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생활 15년을 통틀어 ‘여인의 향기’가 가장 어려웠다”는 배우 김선아. 연일 밤샘 촬영을 한 탓에 몸무게 4kg이 줄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어디선가 본 키스 장면 꼭 하고 싶었죠
조르고 졸라 촬영…아직도 잊지 못해요
하루 2∼3시간 잠에 한끼 식사…4㎏ 더 빠져
삼순이서 탈피…보호본능 일으킬땐 흐뭇 ㅋㅋ
이상형은 이동욱·엄기준 반반 섞은 남자!
주말 안방극장 시청자를 울리고 웃겼던 김선아. 그는 2009년 ‘시티홀’ 이후 2년 만에 SBS ‘여인의 향기’로 안방극장에 컴백하며 “역시 김선아”라는 평가를 다시 들었다.
드라마는 추석연휴였던 11일 끝냈지만, 김선아는 자신이 연기한 이연재에서 아직 벗어나질 못했다. 그는 “지금도 가슴 한 켠에 먹먹함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고백했다.
14일 서울 을지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선아는 “고된 촬영이 끝나서 속시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너무 슬프다. 체력만 받쳐주면 이야기를 더 끌고 나가고 싶었던 게 솔직함 심정”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어제 새벽에도 자다가 벌떡 일어나 샤워하고 나갈 준비를 하니까 엄마가 ‘정신 차리라’고 하더라고요. 3개월 동안 연재로 살아서 그런지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 “결말 알고 출연 결심, 연재로 튼튼한 ‘삼순이’와 작별”
‘여인의 향기’는 담낭암으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연재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하며 인생을 돌아보는 이야기로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드라마는 “7개월하고 이틀을 살고 있다”는 연재의 독백으로 끝났다.
“결말을 알고 시작했어요. 출연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도 그거죠. ‘6개월 밖에 살지 못한다던 여자가 7개월하고 이틀을 살고 있다’는 작가의 말을 듣고 소름이 끼쳤어요. 만약 연재가 죽었다면 많은 사람이 충격에 빠졌을 거예요. 촬영하는 동안 암환자들에게 쪽지를 많이 받았어요. ‘우리를 위해서 연재가 살아줬으면 좋겠다’고요.”
김선아는 ‘여인의 향기’를 통해 자타 공인 ‘로맨틱코미디의 여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또한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튼튼한(?) ‘삼순이’이미지를 털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전보다 체중 4kg이 빠졌어요. 하루에 2∼3시간을 자면서 한 끼 밖에 먹지 못하니까 힘들었죠. 유독 밤 촬영이 많아 더 힘들었지만, 그건 주연인 제가 가지고 가야할 몫이에요. 무엇보다 다들 저를 보고 보호해주고 싶대요. 하하하. 그런 점에서는 마음에 들어요.”
김선아는 연기생활 15년을 통틀어 이연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암환자라는 점에서 몸도 힘들었지만, 표정이나 호흡, 손 발짓 등 연기자로서 신경써야 할 세밀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저를 삼순이와 비슷하게 보는 사람이 많은데요. 실제 성격은 연재와 같아요. 소심한 면도 많고 말을 잘 못해요. 혼자 속으로 담고 가는 게 많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연재에게 몰입이 더 잘되더라고요. 연재가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요.”
● 명장면 ‘자전거 키스’…“감독 작가에게 꼭 넣어달라 우겼다”
김선아는 ‘여인의 향기’에 출연했던 3개월을 되돌아보며 어느 한 장면도 빼놓을 수 없이 눈과 가슴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많은 분들이 완도여행에서 이동욱과 자전거를 타며 키스하는 장면을 꼽던데. 저도 그래요. ‘자전거 키스’는 어디서 본 건데 문득 그걸 꼭 해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대본 나오기 전에 감독과 작가에게 졸라서 꼭 넣어달라고 우겼어요.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현장에서 촬영한 후에 ‘이상하면 빼도 좋다’는 조건을 단 후에 촬영을 시작했죠. (이)동욱이가 굉장히 힘들어했는데 생각보다 호흡이 잘 맞아서 열번 만에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어요.”
극 중 연재의 버킷리스트 마지막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 품에서 잠들기’가 있는 것처럼 김선아의 실제 버킷리스트에는 사랑하는 남자 이야기로 가득 채울 것 같다고 했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연애요. 그 생각하면 하면 기분 좋잖아요. 이상형은 호흡을 맞췄던 이동욱과 엄기준을 반반 섞어 놨으면 좋겠어요. 엄기준은 말수도 없으면서 세심하게 잘 챙기는 스타일이고, 이동욱은 아기 같은 면도 있고 오빠 같은 면도 있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두 남자를 섞은 남자 없나요?”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