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tter Interview]김강민 “그렇게 싫던 별명 ‘짐승’ 이젠 정들었어요”

입력 2012-09-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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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수비범위와 강한 어깨. SK 김강민의 외야수비는 국내 최정상으로 꼽힌다. 남들은 “짐승 같은 감각 덕이 아니냐?”고 묻지만, 그는 “실책이 나오면 바로 반복훈련을 통해 잘못된 점을 고쳐나갔다. 상대 타자와 우리 투수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 좋은 수비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스포츠동아DB

고교 투수유망주 시절 싸우다 손 부상 아쉬워
철벽 외야수비 비결? 투수 돕겠다고 늘 다짐
KS 우승하면 팬들께 이승기 노래 들려주겠다


9월 13일. 김강민(30·SK)이 만 서른 살을 맞은 날이었다. 밖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SK 선수단의 서울 숙소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오늘 참 (분위기가) 좋네요”라며 미소를 던졌다. 2007∼2011시즌 SK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동안 중견수로 맹활약한 그는 올 시즌에도 센터라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물샐 틈 없이 촘촘한 그의 수비실력처럼, 팬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도 꼼꼼했다. 그가 직접 뽑은 친필 사인볼(맥스스포츠 제공)의 당첨자는 @think29kh, @0427_jin, @we1207이다.


-2일 프록터(두산)에게 적시타를 치면서 상대전적 5타수 5안타가 됐는데 비결은요?(@think29kh)

“정말 잘 던지는 투수인데, 나와는 궁합이 맞는 경우가 있어요. 류현진(한화)이라면 이재원, 최정(이상 SK) 나지완(KIA)이라면 채병용(SK) 같은 경우죠. 병용이 공이 안 좋아서 맞는 것은 아니거든요. 올스타전 때 프록터를 만났는데 그러더라고요. ‘나한테만 안타 4개를 쳤다’고. 그래서 ‘3할도 못 치는 타자인데 나도 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웃어넘겼어요. ‘다음에 만나면 볼넷’이라고 하더니 승부를 하대요.(웃음)”


-원정 룸메이트는 어떤 선수인가요? 방 에피소드 하나 알려주세요.(@think29kh)

“원래는 박경완 선배였어요. 2009, 2010년쯤 이상한 징크스가 하나 있었어요. 제가 멀티히트를 치면 팀이 무조건 이기는 거예요. 그래서 선배님이 ‘넌 안타 2개를 쳐야 외출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등장 곡으로 ‘Butterfly’(러브홀릭)를 사용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Seo_0211)

“제가 타석에 들어갈 때 좀 덜렁거리는 스타일이거든요. 수비할 때는 신중한데, 타석에만 들어가면 저도 모르게 공격적으로 변해요. 그 노래가 약간 잔잔한 음악인데, 그렇다고 다운되지도 않고…. 그 노래를 들으면 좀 차분해지더라고요.”


-원래 말이 없고 무뚝뚝한 편인가요? 야구장 가서 소리 질러도 눈길 한번 안주시고 무표정으로 갈 때마다 속상하답니다.(@skehlwl77)

“야구장 나오면, 팬들 계신 가까운 쪽은 시야에 넣지 않으려고 해요. 심지어 얼마 전에 사촌동생이 근처에 앉아있었는데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어요. 사실 손 흔들고 사인하는 게 아직 어색한 측면도 있고, 무엇보다 경기장에선 집중해야 하니까요. 오해하지는 말아주세요.(웃음)”


-작년에 이만수 감독님이 투수 제의를 했다던데, 정말로 투수로 뛰었다면 어땠을까요?(@okskjs)

“제가 프로에 와서도 1년간 투수를 했으니까 감독님께서 농담하신 거죠. 저도 정말 타임머신 타고 가보고 싶네요. 더 잘됐을 수도 있고, 지금 야구판에서 없을 수도 있잖아요. 직구 구속은 145∼147km까지 나왔는데…. 변화구 컨트롤이 잘 안됐어요.(웃음)”


-수비할 때 공이 오면 무슨 생각하시나요?(@0427_jin)

“저는 수비할 때 투수를 도와준다는 생각을 해요. 쟤(투수)만 잘 하면 우리가 이기거든요. 그게 제일 승리하기 쉬운 방법이에요. 우선 포수가 제일 많이 도와주고, 내야수는 가까운 데서 도와주고, 외야수도 한 경기에 한번은 도와줄 수 있어요. 그러면 이기는 거죠. 그래서 실책이 나오면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1년에 한두 개밖에 안하는데도 말이죠.”


