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베이스볼] 돈 되지, 키스 되지… 전광판 못하는게 없어!

입력 2012-06-30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야구장 전광판은 홍보의 최전선이자 팬 서비스를 위한 공간이다. 키스타임과 같은 장면을 연출해 야구장을 로맨틱한 장소로 바꿔놓기도 한다. 스포츠동아DB

야구장 또하나의 즐거움 ‘전광판’의 비밀


최근 멀티비전 기능에 TV 광고도 OK


구단 수익 큰 효과…기업도 최대 홍보
8억 대전 전광판은 얼굴 점도 보여줘

키스 타임·눈빛 싸움 등 ‘팬 놀이터’
투수들 스피드·투구수 등 세밀 표시
마니아 뿐만 아니라 선수도 큰 도움


야구를 관전할 때 팬들의 눈길이 가장 많이 닿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전광판이다. 전광판은 모든 종목 경기장의 필수시설이다. 야구에선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스코어는 물론이거니와 라인업, 선수기록까지 전광판을 통해 모두 체크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전광판의 활용도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경기기록만을 전달하는 역할로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야구장 전광판에 담긴 비밀을 풀어보도록 하자.


●홍보효과 만점, 최고의 광고 수단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광판은 한글과 숫자 정도를 표기하는 기능만 갖추고 있었다. 단순히 경기기록 전달이 목적이었다.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컬러가 입혀지고, 영상기능도 추가됐다. 최근에는 대형 멀티비전 기능도 구비됐다. 최고의 멀티비전 기능을 자랑하는 곳은 잠실구장과 최근 리모델링을 마친 대전구장이다. 대부분의 멀티비전은 전광판 가운데에 위치해 있지만 잠실구장은 전광판 전면이 멀티비전으로 전환되는 데다, HD 화질을 구현해 극장 못지않다.

경기기록 표기 외 전광판의 주요 기능은 바로 광고다. 프로야구 각 구단은 매 이닝 종료, 또는 투수교체 사이에 광고를 내보낸다. 구장마다 관중 수용 규모에 차이가 있지만 1경기 동안 많게는 3만명 가까운 팬들에게 홍보효과를 노릴 수 있다. 기업명과 제품명 정도만 나갔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전광판 멀티비전 기능 덕분에 TV 광고를 그대로 옮겨 실을 수 있게 됐다. 구단 또는 구장 소유권을 지닌 지자체 입장에선 부가적인 광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고, 광고주 입장에선 광고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대전구장의 최신식 LED전광판은 메이저리그 28개 구장에 설치돼 있는 닥트로닉스 제품(세계적인 조명기업)으로, 가격만 약 8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질이 선명해 선수들의 작은 점까지 보일 정도다. 전광판 자체가 화제가 되는 경우다.

야구장 전광판은 선수정보를 제공해주는 본연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쉴 틈 없는 팬 서비스, 신나는 야구관람

전광판은 팬 서비스 용도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프로야구 7개 구장에서 전광판을 통해 펼쳐지는 공통 이벤트는 ‘키스타임’이다. 야구장을 찾은 커플들의 모습을 포착해 키스 장면을 연출하는 이벤트다. 연인을 비추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남남커플 또는 연인이 아닌 커플을 비춰 당혹스런 표정이 잡히기도 한다.

두산은 멀티비전 활용의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전지훈련 모습을 모두 카메라에 담아 경기 시작 전 또는 경기 중간 내보낸다. 선수들의 평소 모습을 궁금해하는 팬들에게는 그 자체가 팬 서비스다. 또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등장음악과 함께 전광판에는 영상까지 가미된다. 두산 타자들은 말 그대로 ‘폼 나게’ 등장한다.

LG는 전광판 눈싸움을 펼친다. LG 팬 1명과 원정 팬 1명을 동시에 비추고 눈싸움을 벌이는 이 이벤트는 은근히 드러나는 팬들의 자존심 싸움에 그 재미가 있다. 한 경기 동안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팬의 모습을 담은 ‘오늘의 트윈스 팬’ 이벤트도 있다. LG 공병곤 홍보팀장은 “이닝이 넘어가거나 클리닝타임에도 전광판을 활용한 게임 등을 통해 팬들이 쉴 틈 없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학구장도 빼놓을 수 없다. 문학구장은 유일하게 리본전광판(3루측 스카이박스 아랫면에 설치된 띠 모양의 전광판)이 설치된 곳이다. 이 전광판은 선수들의 응원가,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는 용도다. 팬과 호흡을 함께하는 것이다. 2014년 완공 예정인 신 광주구장 역시 메이저리그급 전광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투수들의 스피드와 투구수도 팬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팬 서비스의 일환이다. 최근 3∼4년 전부터 대부분의 구장에선 전광판에 투구 스피드와 투구수를 표시하고 있다. 이는 선수들의 경기 운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삼성 장원삼은 “투구수가 많을 경우에는 승부를 빠르게 가져가는 쪽으로 운영을 한다. 스피드도 투구 후에 전광판을 통해 계속 체크한다. 스피드가 잘 나오는 경기에선 직구 비중을 높인다”고 말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하고 다양한 전광판의 기능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topwook15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