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토론] 축구인 85% “현 이사회 못믿어…사외이사 도입하자”

입력 2011-03-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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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프로축구연맹 신임 총재. 스포츠동아DB

지상토론 설문

현행 이사회 구단 사장·단장들로만 구성
이해관계 대립땐 미적 사실상 이익단체
임기 고작 2∼3년…정책연속성 떨어져
“K리그 전방위 진단부터” 반대 2·유보 1
■ 프로축구연맹 이사회 사외이사제 도입해야 하나? 축구인 20명에 물어봤더니…

한국프로축구연맹 정몽규(49) 총재는 1월 취임하면서 K리그 활성화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다.

팬을 위한 K리그로 만들기 위해 산적한 과제를 하나하나 해결하겠다면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인 이사회 재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총재는 “앞으로 이사회를 구성할 때 축구계 안팎의 여러 분야를 두루 대표하는 분을 더 많이 모셔야 한다는 데

관중 60,747명으로 한국프로스포츠 역대 최다관중수를 달성한 FC 서울과 성남 일화의 K리그 경기. 스포츠동아DB

에 대의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프로축구는 구단의 것만이 아니다. 결국 팬을 위한 것이고 팬을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팬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축구계 안팎의 여러 인사를 모셔서 좋은 의견을 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 축구인들 “이사회 재편” 왜?

그동안 이사회는 각 구단의 이해가 걸린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신속하게 결정하지 못하고 이사들에게 발목을 잡히는 등 사실상 이익단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런 탓에 이사회 재편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기득권을 가진 이사들이 스스로 개혁에 앞장서지 않는다면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 스포츠동아는 구단 관계자를 비롯한 축구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사회 재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외이사 도입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들었다.

‘프로축구연맹 이사회에 사외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총 20명 중 17명이 ‘필요하다’며 찬성 의견을 냈다. 반대는 2명이었고, 1명은 유보 입장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사외이사 도입을 통해 이사회를 재편하는 것이 K리그 활성화의 첫걸음이라는 의견이었다.


○왜 이사회를 불신하나

불신의 뿌리는 생각보다 깊었다.

구단 관계자 A는 “이사회 구성원 자체가 구단 사장과 단장 중심이어서 구단 입장에서 많이 생각하고 큰 틀에서 생각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사외이사를 도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꾸기 보다는 점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단 관계자 B 또한 비슷한 의견을 냈다.

“K리그 클럽 자체가 외향적으로 법인화되어 변화가 있어 보이지만 아직 대부분 대기업 위주다. 그런 상황에서 단장들이 이사로 참여한다는 건 모기업 이익 쪽으로만 생각하기 쉽다”고 했다.

관중 60,747명으로 한국프로스포츠 역대 최다관중수를 달성한 FC 서울과 성남 일화의 K리그 경기. 스포츠동아DB



축구해설위원 C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언급했다. “단장이 바뀔 때마다 이사가 바뀐다. 어떤 팀은 2년마다 바뀔 때 새 단장이 정책을 새롭게 공부해야 한다. 정책의 연속성이 없다. 사외이사가 도입되면 구단의 이익을 대표하는 사람들 위주로 이사회 구성이 안 될 것이다. 16명 단장 사장 모두가 이사회 멤버가 되면 안 된다. 단장을 대표할 수 있는 단장회의 기구를 만들어 단장 의견을 그곳으로 통일하고 단장회의 구성원 대표 몇 명이 이사회 멤버가 되면 된다”며 구체적인 방법 까지 제안했다.

축구해설위원 D도 “‘단장회의=이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의 구조는 당장 팀의 이해관계가 얽혔을 때 2∼3년 즉, 이사들의 임기 외에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니 단기적으로 급한 것에만 초점이 맞춰진다. 이익에 급급한 결정밖에 할 수 없다는 한계에 부딪힌다”며 현 이사회를 꼬집었다.

구단 관계자 E는 “효율적인 이사회 운영을 위해 전체 이사회 수는 10명 이하로 하는 게 좋다. 핵심 인물 10명으로 해야 간결하고 명확하게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며 이사 수를 줄이자고 했다.

구단 관계자 F도 “그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미루어져왔던 게 사실이다. 기득권 유지 차원도 있었고, 축구의 매커니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왔을 때의 피해상황도 우려된다”며 현 이사회에 대한 비판과 사외 이사 도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구단 관계자 G는 “도입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 다만 경계하는 부분은 프로축구 침체에 대한 전체 문제가 이사회에만 있다고 진단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모름지기 환자를 낫게 하려면 진단을 잘해서 처방을 잘해야 하는데, 현재 이사회 내에만 문제가 있다고 바라보는 시선은 문제가 아닐까 싶다”며 유보 입장을 보였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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