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를 통해 본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과 릭 엔키엘

입력 2012-04-27 14: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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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스포츠동아DB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레다메스 리즈(29)의 제구력 난조가 화제다.

리즈는 지난 13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16개 연속 볼을 던지며 팀의 패배를 자초했다. 26일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도 단 한명의 타자도 아웃시키지 못한 채 3연속 볼넷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다.

프로선수라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제구력을 고쳐 잡기 위해 스피드를 줄이며 공을 뿌렸지만 소용 없는 일이었다.

리즈처럼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들에게 어김없이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이름 하여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은 메이저리그 투수였던 스티브 블래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블래스는 1971년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오른손 투수. 1968년부터 5년 연속 10승을 넘길 만큼 꾸준함도 갖춘 수준급 투수였다.

하지만, 1973년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88이닝 동안 84개의 볼넷을 내주며 3승에 그쳤다.

당시 블래스는 심리 치료까지 받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이후 투수가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현상을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이라고 부르게 됐다.

이러한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을 겪은 가장 유명한 선수는 현재 워싱턴 내셔널스의 중견수로 활약중인 릭 엔키엘(32).

엔키엘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0년 메이저리그 무대에 혜성과도 같이 등장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날스 소속이었던 엔키엘은 신인 자격을 유지하고 있던 2000년, 31경기에 등판(30선발)해 175이닝을 던지며 11승 7패와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했고 이닝 수 보다 많은 197개의 삼진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좌완 파이어볼러의 등장에 팬들은 환호했고, 엔키엘은 그 해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라파엘 퍼칼에 이어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 엔키엘이 포스트시즌 들어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게 된 것.

세인트루이스는 애틀란타와의 디비전 시리즈 1차전에 엔키엘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하지만, 엔키엘은 2 2/3이닝 동안 4피안타 6볼넷을 내주며 4실점하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 경기에서 엔키엘은 정규 시즌과는 전혀 다른 투구를 했다. 엔키엘이 던진 공은 탄착군을 잃은 탄두처럼 산발적으로 퍼졌다.

그럼에도 세인트루이스는 엔키엘을 한 번 더 믿었다.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시킨 것. 그러나 엔키엘의 제구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는 상태였다. 1이닝도 소화하지 못하며 2/3이닝 동안 6타자를 상대해 1피안타 3볼넷을 내주며 2실점하고 강판됐다.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연속으로 극심한 제구력 난조를 보이자 엔키엘에게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 이라는 판정이 내려졌다.

이후 엔키엘은 평범한 투수로 전락하며 2001년 6경기에 선발 등판해 1승 2패와 평균자책점 7.13을 기록했고, 2004년에는 중간 계투로 변신해 재기를 노렸지만 신통치 않은 성적을 내고는 더 이상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더 이상 투수로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엔키엘은 2007년 타자로 변신했고 이후 캔자스시티 로열즈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워싱턴 내셔널스를 옮겨 다니며 강한 어깨를 가진 외야수로 정교하지는 않지만 파워 넘치는 타격을 보여주고 있다.

동아닷컴 조성운 기자 madduxl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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