨릭문화기획imd의 연극 ‘바보 추기경’도 그 중의 하나이다. 1월 24일에 첫 공연을 시작해 가톨릭신자뿐만 아니라 고인의 삶을 존경하고 닮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공연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극 ‘바보 추기경’은 김수환 추기경의 일대기를 담은 연극이지만 ‘영웅’의 일대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신 관객과 같은 눈높이에서 신을 바라며 일평생 기도에 힘쓴 한 구도자의 삶을 다루고 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한 추모객이 고 김수환 추기경의 사진 속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김수환 추기경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 신의 부름에 이끌려 스스로 사제가 된 것이 아니라 어머니에 의해 등 떠밀리다시피 신부가 되었고, 평범한 시골사제가 되기를 원했으나 추기경으로서 무거운 짐을 져야 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신의 사랑에 대한 의심과 죄의 문제로 괴로워했던 보통 사람이었다.
가난한 집 막내아들로 태어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가 장사하여 벌어오는 돈으로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야 했던 어린 시절. 교회를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돕는 추기경이 되길 바랐지만, 신은 그를 정치의 한복판으로 내몰았다. 고통없는 죽음을 희망했지만 끝끝내 그는 철저한 고통과 고독 속에서 생애를 마쳐야 했다.
죽음 앞에서 김수환 추기경은 신의 은혜를 다 깨닫지 못한 자신을 ‘바보’라 부르며, 신과 더불어 살아온 그의 삶을 회고하며 ‘감사’를 남겼다. 이 작품은 따라서 ‘바보’와 ‘감사’의 이야기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위인’이라면, 단 하나. 일평생 신을 바라고 신의 뜻을 구하기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일 것이다.
추기경의 추모 열풍이 거센 가운데 김수환 추기경과 관련된 작품이 쏟아지면서 상업성 논란 역시 불거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연극 ‘바보 추기경’은 정통성을 검증받은 작품이다. ‘바보 추기경’은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과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가톨릭대학교 김수환추기경연구소, 평화방송·평화신문이 공동기획해 어느 작품보다 신뢰와 무게감을 지니고 있다.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영화 ‘장화홍련’,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등에 출연한 우기홍이 김수환 추기경 역을, 권영옥이 어머니 역을 맡았다.
“고난을 통해 단련하시는 하느님, 저를 어디로 보내시렵니까. 하느님의 뜻에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기 위해 일평생 노력한 위대한 ‘바보’의 이야기. 연극 ‘바보 추기경’은 하루하루 고통과 자기연민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고인이 보내는 ‘바보로서의 삶’에 대한 초대장이기도 하다. 5월 30일까지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 CY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사진|스포츠동아DB·가톨릭문화기획imd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