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수당 2000만원? 우린 더블!”

입력 2012-08-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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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도 종반으로 향하면서 치열했던 순위 싸움도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는 분위기입니다. 팀당 30게임 안팎을 남겨 놓고 있는 가운데, 디펜딩 챔피언 삼성이 1위 독주체제를 갖췄고, 5위 KIA가 주춤하면서 4강권과도 제법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야구는 알 수 없는 법. 후순위 팀의 뒤집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야구계 뒷얘기를 전해드리는 스포츠동아 ‘톡톡(Talk Talk) 베이스볼’, 이번주는 근래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두 팀 얘기부터 시작합니다.


1승당 4000만원까지…적자구단의 ‘쩐의 전쟁’


○…예전부터 국내 프로야구에는 이른바 ‘메리트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성적에 따라 구단이 선수단에 연봉 외에 일종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인데요. 당장 눈앞의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현찰만큼 효과적인 당근이 없는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몇 년 전, 구단들이 공식적으로 메리트제를 없애자고 결의를 한 것도 그래서죠. 물론 한두 구단이 약속을 어기면서 자연스럽게 없던 일이 됐지만요. 올 시즌에도 몇몇 구단이 메리트 시스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A구단은 시즌 막판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자 화끈하게 돈다발을 풀었다는 소문까지 퍼지고 있어요. A구단은 올 시즌 승률 5할 이상일 경우 1승당 1000만원씩 승리 수당을 선수단에 나눠줬고, 어느 순간 1승당 금액이 2000만원으로 늘었다고 하더군요. 더 놀라운 것은 최근 특정팀과 맞대결을 앞두고는 이 금액이 ‘따블(4000만원)’로 올랐다는 소문입니다. A팀뿐만 아니라 B팀도 최근 1승당 2000만원씩 당근책을 내 놓았는데, A팀 못지않게 효과를 제법 봤다는 후문입니다. “프로는 돈이고, 돈 있는 구단이 우리 돈을 쓴다는데 무슨 문제냐”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무슨 일만 있으면 “모기업에 기대는 만년 적자구조”라고 한탄하는 구단들이 당장의 1승에 이런 돈을 펑펑 쓰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삼성 선수들 “대구보다 포항을 홈구장으로!”


○…삼성은 지난주 14일부터 16일까지 한화와의 주중 3연전을 포항에서 치렀습니다. 포항구장은 올해 완공된 신축구장이죠. 프로야구 8개 구단의 홈구장(7개 구장) 중 최악으로 꼽히는 대구구장을 홈으로 사용 중인 삼성 선수들에게 신축구장 방문은 기분 좋은 나들이였어요. 포항 3연전을 끝낸 뒤에도 그 여운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두산과의 ‘빅매치’를 위해 잠실을 찾은 가운데에서도 포항구장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장원삼은 “관중석이 바로 뒤에 있어서 색달랐지만 경기에 집중하기가 더 좋더라”라고 만족감을 나타냈습니다. 시설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정인욱은 “라커룸 시설도 정말 좋았다. 원정팀 라커룸도 엄청 좋다고 하더라. 제대로 된 원정팀 라커룸이 마련된 경기장도 드물다"면서 ”홈경기인데 호텔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 빼고는 모두다 만족이다”고 말하더군요. 몇몇 선수들은 “포항구장이 아예 시즌 내내 홈구장이었으면 좋겠다”라며 대구구장에 대한 불만을 에둘러 표현했습니다. 이와 같은 선수들의 목소리, 포항구장 관련 기사와 사진들이 야구장 신축이 지지부진한 대구시에 자극제가 될 수 있을까요?


SK 이만수 감독 “정근우 부진 해법? Let it be!”


○…SK는 최근 5연승을 거두는 등 8월 16경기에서 12승4패(0.750·1위)로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하지만 SK 공격의 첨병으로 불리는 정근우는 8월 15경기에서 타율 0.140를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 빠져 있어요. 급기야 19일 문학 KIA전에서는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습니다. SK 이만수 감독은 “마음의 짐이 많은 것 같다. 자기 스스로 (부진을)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냥 편하게 쉬라는 의미로 선발오더에서 뺐다”고 설명하더군요. 이 감독의 말처럼 “정근우는 대한민국 최고 2루수”입니다. 기술보다는 마음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이 중평입니다. 이 감독은 부진 탈출의 해법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둬야죠.” 비틀즈의 노래 한 소절이 생각납니다.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최고의 선수답게 정근우가 다시 한번 훌훌 털고 일어설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


“안승민 수염 이상해”VS“바티스타 수염 철수세미”


○…한화 용병 바티스타와 투수 안승민이 ‘수염’을 놓고 때 아닌 설전(?)을 벌였습니다. 바티스타가 인터뷰 도중 덥수룩한 턱수염에 대한 질문을 받은 게 발단이었죠. 바티스타는 “시즌 초반에 잘 안 풀려서 면도를 해봤지만 주변에서 하도 ‘못 생겼다’는 반응이 많아 다시 길렀다”고 털어놨어요. 그런데 이때 박찬호와 안승민의 수염에 대한 의견을 묻자 “박찬호 수염은 멋있지만, 안승민 수염은 이상하게 자라니 깎으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평가를 했어요. 지인의 문자 메시지로 이 얘기를 알게 된 안승민이 가만히 있을 리 없죠. 이틀 후, 우연히 바티스타의 수염 발언이 다시 화제에 오르자 혀를 차면서 “바티스타의 수염이야 말로 이상하다. 철로 만든 꼬불꼬불한 수세미 같다”고 혹평(?)을 하더군요. 이어서 “주변에 접시가 있으면 세제 묻혀서 닦아도 될 것 같다”고 강펀치를 날렸어요. 당연히 주변은 ‘빵’ 터졌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둘은 절친한 사이에요. 바티스타가 마음고생을 할 때 가장 따뜻하게 격려해준 동료 역시 안승민이랍니다. 친하기 때문에 가능한 ‘직설 화법’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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