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3D 인터뷰] 해설자로 제2 야구인생 이숭용

입력 2012-0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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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경기 야구가 다 담지 못하는 기록도 있다. 바로 팀을 위한 헌신과 리더십. 이숭용은 프로에서 18년을 뛰며 단 한번도 개인 타이틀을 차지한 적이 없다. 그러나 ‘현대왕조’의 리더로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팀을 하나로 이끌어 4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스포츠동아 DB

“프로 18년 경험 살려 선수들 마음까지 전달”


지난 시즌 유니폼 벗은 영원한 캡틴


선수를 알아야 진정한 지도자 된다!
해외 연수 포기하고 마이크 잡기로
결과보다 과정 중시하는 해설 준비


넥센에서 은퇴한 ‘캡틴’ 이숭용이 해설위원이 됐다. 지도자 연수를 염두에 뒀던 이숭용은 왜 해설위원의 길을 택했을까. 그의 꿈은 분명 ‘좋은 지도자’다. 그는 좀더 많은 선수들을 알기 위해 해설자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해외연수와 이론정립도 중요하지만 8개 구단 선수들을 모두 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이숭용은 프로에서 18년을 뛰며 2001경기에 출장했다. 1727안타, 162홈런, 857타점을 올렸다. 남들처럼 수상경력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그는 항상 팀에 필요한 선수였다. 특히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군기반장’이었다. 그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팬들에게 전하겠다고 했다. 결승타를 친 선수보다는 결승타가 나오기까지 도움을 준 선수들을 부각시키고 싶다고 했다. ‘캡틴’ 이숭용의 ‘캡틴 해설’이 그래서 더 기대가 된다.


이숭용이 말하는 이숭용



○형님, 제가 졌습니다

1994년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했다. 프로에 입단할 때 결심은 ‘3년 안에 주전이 안 되면 유니폼을 벗는 것’이었다. 그러나 태평양의 1루에는 4번타자 김경기가 버티고 있었다. “형님에게 도전해보겠습니다. 신인 1루수 이숭용입니다.” 첫 만남에서 나온 당돌한 후배의 말에 김경기는 씩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김경기는 그해 홈런 24개를 때렸다. 첫해 이숭용의 성적은 홈런 3개. 1루에서는 도저히 주전이 될 수 없겠다고 판단했다. “형님, 제가 졌습니다.” 1년 만에 패배를 선언하고 외야로 나갔다. 야구를 시작하면서 1루를 빼곤 어떤 포지션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 무작정 외야로 나갔다. 팀에서는 반대했지만 “(김)경기 형 백업하려고 프로에 오지 않았다”고 했다. 타격훈련이 시작되면 그는 외야에서 타구를 보는데 집중했다. 타자의 스윙에 따라 어떤 타구가 나오는지, 그리고 그 타구의 성격은 어떤지를 먼저 파악해야 했다. 자신의 타격훈련까지 포기한 채 그는 외야수가 되기 위해 하루 종일 외야에서 살았다.


○좌익수 이숭용

현대가 1996년 태평양을 인수하면서 김재박 감독이 사령탑이 됐다. 김 감독은 시즌 초부터 외야로 전향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이숭용을 좌익수로 기용했다. 프로에 입단할 때 ‘3년 안에 주전이 안 되면 유니폼을 벗겠다’고 했는데 3년 만에 주전이 됐다. 규정타석을 채우고 생애 첫 100안타를 때렸다. 창단 첫해 한국시리즈에 올라 준우승도 했다. “감독님이 절 살려주셨죠. 미숙한 저를 좌익수로 계속 밀어주셨어요.” 김 감독은 “노력을 많이 했다. 꼭 한번 기회를 주고 싶었고 그 기회를 숭용이가 놓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군기반장을 해라

