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돌풍이 K리그를 휘몰아치고 있다. 이렇다할 스타도 없고 재정적으로 취약하지만 끈끈한 조직력으로 상위권 팀들을 위협하고 있다. 11일 포항과의 홈 개막전에서 비긴 후 기뻐하고 있는 광주 선수들. 사진제공|광주FC
해외진출 실패·2군의 눈물젖은 빵…
사연 많은 무명선수와 배고픈 시민구단
용병 주앙도 가난 대물림 싫어 공을 찬다
하지만 푼돈 모아 남을 돕는 따뜻한 인간애
부자구단을 떨게하는 건 휴머니즘의 힘
구단은 재정적으로 가난하다. 선수들의 이름값도 떨어진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선수들의 열정이다. 창단 2년차 광주FC 얘기다. 올 시즌 초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K리그 개막 후 2승1무로 4위. 특히 종료 5분을 남기고 두 골을 몰아치며 짜릿한 3-2의 승리를 일군 주말 제주전은 K리그 3라운드의 하이라이트였다. 무명 선수들이 엮어내는 초반 돌풍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라운드의 휴먼스토리
항상 배가 고픈 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구단을 떨게 하는 광주에는 휴먼 스토리가 유독 많다. 상당수 선수들은 집안 형편이 좋지 않다. 넉넉한 생활을 해보지 못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선수들 대부분이 갓 아마추어 꼬리표를 뗐거나 해외 진출 실패, 다른 구단 2군을 전전한 과거가 있다. 연봉이 많을 리가 없다.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첫 해 연봉이 5000만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제 두 번째 시즌을 맞은 광주의 처우를 짐작할 수 있다. 규정상 연봉이 두 배로 뛰어도 1억 원에 불과하니 말이다.
용병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브라질 공격 듀오 주앙 파울로와 슈바는 쓰라린 아픔을 겪었다.
특히 주앙은 지독히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업도 마치지 못해 한이 맺혔다. 광주에 발을 들인 것도 자식들에게 같은 설움을 대물림하기 싫어서였다. 한 때 명성을 떨친 슈바도 작년 포항을 떠난 뒤 한참 헤매다 어렵사리 광주에 안착했다. 30대 중반이란 나이 탓에 근육 노화가 와 100% 컨디션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명예회복을 목표로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이제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걸 안다. (최만희) 감독님이 ‘나도 축구 인생을 잘 마무리하는 시점이니 너 역시 명예롭게 한국을 떠나라’는 말을 해주셨다.”
광주 선수들의 마음 씀씀이는 남부럽지 않다. 토종, 용병 가릴 것 없이 남에게 베푸는 삶을 몸소 실천한다. 푼돈이나마 불우이웃에게 기부할 줄 알고, 봉사활동도 적극적이다. 팀의 어려운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기 위해 구단 마케팅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SNS 마니아로 통하는 유종현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트위터에 “경기장에서 응원해주세요. ‘같이’의 ‘가치’를 느껴보세요”란 글을 남겨 팬들을 감동시켰다.
광주 최만희 감독은 “우린 돈도,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의지가 강하고 간절함이 있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독특한 정신이 선수들을 에워쌌다”며 밝게 웃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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