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노병준은 27일 울산 원정에서 폐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에게 골 세리머니를 선물하겠다는 각오다. 오른쪽 사진은 2009년 11월 포항-알 이티하드의 AFC챔피언스리그 결승이 벌어진 일본 도쿄를 찾아 노병준을 응원 중인 노흥복 씨. 스포츠동아DB
폐암 투병 부친 최근 병세 급속 악화
“울산전 아버지 위해 반드시 골 쏜다”
포항 스틸러스 공격수 노병준(33·사진)은 조커 요원이다. 그런데 팀 공격진이 붕괴되면서 요즘 선발로 뛰고 있다. 그는 17일 서울과 홈경기, 20일 광주와 FA컵 16강전, 23일 제주 원정 등 3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광주 전에서는 풀타임 뛰며 2골을 넣어 3-1 승리를 이끌었다. 포항 관계자가 “요즘 노병준을 보면 너무 열심히 뛰어 걱정이 된다”고 염려할 정도다. 노병준은 27일 울산 현대와 K리그 18라운드 원정에서도 선발 출전할 전망이다. 그가 최근 이렇듯 이를 악 물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아버지를 위해
‘간절히 바랍니다. 부디 내일 경기까지 버텨 주세요. 저 보고 가실 거죠? 그냥 가시면 저 평생 한 맺혀 살지도 몰라요. 아직 하지 못한 한마디가 남아있으니. 꼭 꼭 꼭 힘내셔서 내일까지 아니 더 견디셔야 합니다.’
노병준은 울산과 경기를 하루 앞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버지에게 글을 남겼다.
그의 아버지 노흥복(66) 씨는 폐암으로 3년 째 투병 중이다. 노 씨는 투병 중에도 종종 아들을 보러 경기장을 찾았다. 2009년 8월 컵대회 4강에서 노병준이 생애 첫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팀을 결승에 올려놓았을 때 현장에 있었다. 그해 11월 포항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정상에 오르며 아들이 최우수선수에 올랐을 때도 아픈 몸을 이끌고 직접 일본 도쿄를 찾았다. 아버지가 경기장에 오면 노병준은 펄펄 날곤 했다.
노 씨의 건강은 최근 급속도로 악화됐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전갈이 왔다. 이 와중에도 노 씨는 앰뷸런스를 타고 5월26일 포항-경남 경기장을 방문했다. 당시 노병준은 교체로 들어갔지만 인상적인 활약은 보이지 못했다. 2009년 컵대회, 챔스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때 웃으며 기뻐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기에 노병준의 마음은 더 쓰라렸다.
울산전은 노병준에게 더 특별하다. 아버지에게 골 세리머니를 선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포항은 울산에 갚아야 할 빚이 많다. 포항은 작년 울산과 플레이오프(PO)에서 패하며 우승 꿈이 물거품 됐다. 올 개막전에서도 홈에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이번만큼은 질 수 없다. 노병준은 “늘 막내아들에게 많은 응원을 주신 아버지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표현이 서툴러 못했었다. 항상 큰 힘이 되어 주신 아버지를 위해서 그라운드 위에서 더 열심히 뛰는 모습으로 힘이 되어 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