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벵이 라운딩’ KLPGA 고질병

입력 2012-06-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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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굼뜬 경기 운영 이것이 문제다

9번홀 끝내고 최소 20분씩 대기
선수들 ‘늑장 퍼팅’ 정체 부추겨
‘굼벵이 골퍼 양성소’란 오명도


필드에서 가장 인기 없는 골퍼는 누구일까. 바로 경기 흐름을 깨뜨리는 ‘굼벵이 골퍼’다.

KLPGA 투어의 오랜 악습 가운데 하나는 지루한 경기 운영이다. 108명밖에 출전하지 않지만 경기 시간은 6시간도 넘게 걸린다. 미국이나 일본 투어의 경기가 4시간30분 내외에서 끝나는 것과 비교하면 1∼2시간 더 길다. KLPGA 투어가 굼벵이 골퍼의 양성소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KLPGA 투어의 지루한 경기는 올해 정점에 달하고 있다.

4월 열린 롯데마트여자오픈 1,2라운드의 경기 시간은 최대 6시간 30분이 걸렸다. 올 들어 가장 긴 경기 시간이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상반기 마지막 대회인 에쓰오일 챔피언스 1라운드 마지막 조의 경기는 5시간57분 만에 끝났다.

이유는 경기 진행방식에 있다.

108명의 선수가 1번과 10번홀에서 3명씩 차례로 출발한다. 티오프 간격은 9∼10분이다. 1조는 오전 7시에 경기를 시작했다. 1번홀에서 마지막으로 출발한 35조(18번째)는 오전 9시 50분에 경기를 시작했다. 모든 선수가 경기를 시작하는 데 2시간50분이 걸렸다.

여기까지는 순조롭다. 그러나 1조에서 출발한 선수들이 9번홀까지 경기를 끝내고 들어오는 시간이 보통 2시간 20분∼30분이다. 1조에서 경기를 시작한 선수들은 10번홀에서 경기를 하기 위해서 최소 20∼30분씩 기다려야 한다. 그 사이 2,3,4조가 계속해서 들어온다. 정체현상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느릿한 플레이도 문제다. 선수들은 그린에서 퍼트할 때 보통 30∼60초를 쓴다. 그런데 A선수는 1분30초 이상 시간을 끈다. A와 같은 선수가 많을수록 속도는 느려지게 된다.

지루한 경기방식에 대해 선수들도 불만이 많다. 경기의 맥이 끊기다보니 플레이에 지장을 준다. 20∼30분씩 기다리다보면 집중력이 흐트러져 경기감각도 떨어진다.

경기위원들에게 “묘책이 없는가”라고 물으면 “고민 중이다”라는 답변뿐이다. “방송 시간과 선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겠다”고 핑계를 댄다. 몇 년 전에도 들었던 얘기다.

고민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 변화가 없이는 바꿀 수 없다. 전면적인 개편이 어렵다면 우선 4라운드 대회만이라도 1,2라운드 때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출발시키는 방식도 있다. 미국과 일본은 이렇게 진행하고 있다. 나쁜 습관은 오래될수록 고치기 어렵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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