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레슬링 영웅 김현우 “멍 빠지니 잘생겼대요… 부은 눈도 멋진데”

입력 2012-08-2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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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골절 사실을 숨기고 런던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을 따내 감동을 선사한 김현우가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를 찾아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부기가 가라앉은 김현우의 얼굴이 런던 올림픽 시상식 당시의 부은 눈을 담은 태블릿PC 속 사진과 대비된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부러진 손가락 살짝 닿아도 통증… 경기땐 신기하게 하나도 안 아파
메달 못 따 괴로웠을 지현이형, 끝까지 훈련 챙겨줘 너무 고마워
10년간 혹사 내 몸에 작은 선물… 쿠페 스타일 자동차 장만 예정
“너무 바빠서 수술 날짜도 못 잡고 있어요.”

엄지손가락 골절 사실을 숨기고 런던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을 따내 (본보 9일자 A3면 참조) 감동을 선사한 김현우(24·삼성생명). 그는 13일 귀국 후 각종 인터뷰와 행사 참석 요청으로 연예인 못지않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18일에야 처음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았을 정도다. “원주 고향집에도 겨우 갔다 왔어요. 각종 행사 다니는 게 운동보다 더 힘든 거 같아요(웃음).”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를 방문한 김현우에게 올림픽 후 달라진 일상과 올림픽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현우는 대표팀 감독, 코치뿐 아니라 동료들에게조차 손가락 골절 사실을 숨기고 경기에 나섰다. 테이핑으로 손가락을 고정시켰지만 살짝만 충격을 가해도 통증이 밀려왔단다. 김현우는 “신기하게도 정작 매트에서는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했어요. 아마도 올림픽 무대에 완전히 몰입했기 때문이겠지요”라고 말했다.

김현우는 손가락뿐 아니라 퉁퉁 부은 눈으로 국민들을 울렸다. 부기가 가라앉자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밤탱이 눈 투혼’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6일 런던 올림픽 선수단의 청와대 초청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눈에 멍을 그리고 다녀야 사람들이 알아보겠다”며 농담을 했을 정도다. 김현우는 “눈에 문지르라고 계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멍이 없어지니 잘생겼다는 말도 듣습니다. 하지만 저는 영광의 상처인 ‘부은 눈’이 더 멋지고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8일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66kg급 경기에 나설 때 김현우의 부담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김현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노골드 이후 침체기에 빠진 한국 레슬링계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에 앞서 금메달 후보 최규진(55kg급)과 정지현(60kg급)이 노메달에 그쳤기 때문이다. 김현우는 “경기 전날인데 대표팀 숙소에 정적이 흘러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며 “하지만 (정)지현이형이 끝까지 훈련을 챙겨줬다. 노메달로 괴로웠을 텐데…. 형이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룬 김현우에게는 소박한 꿈 하나가 있단다. 자신의 첫 자동차를 장만하는 것이란다. 평소 만나고 싶었던 연예인의 이름이라도 말하는 양 수줍은 미소를 지었던 김현우는 “올림픽 전에는 정신적으로 흐트러질까봐 차를 사지 않았다. 자동차는 10여 년 동안 혹사된 내 몸에 대한 작은 선물이다. 잘 빠진 쿠페 스타일을 장만하겠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끝난 지 12일밖에 안 된 선수에게 가혹한 질문인 줄 알면서도 ‘다음 목표’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심각한 질문에 김현우는 ‘우문현답’을 내놨다. 그는 “일단 잘 쉬어야지요. 그래야 더 큰 꿈을 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뒷바라지해준 가족들을 위해 보은 해외여행도 갈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김현우는 한 가지만큼은 꼭 지키고 싶다고 했다. 호기로운 ‘올림픽 2연패’ 공언보다 믿음이 가는 다짐이었다. “요즘 팬들에게 사인해줄 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현우’라고 적어요. 그 이름에 누가 되지 않는 사람이 될 겁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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