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훈 감독. 스포츠동아DB
“아니, 내가 왜 머리가 아파야 하죠?”
단지 ‘8강행 캐스팅보트’를 쥐었다는 이유만으로 골치가 아프다. 26일 K리그 30라운드 인천 원정을 떠났던 제주 박경훈 감독이 그랬다. “스플릿 시스템이 도입되며 막판까지 흥미진진해진 건 좋은데, 우리가 머리 아픈 건 의아하다”고 했다.
곤란해진 입장 탓이다. 29라운드까지 승점 42를 마크, 7위를 달리며 8강 진입을 사실상 확정지은 제주였지만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다급했다. 9월 중순 시작될 하반기 라운드까지 고려할 때 최소한 원정 10경기 연속 무승(6무4패)의 사슬은 끊어야 했다.
박 감독은 “어차피 우릴 잡아야 하는 인천은 사생결단으로 나올 것이다. 이를 역이용해야 하는데 상황이 묘하다”면서 “요즘 타이트한 스케줄로 선수단의 체력이 많이 떨어졌는데도 주전 한 두 명을 빼기도 어려웠다. 다른 곳에서 경쟁할 대구나 경남 등이 이상하게 볼 수도 있다”고 애환을 토로했다. 시시각각 변할 타 경기 상황에 따른 전술적인 선택 역시 염두에 둬야 했다. “인천이 이기고 있을 때 우리가 이기고 있을 때 두루 염두에 두고 많은 생각을 하느라 머리가 정말 아팠다.”
고충은 또 있었다. 박 감독과 인천 김봉길 감독과의 각별한 인연 때문이다. 박 감독이 전남에서 코치를 할 때 김 감독은 현역이었다. 사제간의 만남은 늘 설레지만 적어도 이런 경기는 아니었다. “‘봐 달라’는 건 아니더라도 (김 감독이) 전화 좀 해서 우는 소리라도 하지”라던 박 감독의 표정에는 복잡 미묘한 감정이 얽혀 있었다.
인천|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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