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신’은 경남 택했다

입력 2012-08-2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6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광주FC전에서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두며 8위에 올라 스플릿 시스템 상위그룹에 합류한 경남 선수들이 최진한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사진제공|경남FC

상-하위 그룹 운명의 재구성

경남, 인천에 제치고 8위로 골인
인천, 골득실서 뒤져 아쉽게 9위


대구, 서울에 덜미 하위그룹으로

자리는 단 하나였는데, 무려 4개 팀들이 촘촘히 묶여 있었다. 상위 8개 구단만 참여할 수 있는 K리그 스플릿시스템 그룹A에 나설 주인공은 대부분 가려졌으나 8위 자리가 문제였다.

26일 오후 7시 전국에서 동시에 열린 30라운드의 포커스도 바로 8위를 향한 혈전이었다. 상황은 복잡했다. 승점 42의 제주 유나이티드가 8∼9위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구FC에 비해 한 경기를 앞선 7위를 마크하고 있었지만 골 득실이 +13으로 매우 높아 8위권 진입을 확정한 가운데 8위를 놓고 인천(승점 39·골 득실 -2), 대구(승점 39·골 득실 -5) 외에 10위 경남FC(승점 37·골 득실 +2), 심지어 11위 성남 일화(승점 36·골 득실 -6)도 가세해 확률 게임을 벌인 형국이었다. 당연히 ‘경우의 수’도 많았고, 8강 진출 가능성과 반대의 상황에 처할 시나리오도 충분히 존재했다. 손에 땀을 쥐는 90분, 마지막까지 뜨거웠던 K리그의 8위 싸움을 되돌려봤다.


○인천의 바람대로 이뤄진 전반

모든 경기에는 상대성이라는 게 존재한다. 약체가 강호를 꺾는 이변이 유독 많은 스포츠가 바로 축구다. 물론 상대에 따른 체감 온도도 다르다.

실제로 마지막 라운드 대진표는 경남이 가장 유리해 보였다. 인천이 시즌 중반까지 줄곧 상위권을 달렸던 제주를 만났고, 대구가 내내 선두권을 오간 FC서울 원정을 떠난데 반해 경남은 일찌감치 그룹B(9∼16위) 진입이 확정된 광주FC를 홈으로 불러들였기 때문. 킥오프를 앞두고 만난 인천 프런트도 “어떤 경기보다 경남-광주전이 가장 신경 쓰인다”고 털어놓았다.

하프타임 이전까진 인천의 바람대로였다. 일단 승점 3부터 확보하는 게 절실했으나 부담이 너무 컸던 탓일까.

전반 33분 광주 김은선의 첫 골에 경남은 승점은 그대로 유지한 채 골 득실이 +1로 떨어지고 말았다. 지난 시즌 말미 6강 플레이오프 진입을 꿈꾸던 상위 팀들의 덜미를 자주 낚아채며 ‘고춧가루 부대’의 위용을 발휘했던 광주의 영향이 이번에도 발휘된 인상이었다.

10분 뒤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의 득점 소식이 전해졌다. 전반 43분 콜롬비아 용병 몰리나의 어시스트를 하대성이 대구의 골네트를 갈랐다. 대구는 골 득실이 -6로 떨어져 아주 부담스러운 후반전을 맞이하게 됐다. 승리하더라도 가급적 많은 골을 넣으며 대승을 거두고, 다른 팀들이 대패를 하기를 바라야 하는 아주 절박한 처지에 놓였던 성남은 수원 삼성을 홈으로 불러들여 전반 37분 브라질 공격수 에벨톤의 골로 간신히 1-0 리드를 잡고 있을 뿐이었다. 같은 시각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과 제주의 대결은 득점 없이 팽팽하게 진행 중이었다.




○마지막 주인공은 경남

모든 경기들이 후반전에 돌입한 오후 8시 5분. 이대로라면 인천이 승점 1을 추가하며 8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다. 김봉길 감독이 그라운드에 시선을 못 박은 동안, 창원에서 경남의 동점골이 나왔다. 후반 7분 고재성의 슛으로 승부는 다시 원점이 됐다. 그 사이 성남은 후반 5분 수원 수비 보스나에게 왼발 프리킥 동점 골을 내줘 더욱 암울해졌다. 창원에서 후반 18분 다른 소식이 추가됐다. 후반 18분 최현연의 골로 경남의 2-1 역전. 오후 8시25분까지 인천과 경남이 승점 40으로 동률이 되지만 골 득실 +3이 된 경남이 8위에 오르게 돼 있었다. 인천은 -2. 인천은 이런저런 변수들을 고려할 것 없이 무조건 이기는 길 밖에 남지 않았다. 인천 벤치가 더욱 부산해졌다. 후반 24분 남준재를 빼고 박준태를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다. 그 시점, 대구는 서울 몰리나에게 추가골(후반 33분)을 내줘 경쟁에서 확실히 멀어졌다.

인천은 마지막 한 끝이 부족했다. 거의 후반 내내 흐름을 장악했으나 그 뿐이었다. 슛을 모두 10차례나 시도하며 제주를 압박했지만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0-0 무승부와 함께 그룹B 추락. 경남이 2-1 승리를 확정지으며 골 득실의 기적을 일궜다. “좋은 날, 잔칫상 차려 남 주기 싫다”던 김 감독의 간절한 바람 역시 무위로 끝났다.

인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