-짐승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불리고 싶은 별명은 무엇이신지?(@queen07281)

“제가 오른손을 다쳐서(새끼손가락 중수골 종양) 수술을 했거든요.(2009년 1월) 원래 그 해 7월 복귀였는데, 5월부터 경기에 나갔어요. 수술하고 한 달 보름 만에 감독님이 ‘다리 안 아프면 와서 수비하라’고 그래서 시범경기 때도 선수단에 있었거든요. 원래 6월은 돼야 손에 힘이 들어간다고 했는데…. 복귀가 빨랐죠. 팬 분들 입장에선 ‘쟤 벌써 나왔어?’, 이러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짐승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처음에는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이 별명이 괜찮아요.”


-한 경기 보살 3개와 타점 3개 중 어떤 것이 더 매력적인가요?(@yks4422)

“3타점이죠. 보살은 상대가 안 뛰면 나올 수가 없잖아요. 제가 배운 것 중 하나가 수비를 빨리해서 주자를 아예 못 뛰게 하는 게 최고라는 거예요. 일단 플레이가 많이 일어나면 (공이) 빠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잖아요.”


-야구를 하면서 가장 후회했던 일은?(@nayoung_love)

“제가 경북고에 입학했을 때 촉망받는 투수였어요. 덩치가 커지니까 공도 잘 들어가고…. 그런데 체력운동 끝나고 기술훈련 들어갈 시점에 싸워서 손이 부러졌어요. 3개월을 쉬었죠. 코치님들은 넘어져서 다친 줄 아셨어요. 어린 나이에 그 정도를 쉬니까 좋았던 것을 싹 잊어버리더라고요. 만약 제가 그 때 마음을 잘 다스렸으면…. 저는 외야수지만, 아직도 야구의 꽃은 투수라고 생각하거든요.”


-야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요?(@we1207)

“작년 생일(9월 13일 문학 넥센전)이요. 4타수 4안타(1홈런) 4타점을 했거든요. 또 한번은 사이클히트 놓친 경기요.(2010년 8월 3일 대구 삼성전) 홈런, 3루타, 2루타를 기록하고 단타만 남았는데, 조동찬(삼성)이 다이빙캐치를 해서…. 제가 덕아웃 들어가서 (조)동화 형에게도 뭐라고 그랬어요. 그런데 웃긴 것은 형제가 모두 제가 사이클히트를 눈앞에 뒀단 사실을 모른단 거예요. 그 때 주위에서 이런 위로들을 많이 했어요. ‘기록이 나오면 그 경기로 운이 다할 수도 있다’고. 그런데 정말 그 해에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따고, 우승도 하고, 골든글러브도 받았네요.”


-상대 투수가 던지는 공을 보고 고개 끄덕한 다음에 안타 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어떤 의미인지요(@nayoung_love)

“둘 중 하나죠. ‘영상보다는 칠 만하다. 아, 타이밍이 맞다’, 이런 의미이거나 ‘아, 이건 못 치는 거야’죠. 야구가 투수가 잘 던지면 못 치잖아요.”


-이승기의 ‘나랑 결혼 해줄래’를 잘 부른다는 게 정말인가요? 같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heeju91)

“아니에요. 노래 잘 못해요. 와이프가 노래방 가자고 해도 잘 안가요. 팬들이랑 같이 들을 기회요? 제가 이미 결혼했는데요 뭘. 만약 올 시즌 우승을 한다면, 팬들께 ‘나랑 결혼해줄래’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번 생애선 야구만 할 것”

○30년 뒤 그리는 나의 모습은?


“그 때도 야구계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한번밖에 없는 인생, 은퇴후 다른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요새는 이번 생애에선 야구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거니까…. 먼 훗날 이름 하나만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레전드’로서가 아니라 ‘옛날에 외야수 중에 이런 선수가 있었다. 수비 잘하는 선수가 있었다’, 이 정도면 됩니다.”

9월 13일, 만 서른 번째 생일에 팬들의 질문 세례를 받은 김강민이 손수 챙긴 사인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전영희 기자




SK 김강민?

▲생년월일=1982년 9월 13일
▲키·몸무게=182cm·82kg(우투우타)
▲출신교=본리초∼대구중∼경북고
▲프로 경력=2001신인드래프트 SK 2차 2라운드(전체 18순위) 지명·입단
▲2012년 연봉=1억9000만원
▲2012년 성적(16일 현재)=112경기 394타수 105안타(타율 0.266) 4홈런 29타점 10도루


정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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