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진짜 0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공허했죠.”
3년의 기다림 끝에 나온 정규 앨범이었다. 지난해 8월,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 ‘null(널)’을 선보인 주니(JUNNY). 무겁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꺼내놓은 뒤 주니에게 남은 건 공허함이었다. 앨범명처럼, 정말 ‘0’이 된 기분이었다. 번아웃에 휩싸인 주니는 그토록 사랑했던 음악과 거리를 둘 정도로 큰 위기를 겪었다.
늘 작업실에 머물며 음악에 몰두했던 주니는 잠시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여행을 떠났다. 건물과 도시 풍경에 빠져들었고 전시회를 찾았다. 패션쇼를 보며 영감을 얻었고, 미슐랭 식당을 찾아 디테일을 배웠다. 존경하는 뮤지션들이 정신 건강을 챙기며 창작하는 방식을 보며 자신도 달라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퍼렐 윌리엄스 같은 뮤지션들도 정신적인 건강을 챙기면서 하더라고요. 영감을 받으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고, 잔디도 좀 만져봐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무엇보다 음악을 작업하는 방식부터 바꿨다. 예전엔 ‘좋아하는 노래’를 레퍼런스로 삼아 곡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출발했다.
“예전에는 ‘오늘 좋은 노래를 써야지’였다면, 이번에는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이지?’부터 생각했어요. 그 기분을 따라 영상이나 사진을 두고 그림 그리듯 작업해봤죠.”
그렇게 탄생한 곡이 11일 발매된 새 디지털 싱글 ‘Heaven Can Wait(헤븐 캔트 웨이트)’다. 지난해 12월 시즌송 ‘SEASONS’ 이후 약 6개월 만의 신곡이자, 번아웃 이후 처음 쓴 노래다. 제목 그대로 ‘천국조차 잠시 미뤄두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순간’을 담았다.
주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아름다워서 천국도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은 감정”이라며 “여름에 시원하게 들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곡은 주니가 추구한 ‘콰이어트 럭셔리(Quiet Luxury)’ 감성이 짙게 배어 있다. 과한 장식 대신 절제된 리듬과 은은한 고급스러움으로 분위기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음악뿐 아니라 콘셉트 포토와 뮤직비디오 전반에도 같은 결을 유지하려 했다.
“한 끗 차이였어요. 하나를 더 넣으면 과해지고, 하나를 빼면 심심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조율했어요. 다행히 같이 작업한 사람들이 다 비슷한 주파수를 가지고 있었어요.”
재미있는 건 제목 비하인드다. 마이클 잭슨의 동명곡을 떠올리게 하는 ‘Heaven Can Wait’는 사실 향수 이름에서 출발했다.
“은은하면서 고급스러운 향이 좋아서 향수 이름처럼 시작했어요. 가이드 제목도 그냥 ‘Heaven Can Wait’였죠. 그런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마이클 잭슨 곡이 있는 거예요. 알고 있던 곡인데 뒤늦게 깨달았어요. 심지어 마이클 잭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도 나온 시점이라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노린 건 아니에요. 흐름대로 가다 보니 신기하게 맞아떨어졌어요.”
오랜 시간 K팝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한 만큼,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도 넓어졌다. 아이유, 엑소, NCT, JAY B 등 여러 아티스트의 곡 작업에 참여해온 그는 “다른 아티스트 곡 작업은 내 음악을 하다가도 벗어나 리프레시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제는 ‘주니’라는 이름 자체를 더 널리 알리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제 음악을 아는 분들은 있는데 아직 이름은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그걸 연결시키고 싶어요. 단순히 유명해지고 싶다는 것보다 책임감이 커요. 모브컴퍼니는 저로 인해 만들어진 회사이고, 같이 일하는 분들이 더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함께하는 사람들의 기둥이 되고 싶어요.”
이를 위해 쇼츠 콘텐츠부터 예능, 라디오 등 다양한 시도도 열어두고 있다. 어언 한국 생활 7년 차. 한때는 한국어에 대한 콤플렉스도 있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보다 편안하게 전할 수 있게 됐다.
오는 13일에는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첫 국내 단독 콘서트 ‘DJ Soulscape Curated 29 JUNNY’를 개최한다. 유럽, 북미, 아시아 등 23개 도시를 돌며 공연해왔지만 국내 단독 콘서트는 처음이다.
“한국에서 콘서트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해요. 여기서 시작해서 더 큰 무대도 서고, 팬들에게 자랑스러운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꾸준히 행복하게, 오래 음악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진짜 0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공허했죠.”
