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vs 이승엽 꿈의 대결…벌써 군침도네

입력 2011-12-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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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특급’ 박찬호(좌)와 ‘라이언 킹’ 이승엽(우)이 각각 한화와 삼성 유니폼을 입고 한국의 야구장에서 맞붙는다.  한국 
야구가 낳은 투·타 최고 스타들의 대결은 2012년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굴 대표적인 ‘빅매치’로 꼽힌다. 스포츠동아DB

‘코리안 특급’ 박찬호(좌)와 ‘라이언 킹’ 이승엽(우)이 각각 한화와 삼성 유니폼을 입고 한국의 야구장에서 맞붙는다. 한국 야구가 낳은 투·타 최고 스타들의 대결은 2012년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굴 대표적인 ‘빅매치’로 꼽힌다. 스포츠동아DB

가히 ‘꿈의 무대’가 펼쳐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찬호(39·한화)가 한국 야구장 마운드에 서고, 이승엽(36·삼성)의 타구가 다시 대구구장 담장을 넘긴다. 국가대표 좌·우완 에이스인 류현진(25·한화)과 윤석민(26·KIA)의 자존심 싸움도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2012년에도 변함없이 계속될 프로야구. 하지만 지난해보다 화젯거리가 훨씬 풍성하다. 슈퍼스타들이 줄줄이 귀환했고, 늘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라이벌들의 빅매치가 차고 넘친다. 사상 최초로 6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 열기에 더 불을 붙일 만 하다. 스포츠동아가 예상한 2012년의 미리 보는 명장면 일곱 가지를 소개한다.

● 박찬호-이승엽의 맞대결

1.
박찬호와 이승엽이 맞붙는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할까. 박찬호는 한국 야구가 낳은 역대 최고의 스타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섰고, 최초로 승리를 따냈다. 결국은 동양인 최다승의 금자탑까지 쌓았다. 이승엽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홈런’의 동의어로 통한다. 데뷔 후 다섯 번이나 홈런왕에 올랐고, 2003년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 명문팀 요미우리에서 4번 타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런 두 슈퍼스타가 마운드와 타석에서 마주 본다. 그것도 한국의 팬들이 환호하는 한국의 야구장에서다.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장면이다.

박찬호와 이승엽은 지난해 오릭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래며 서로 격려했다. 아쉽게도 성적은 둘 다 그다지 좋지 못했다. 관심도 금세 사그라졌다. 하지만 장소가 한국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두 선수가 맞붙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맞대결뿐만이 아니다. 박찬호에게 첫 홈런을 치게 될 타자, 이승엽에게 첫 홈런을 내주게 될 투수가 누구일지도 전부 관심거리다. 이래저래 2012년 4월은 박찬호와 이승엽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듯 하다.

● 이승엽-김태균의 홈런왕 경쟁


2. 이승엽은 부동의 국가대표 4번 타자였다. 2000시드니올림픽부터 2006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그리고 2008베이징올림픽까지. 한국 야구 영광의 순간에는 늘 이승엽의 한 방이 함께 했다.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던 베이징올림픽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결승 2점포를 쏘아올린 이승엽의 눈물은 아직도 야구팬들의 뇌리에 깊게 남아있다.

이승엽이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히자, 그 자리를 김태균(한화)이 이어 받았다. 2009년 제2회 WBC에 4번 타자로 출전해 타점왕(11타점)에 올랐다. 일본 마쓰자카의 공을 받아쳐 초대형 홈런포를 날렸고, 이와쿠마를 상대로 결승 적시타를 작렬했다. 메이저리거인 올리버 페레스(멕시코)와 호세 실바(베네수엘라)도 홈런으로 무너뜨렸다. 국가대표 4번타자의 성공적인 대물림이었다.

그런 두 거포가 동시에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나란히 중심타선을 예약했다. 이승엽과 김태균은 2001년부터 3년간 같은 시기에 한국에서 뛰었지만 위상은 천지차였다. 이번엔 다르다. 해볼 만한 승부다. 신·구 국가대표 4번 타자가 펼칠 대포 경쟁에 관심이 쏠린다.

● 류현진-윤석민의 에이스 진검승부


3. 에이스 맞대결은 언제나 최고의 흥행 카드다. 류현진과 윤석민은 현역 최고의 좌·우완 투수로 꼽힌다.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원투 펀치다. 데뷔와 동시에 국내 리그를 평정한 류현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캐나다전 1-0 완봉승과 쿠바와의 결승전 8.1이닝 2실점 호투로 금메달을 앞장서 이끌었다. 윤석민은 2009년 WBC 준결승전에서 메이저리거가 즐비한 베네수엘라 강타선을 틀어막고 이름을 날렸다. 두 투수가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된 계기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진검승부를 할 기회가 없었다. 류현진이 12년 만의 1점대 방어율과 23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한 2010년, 윤석민은 자초한 부상과 부진으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윤석민이 다승·방어율·탈삼진에 승률까지 석권해 투수 4관왕에 오른 2011년에는 반대로 류현진이 등 견갑골 통증 때문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사실 둘은 그라운드 밖에서 절친한 사이다. 메이저리그 진출도 함께 노리고 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는 물러설 수 없는 맞수다. 윤석민은 “2012년에는 류현진과 김광현(SK)이 모두 최고의 시즌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대로 한 번 겨뤄보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KIA 선동열 감독도 “로테이션상 둘이 맞붙게 된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 해태-삼성 라이벌전, 감독 대결로 2라운드


4.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프로야구를 뜨겁게 달궜던 해태와 삼성의 라이벌전이 2012년으로 무대를 옮겨 다시 펼쳐진다. 이번엔 그라운드가 아닌 벤치 대결이다.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이 KIA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한화 한대화 감독과 함께 ‘해태 왕조’의 대표 주자로 나서게 됐다. 또 SK가 이만수 감독 체제로 새 출발하면서 역시 삼성 류중일, 넥센 김시진 감독과 ‘삼성 레전드’ 팀을 이루게 됐다. 이들은 모두 팀의 간판스타로 활약하면서 그 시절의 치열한 명승부를 이끌었던 주역이다.

