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허장강(사진). 악독한 캐릭터는 물론 구수한 서민적 연기와 웃음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1975년 오늘, 많은 팬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 그를 떠나 보냈다. 서울 국립의료원에서 오전 영화인장으로 열린 영결식은 수많은 팬들이 눈물로 함께 한 자리였다.
허장강은 그 이틀 전, 갑작스레 숨졌다. 21일 오후 당시 서울운동장에서 새마을돕기 연예인축구대회에 참가한 그는 탤런트팀과 경기를 벌이다 호흡이 가빠 교체된 뒤 탈의실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숨이 멈췄다. 많은 팬들이 그의 빈소에서 눈물을 흘리며 밤을 지샜다.
1924년 태어난 허장강은 해방 후 극단을 만들어 무대에 섰다. 한국전쟁 때에는 육군 군예대에서 종군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가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54년 이강천 감독의 ‘아리랑’이었다. 이후 ‘피아골’과 ‘사격장의 아이들’, ‘독짓는 늙은이’ 등 30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1963년에는 ‘연산군’으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지만 허장강은 주연 못지 않은 조연급 연기자로서 그 빛을 더욱 발했다.
그가 예명으로 쓴 ‘장강’(長江)은 연출가 서항석이 ‘뚝섬의 물이 마를 소냐, 기나긴 강물처럼 부디 오래살고 대성하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52세의 짧은 인생을 마감하며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그의 아들인 허기호·준호가 아버지의 명성을 잇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