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라커룸에 버젓이 에이전트 출입…허 감독님, 공사 구분 좀 하시죠

입력 2011-07-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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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상식이라는 게 있다.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게 상식이다. 임산부나 아이 앞에서는 담배를 삼가는 행위, 식사자리에서 윗사람 상에 먼저 수저를 놓는 등의 교양과 예의도 상식의 범주에 속한다.

최근 인천 유나이티드 라커룸에서는 비상식을 넘어 몰상식에 가까운 일이 일어났다. 7월23일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천-경남FC 경기 전 인천 선수단이 작전회의를 하고 있는 라커룸에 에이전트 J씨가 버젓이 들어와 앉았다.(J씨는 엄격하게 말하면 에이전트라고 볼 수 없다. 7월26일 현재 대한축구협회 인증 에이전트 목록에 없다.) J씨는 전반을 마치고 하프타임 때도 인천 라커룸에 들어갔다. 라커룸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만의 고유한 공간이라는 건 축구계 상식이다. 특히 작전회의 때는 구단 사장이나 단장 등 고위 관계자들도 섣불리 들어가지 않는다. 에이전트가 들어간다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인천 구단에도 잘못이 있다. 구단은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줄 의무가 있지만 인천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라커룸에 있는 J씨를 본 선수들이 상당히 불편해하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책임은 이를 방치한 인천 허정무 감독에게 있다. 허 감독은 베테랑 사령탑이다. 원정월드컵 첫 16강을 이끈 명장이기도 하다. 그런 허 감독이 라커룸에 제3의 인물이 떡 하니 들어와 앉아있을 때 팀 분위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몰랐을 리 없다.

허 감독은 평소 J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J씨가 구단 라커룸을 제 집 안방 드나들 듯 하는 데도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건 허 감독과 J씨의 관계를 의식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한 마디로 이번 사건은 안하무인 에이전트, 무능력한 구단,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한 사령탑이 합작해 낸 몰상식의 극치였다.

윤태석 기자 (트위터@Bergkamp08)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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