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싱스페셜] 허리부상·대지진 공포…김태균 “나, 돌아갈래”

입력 2011-07-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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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은 꼭 그렇지 않지만 현실을 따질 때 김태균의 한화 복귀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한화도 예전 이범호 때와는 다르게 꼭 잡겠다는 각오다. 한화 시절 김태균(왼쪽)이 류현진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김태균은 왜 국내복귀를 선택했나?

허리부상 1군 공백 장기화…자신감 결여
아내 10월 출산…대지진 정신적 충격 커
“돈만 받고 팀 도움 못주는 선수되기 싫다”
인센티브 내년 연봉 등 최대 35억원 포기
2010년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김태균(지바롯데)이 소속구단과 계약을 해지하면서 국내 복귀를 추진하게 됐다.

계약해지는 김태균이 구단에 요청한 것이며, 지바롯데도 김태균의 의사를 받아들였다. 2010시즌부터 지바롯데와 3년계약을 한 김태균은 왜 국내복귀를 선택한 것일까.


○25일 지바롯데 계약해지 의사 밝혀

국내에서 허리부상을 치료하고 있는 김태균은 25일 지바롯데의 이문한 국제편성담당 부장을 만나 “지바롯데와 계약을 해지하고 싶다”는 의사를 처음 밝혔다. 이 부장은 1984년부터 1991년까지 롯데와 삼성에서 좌완투수로 활약한 뒤 삼성 프런트를 거쳐 올해부터 지바롯데에 입사해 프런트로 일하고 있다.

김태균은 이 부장과 만나 “구단에서 돈을 받고 있으면서 뛸 수 없는 상황이다. 허리 부상을 치료한다고 해도 새로 몸을 만들고 타격감을 찾으려면 어차피 올시즌에는 팀에 도움이 될 수 없다. 잔여연봉도 받지 않겠다”며 지바롯데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부장은 김태균이 심사숙고해 내린 결론이라는 것을 알고는 결국 다음날인 26일 지바롯데 구단 쪽에 보고 했다.

이 부장은 “처음에 나도 만류했다. 그러나 나름대로 깊이 생각한 모양이었다. 가족들과도 회의를 해서 내린 결론이었다. 지바롯데 사장, 단장과 통화를 했는데 구단에서는 ‘선수는 언제든 부상을 당할 수 있다. 허리부상을 잘 치료해 올시즌이 아니더라도 내년 시즌에 잘 하면 된다’고 만류했다. 그러나 김태균의 의사가 확고해 지바롯데도 김태균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허리부상과 지진공포

김태균은 지난해 지바롯데 4번타자 자리를 꿰찬 뒤 타율 0.268(527타수 141안타), 21홈런, 92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타율은 떨어졌지만 한국프로야구 출신 타자 중 일본진출 첫해에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이런 성적이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올시즌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했다. 지난해 일본프로야구 진출 첫해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고 지난 겨울 몸도 일찍 만들었고,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타격훈련을 할 수 있을 만큼 페이스를 일찌감치 끌어올렸다.

그러나 의욕이 컸던 탓일까. 그는 시즌 초반부터 부진에 시달렸다. 그리고는 타격감이 올라오던 시점에 다이빙캐치를 하다 손목을 다쳐 5월 19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6월 3일 복귀했지만 허리를 다치면서 6월 19일 다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허리가 좋지 않았지만 참고 뛰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아파 보지 않은 허리통증이 더욱 악화됐다. 구단의 배려 속에 6월 23일 한국에 들어와 부상을 치료했지만, 허리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1군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김태균은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스프링캠프에서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을 겪으면서 받은 정신적 충격도 국내 복귀에 영향을 미쳤다.

이문한 부장은 “김태균은 아내 김석류씨와 일본에서 직접 지진을 경험하면서 지진에 대한 노이로제가 생겼다. 2세도 10월에 출산 예정이라 고민이 컸던 모양이다. 캠프에서 훈련도 열심히 했는데 성적도 뜻대로 나지 않고, 허리부상이 길어지면서 자신감도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태균 내년 연봉 20억원 포기

김태균은 2010년 지바롯데와 계약금 1억엔과 연봉 1억5000만엔, 그리고 매년 인센티브 5000만엔의 조건에 계약을 했다. 총 7억엔(당시 환율로 90억원)의 조건이었다.

그는 지난해 계약금 1억엔, 연봉 1억5000만엔, 인센티브 5000만엔을 받았다. 인센티브 조건은 100경기 출장에만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균은 계약해지를 원하며 올시즌 잔여연봉도 포기하려 했지만, 일단 지바롯데는 올시즌 연봉 1억5000만엔까지는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렇더라도 김태균은 계약 조건 중 최대 총 2억5000만엔(34억7500만원)을 포기한 셈이다.

김태균은 남자다운 성격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두 눈 감고 2군에만 붙어있어도 그는 수십억 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부장은 “김태균은 돈만 받고 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라는 이미지로 남는 것을 싫어했다. 그래서 먼저 계약해지를 원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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