감독들의 현역 시절에는 해태가 늘 이겼다. 해태는 1986년부터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금자탑을 일구는 등 범접할 수 없는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반면 삼성은 최강의 멤버를 갖추고도 번번이 우승에 실패하는 아픔을 맛봤다. 특히 1986년과 1987년에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해태에 져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으로 펼치는 2라운드는 일단 ‘삼성파’가 유리한 지점에서 출발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사령탑이었던 류중일·이만수 감독이 버티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해태파’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KIA와 한화 모두 공격적으로 팀을 정비하고 목표를 상향조정했다. 지휘봉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지 흥미진진하다.

● 조인성·정대현 등 FA 이적생들, 친정팀과의 첫 대결


5. 이번 스토브리그는 유독 뜨거웠다. 유례없는 ‘FA(프리에이전트) 대이동’ 현상이 펼쳐졌다. 역대 가장 많은 17명의 선수가 시장에 뛰어들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많이 옮길 줄은 몰랐다. 충격적인 이적도 많았다. LG 프랜차이즈 포수 조인성이 SK로 옮겼다. SK ‘벌떼 야구’의 상징이었던 정대현은 또 다른 ‘벌’ 이승호와 함께 롯데로 갔다. LG는 넥센 출신의 이택근을 다시 친정팀으로 돌려보냈고, 송신영을 한화에 뺏겼다. 워낙 FA 이적이 활발했던 까닭에, 이로 인한 보상 선수 이동까지 릴레이로 이어졌다. 임경완의 보상 선수로 롯데에 갔다가 다시 정대현의 보상선수가 돼 SK로 유턴한 임훈은 본의 아니게 화제의 중심에 서야 했다.

재미있는 상상도 가능하다. SK 유니폼을 입은 조인성이 지난해까지 배터리를 이뤘던 후배 투수들을 상대로 잠실구장에서 홈런을 때려내는 모습, 또 롯데 소속의 정대현과 이승호가 사직구장에 원정 온 SK를 상대로 각각 세이브와 홀드를 따내는 장면이다. 이택근과 송신영이 ‘잠시 머물렀던’ LG를 상대로 어떤 활약을 하게 될 지도 궁금한 부분이다.

● 김성근과 김경문의 2군 재대결


6. 1군뿐만이 아니다. 2군도 ‘빅매치’다.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이 다시 만난다. 두 감독의 인연은 질기다. SK와 두산 사령탑 시절, 2007년과 2008년에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고 2009년에는 플레이오프에서 겨뤘다. 공교롭게도 늘 SK의 승리로 끝났지만 두 팀의 경기는 언제나 명승부로 꼽혔다. 페넌트레이스에서의 맞대결도 끊임없이 화제를 낳았다.

두 감독은 지난해 나란히 1군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이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김경문 감독이 제9구단 NC 지휘봉을 각각 잡게 되면서 의외의 장외 대결이 성사됐다. 맞붙을 팀이 없는 고양이 2012 시즌 2군 리그에 부분 참여하게 된 것이다. 2군에서 출발할 신생구단 NC는 일정상 고양과 마산구장에서 세 차례 맞붙을 운명. 여느 2군 경기와 달리, 김성근과 김경문의 재대결이라는 의미가 생겼다. 각자의 야구관이 뚜렷한 두 감독이 밑바닥부터 새 출발하는 선수들을 이끌고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 지도 관심거리다. 올해는 2군에서도 명장 대결이 펼쳐진다.

● 류현진-김광현 맞대결, 과연 성사될까


7. 2006년 류현진이 한화에 입단하고 2007년 김광현이 SK 유니폼을 입은 후부터 둘의 맞대결 여부는 늘 핫이슈였다. 양 팀 감독의 입에서 둘의 이름이 동시에 언급되는 순간, 늘 팬들과 언론이 촉각을 곤두세우곤 했다. 단 한 번도 성사된 적이 없는 데도 그렇다. 선발 로테이션이 맞아떨어진 건 5년 간 딱 한 번뿐. 지난해 5월 23일이다. 포스트시즌을 능가하는 취재진이 대전구장에 모였다. 하지만 비가 계속 내려 허무하게 취소됐다. 그 외에는 2011년 시범경기와 올스타전에서 한 차례씩 맛보기 대결이 있었을 뿐이다.

어쩌면 올해가 마지막 기회다. 류현진은 이번 시즌을 마치고 해외 진출 가능 자격을 얻는다. 구단의 동의를 얻어 해외 진출의 뜻을 이룬다면, 이들의 1대1 승부는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 2012년. 5년간 기다려온 두 좌완 ‘괴물’의 맞대결은 과연 성사될 수 있을까.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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