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완·조인성 “어색 걱정 결의 죄송…머리가 복잡해”

입력 2011-11-2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LG와 롯데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은 조인성과 임경완이 28일 오전 인천 문학구장에 훈련중인 팀에 합류했다. 조인성이 캐치볼을 하고 있다. 문학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1975년 동갑내기 SK 이적생 조인성·임경완 첫 훈련 현장

14년간 LG맨 조인성 아직 결별 후유증
“좋은 추억 남기지 못하고 떠나 죄송해
포수 욕심 버려…1루수·지명타자 OK”

임경완 “인천은 제2 고향…우승 목표!”

14년 동안 다니던 직장이 바뀌면 어떤 기분일까? 그럴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28일 문학구장에 나와 본 사람들이라면 알았을 것이다. 조인성(36)과 임경완(36), 두 1975년 동갑내기의 얼굴에는 어색함, 걱정, 결의가 동시에 묻어났다.

평생 LG맨, 평생 롯데맨 소리를 듣고 살았고, 누구보다 스스로가 그렇게 믿었을 두 베테랑이 SK 유니폼을 입고 28일 2군 마무리 훈련에 처음 동참했다. 조인성은 “어울리냐?”고 먼저 물어왔다. 임경완은 ‘SK에서 잘 적응할 것인가’라는 문제 외에도 부산에서만 살았던 가족을 걱정하는 마음까진 숨기지 못했다. 어쩌면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생각할 나이에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둘의 심경은 그렇게 복잡 미묘했다. 단순히 친정팀의 ‘홀대’에 보기 좋게 한방 먹이고, 대박계약을 해 기쁘기 한량없다는 차원은 아닐 터였다.


● 조인성, “LG에 죄송하다”

“솔직하게 말하겠다”고 하더니 아주 진지한 얼굴로 얘기했다. “LG에서 SK로 오게 되니 주변의 반응은 반반이었다. 축하의 얘기도 처음에는 들었지만 어리둥절한 반응도 있었다. 예전 MBC 때부터 내가 가고 싶은 팀은 오직 하나였다. 그 팀에 가서 14년 동안 한 유니폼만을 입었고, 은퇴까지 생각했다. 힘든 결정이었다. 지금도 ‘과연 옳은 결정인가’ 생각하곤 한다. 좋은 추억을 남기고 떠나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LG 선후배, 감독 코치님, 구단 분들한테 죄송하다.” LG와의 결별 후 ‘이혼 사유가 어디에 있느냐’를 두고 생겼던 잡음을 아직도 완전히 못 털었다는 조인성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확전은 마음에 상처로 남는 듯했다.

그런 상실감은 ‘SK에서 더 잘하는 것만이 탈출구’라는 각오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포수로서 내로라하는 2명(박경완 정상호)과 경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에서 쓰이건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해 배운다는 자세다.” 조인성은 첫 훈련에 앞서 박경완을 만나 “축하한다”는 덕담을 들었다.

사실 조인성은 포수 욕심이 많다. FA 협상 당시 SK에서 ‘포수가 아니라 방망이를 원한다’는 언질을 받았음에도 이적을 결정했다. 포수로서 경쟁력에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고생은 톤마저 달라지게 만들었다. “어느 포지션이든 최선을 다하겠다. 상황이 그렇다면 1루라도 하겠다.” ‘지명타자 조인성’을 수락하는 발언이다.


● 임경완, “SK를 알고 싶다”


임경완은 성품이 선하다. SK 유니폼을 입고 꺼내놓은 첫 메시지는 부담과 각오였다. “SK는 강한 팀이라 누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도 사실이다. 정대현, 이승호 자리를 메우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될 것이다.”

걱정의 한편에는 SK라는 강팀을 향한 기대감이 자리한다. “SK가 우승을 하지 않을까? 우승을 해내는 부분에 내 자리가 있을 것 같다.” 임경완의 SK행 결단에는 긴 호흡이 숨어 있기도 하다. “SK가 내 가치를 인정해줬지만 결정이 쉬운 건 아니었다. 가족들은 부산을 떠나본 적이 없다. 그러나 다른 좋은 팀에서도 빼올 수 없는 경험을 이 팀에서 얻을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팀을 옮긴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SK란 팀이 왜 그토록 강한지, 그 근원을 몸으로 터득하고 싶고, 그 체험은 장래 지도자 생활에도 약이 될 것이라는 포석이다.

LG와 롯데에서 FA(자유계약선수)로 SK 유니폼을 입은 조인성과 임경완이 28일 오전 인천 문학구장에 훈련중인 팀에 합류했다. 임경완과 조인성이 이호준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학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의기투합

두 베테랑은 이제 30대 후반을 SK에서 보낸다. 현역인생의 절정을 이 팀에서 보낸다는 것 외에도 SK에서 꼭 잘해야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격언을 전 소속팀에 실감시킬 수 있다. 특히 조인성은 “LG에서 9년간 가을야구를 못한 책임이 크다”고 했다. 그러나 과연 어디에 과오가 있었는지는 2012년 LG와 SK 성적에 따라 가치판단이 가려질 것이다. 이를 위해 조인성은 데뷔 이래 최초로 인천에 집을 얻어 홀로살이를 시작할 계획이다. 모든 것을 야구에 맞추겠다는 자세다. 임경완 역시 현역 인생의 숙원인 우승을 제2의 고향(인하대 출신이다)이라는 인천 SK에서 이루는 것이 필생의 목표다. 2012년, 임경완∼조인성 배터리에게 인생 궤적의 사인은 일치한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