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커스] LG 신동훈 “나는 투수다”

입력 2012-09-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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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잠실 넥센전에 데뷔 후 처음 등판한 LG 신인투수 신동훈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신동훈은 13일 잠실 SK전 9회말 상대의 투수기용에 불만을 품은 김기태 감독의 지시로 마운드가 아닌 타석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프로 첫 출전이 9회말 대타 논란 속앓이
넥센전 마운드 첫선…1이닝 2K 무실점


넥센-LG전이 열린 19일 잠실구장. LG가 2-7로 뒤진 8회초 갑작스럽게 뜨거운 함성이 터져나왔다. 승부가 이미 기운 터라 의아스러운 상황. 그러나 그 이유는 곧 마운드 위에서 확인됐다. LG의 고졸 신인투수 신동훈(19)이 서 있었다. LG팬뿐 아니라 넥센팬들도 박수로 ‘사연 있는’ 그의 등판을 축하했다.

신동훈은 이날 프로 데뷔 이후 1군 경기에는 처음으로 등판했다. 그러나 프로 데뷔전이 아니었다. 그는 투수가 아니라 타자로 이미 데뷔전을 치렀다. 12일 잠실 SK전에서 0-3으로 뒤진 9회말 2사 2루서 대타로 타석에 섰다. SK가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연이어 투수를 교체하자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LG 김기태 감독이 신동훈을 내보낸 것이다. 그는 배팅장갑도 끼지 않은 채 서서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감독의 뜻에 따라 출전하긴 했지만, 그에게는 상처뿐인 프로 데뷔전이 됐다.

이런 사연을 잘 알고 있는 양측 팬들은 신동훈이 볼을 던질 때마다 힘찬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신동훈은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2번째 타자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투수로서의 기량을 한껏 뽐냈다. 유격수 오지환의 호수비로 3자범퇴를 기록하며 이닝을 마무리한 신동훈. LG 선수 전원은 덕아웃 앞에서 임무를 완수한 후배를 격하게(?) 축하해줬다.

1주일 전 사건은 프로세계에 막 발을 내디딘 신인이 이겨내기에는 다소 버거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신동훈은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리고 마운드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 비로소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잠실|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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