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우투좌타에 별명까지 타격기계로 동일하다. 두산 김현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시애틀의 스즈키 이치로 벤치마킹을 시작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 정밀한 타격으로 삼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스포츠동아DB
피오리아에 위치한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시애틀 훈련장을 함께 썼던 두산 선수들은 스즈키 이치로(39)의 배팅훈련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현수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이치로의 타격을 지켜보고 있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현수야, 이치로의 타격이 어떠냐?” “잘 맞히는데요.” “넌 여기서 뭘 배웠니?” “2스트라이크 이후 이치로처럼 쳐야 한다는 거요.”
김 감독은 무릎을 탁 쳤다. 김 감독은 “이치로는 배팅훈련부터 달랐다. 볼이 가운데 높이 들어온다 싶으면 방망이(헤드)가 떨어져 나오다가도 수평으로 가져와서 맞히더라. 몸쪽이다 싶으면 순간적으로 팔꿈치를 붙이고 쳤다. 볼 오는 코스에 따라 배팅 조절이 기가 막혔다. 삼진을 잘 안 당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현수는 이치로의 타격을 보고 “나와는 스타일이 다르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배울 점은 분명히 있었다. 그는 “2스트라이크 이후 이치로처럼 친다는 것도 삼진을 안 당하고 잘 맞히겠다는 의미다. 물론 그 전까지는 내 스윙을 하겠지만 2스트라이크 이후부터는 맞히는 것에 집중할 생각이다. 그런 부분에서 감독님과 마음이 통했다”고 밝혔다.
실제 그는 24일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2군과의 경기에서 5타석 중 4번을 2-3 풀카운트까지 가져가는 끈질김을 보였다.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두르는 공격적 성향은 여전했지만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신중하게 볼을 고르는 모습이었다. 26일 넥센과의 연습경기에선 8회 2사 2루서 대타로 나와 이정훈의 초구를 공략해 우익수 뒤로 빠지는 1타점 3루타를 때려냈다. 적극적인 김현수 타격이었다.
뿐만 아니다. 김현수는 넥센 2루수가 중계플레이 과정에서 실책한 사이 홈을 밟아 득점에 성공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김)현수가 잘 친 것도 있지만 열심히 뛰었다. 설령 아웃이 되더라도 그런 모습을 원하는 것이다.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수도 “타격폼이 바뀐 건 없고 정확도를 위해 (스윙을) 작게 가져가면서 이토 코치님의 조언에 따라 타석에서 준비를 빨리 하면서 (볼을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며 “올해는 뛰는 것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열심히 뛰겠다”고 주루플레이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