3년의 기다림 끝에 나온 정규 앨범이었다. 지난해 8월,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 ‘null(널)’을 선보인 주니(JUNNY). 무겁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꺼내놓은 뒤 주니에게 남은 건 공허함이었다. 앨범명처럼, 정말 ‘0’이 된 기분이었다. 번아웃에 휩싸인 주니는 그토록 사랑했던 음악과 거리를 둘 정도로 큰 위기를 겪었다.
늘 작업실에 머물며 음악에 몰두했던 주니는 잠시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여행을 떠났다. 건물과 도시 풍경에 빠져들었고 전시회를 찾았다. 패션쇼를 보며 영감을 얻었고, 미슐랭 식당을 찾아 디테일을 배웠다. 존경하는 뮤지션들이 정신 건강을 챙기며 창작하는 방식을 보며 자신도 달라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퍼렐 윌리엄스 같은 뮤지션들도 정신적인 건강을 챙기면서 하더라고요. 영감을 받으려면 밖으로 나가야 하고, 잔디도 좀 만져봐야 한다는 걸 느꼈어요.”
무엇보다 음악을 작업하는 방식부터 바꿨다. 예전엔 ‘좋아하는 노래’를 레퍼런스로 삼아 곡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출발했다.
“예전에는 ‘오늘 좋은 노래를 써야지’였다면, 이번에는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이지?’부터 생각했어요. 그 기분을 따라 영상이나 사진을 두고 그림 그리듯 작업해봤죠.”
그렇게 탄생한 곡이 11일 발매된 새 디지털 싱글 ‘Heaven Can Wait(헤븐 캔트 웨이트)’다. 지난해 12월 시즌송 ‘SEASONS’ 이후 약 6개월 만의 신곡이자, 번아웃 이후 처음 쓴 노래다. 제목 그대로 ‘천국조차 잠시 미뤄두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순간’을 담았다.
주니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아름다워서 천국도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고 싶은 감정”이라며 “여름에 시원하게 들으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곡은 주니가 추구한 ‘콰이어트 럭셔리(Quiet Luxury)’ 감성이 짙게 배어 있다. 과한 장식 대신 절제된 리듬과 은은한 고급스러움으로 분위기를 완성하는 방식이다. 음악뿐 아니라 콘셉트 포토와 뮤직비디오 전반에도 같은 결을 유지하려 했다.
“한 끗 차이였어요. 하나를 더 넣으면 과해지고, 하나를 빼면 심심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조율했어요. 다행히 같이 작업한 사람들이 다 비슷한 주파수를 가지고 있었어요.”
재미있는 건 제목 비하인드다. 마이클 잭슨의 동명곡을 떠올리게 하는 ‘Heaven Can Wait’는 사실 향수 이름에서 출발했다.
“은은하면서 고급스러운 향이 좋아서 향수 이름처럼 시작했어요. 가이드 제목도 그냥 ‘Heaven Can Wait’였죠. 그런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마이클 잭슨 곡이 있는 거예요. 알고 있던 곡인데 뒤늦게 깨달았어요. 심지어 마이클 잭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도 나온 시점이라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노린 건 아니에요. 흐름대로 가다 보니 신기하게 맞아떨어졌어요.”
오랜 시간 K팝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한 만큼, 음악을 바라보는 시선도 넓어졌다. 아이유, 엑소, NCT, JAY B 등 여러 아티스트의 곡 작업에 참여해온 그는 “다른 아티스트 곡 작업은 내 음악을 하다가도 벗어나 리프레시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제는 ‘주니’라는 이름 자체를 더 널리 알리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제 음악을 아는 분들은 있는데 아직 이름은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그걸 연결시키고 싶어요. 단순히 유명해지고 싶다는 것보다 책임감이 커요. 모브컴퍼니는 저로 인해 만들어진 회사이고, 같이 일하는 분들이 더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함께하는 사람들의 기둥이 되고 싶어요.”
이를 위해 쇼츠 콘텐츠부터 예능, 라디오 등 다양한 시도도 열어두고 있다. 어언 한국 생활 7년 차. 한때는 한국어에 대한 콤플렉스도 있었지만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보다 편안하게 전할 수 있게 됐다.
오는 13일에는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첫 국내 단독 콘서트 ‘DJ Soulscape Curated 29 JUNNY’를 개최한다. 유럽, 북미, 아시아 등 23개 도시를 돌며 공연해왔지만 국내 단독 콘서트는 처음이다.
“한국에서 콘서트를 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해요. 여기서 시작해서 더 큰 무대도 서고, 팬들에게 자랑스러운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꾸준히 행복하게, 오래 음악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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