현대 시절 주장 김경기가 이숭용을 불렀다. “네가 군기반장을 해라.” ‘캡틴 이숭용’은 1997년 그가 군기반장이 되면서 시작됐다. SK 김경기 코치는 “숭용이가 군기반장을 하면 딱 어울릴 것 같았다”고 했다. 그 순간부터 이숭용은 팀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 야구도 잘했지만 팀 분위기를 조율하는데 그만한 선수가 없었다. 특히 운동장에서 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는 용납하지 않았다. 박재홍과 조용준 같은 슈퍼스타도 그에게 눈물이 쏙 빠질 만큼 혼난 적이 있다. 혈액형을 조사해 후배들 성격에 맞게끔 조언을 했고, 후배들의 마음을 알기 위해 먼저 찾아가 대화를 시작했다. “멘탈 코치가 있다면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저도 선수생활을 했지만 꼭 필요한 부분이거든요.” 프로에서 18년을 뛰며 그가 느낀 것은 ‘마음이 움직여야 진정으로 몸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선수들을 좀 더 많이 알아야겠다

해외연수를 포기하고 해설자의 길로 들어선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은퇴식을 하고 3경기를 덕아웃이 아닌 본부석에서 봤다. 프로에 입단한 뒤 관중석에서 야구를 보기는 처음이었다. “넥센을 제외한 다른 팀 선수를 너무 모르고 있었어요.” 해설을 하면서 많은 선수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좀 더 많은 선수를 알고 그 선수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나중에 지도자가 됐을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똑같은 이론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야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을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선수들의 마음을 전달하는 해설자가 되겠다

눈앞에 보이는 게 모든 것이 아니다. 잘 치고 잘 던지는 게 모든 것은 아니다. 왜 잘 쳤는지, 왜 못 던졌는지, 왜 흔들리는지를 말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 그 선수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그런 해설을 하려고 한다. ‘캡틴 이숭용’은 노력과 좋은 멘탈을 프로선수의 필수조건으로 꼽는다. 그 자신이 그렇게 18년을 현역으로 뛰었다. 그렇게 살아온 ‘캡틴’의 해설은 과연 어떤 색깔일까.

지난해 넥센에서 은퇴한 ‘영원한 캡틴’ 이숭용은 지도자로 새로운 도전에 앞서 해설자로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 스포츠동아 DB




김재박 전 감독이 말하는 이숭용

“오직 노력만으로 스타 발돋움”


○노력을 엄청 많이 했다

신인 때부터 지켜봤는데 노력을 많이 하는 선수였다. 타고난 능력을 갖고 있는 천재형 선수도 있지만 숭용이는 오직 노력으로 스타가 됐다. 어떤 감독이라도 숭용이를 보면 기회를 주고 싶었을 것이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팀에는 4번타자도 필요하고 에이스도 필요하지만 리더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숭용이는 훌륭한 리더다. 후배들을 잘 이끌고 선배들에게도 잘한다. 감독 입장에서 항상 함께 하고 싶을 정도의 선수였다.


○좋은 지도자, 좋은 해설자가 될 것이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지도자나 해설자가 선수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좋은 지도자, 그리고 좋은 해설자가 될 것으로 믿는다.


김경기 코치가 말하는 이숭용

“현대 전성기 이끈 뛰어난 리더”


○이숭용은 남자다

신인 때 나한테 “도전해보겠다”고 하더니 1년 뒤에는 패배를 인정하고 1루수 미트를 확 집어던지더라. “이 녀석 남자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가장 친하게 지내는 후배다.


○현대 전성기에는 이숭용이 있었다

강팀에는 훌륭한 리더가 있다. 현대 시절 이숭용은 덕아웃을 휘어잡았다. 모든 선수가 경기에 집중하게 했고 개인보다는 팀을 먼저 생각하게 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대되는 지도자다

사실 숭용이가 해설을 한다고 해서 약간 놀랐다. 하지만 선수를 좀 더 알고 싶다는 그의 뜻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숭용이는 기대되는 지도자감이다. 해설도 선수들에게 큰 용기를 줄 수 있는 그런 해설을 하리라 믿는다.


이숭용은?

▲생년월일=1971년 3월 10일
▲출신교=용암초∼중앙중∼중앙고∼경희대
▲키·몸무게=185cm·86kg(좌투좌타)
▲프로 경력=1994년 태평양∼1996년 현대∼2008년 히어로즈
▲통산 성적=18시즌 2001경기 1727안타(타율 0.278) 162홈런 857타점
▲2012년 XTM 야구 해설가로 데뷔 예정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편집|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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