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명구.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죽음의 질주’였다. 2번의 무승부로 9차전까지 진행된 2004년 한국시리즈(KS). 삼성 강명구(32·사진)는 폭우 속에서 펼쳐진 9차전 8회 무사 1·2루서 대주자로 나섰고, 조동찬의 우전안타 때 선행주자가 3루서 멈추는 것을 보지 못하고 내달리다 아웃되는 치명적 오버런으로 추격의 불씨를 꺼트렸다. 결국 삼성은 7-8로 졌다. 이 장면은 줄곧 그의 꼬리표가 돼 쫓아다녔지만, 팀을 울렸던 바로 그 ‘발’로 8년 만에 만회에 성공했다. 24일 SK와의 KS 1차전서 재치 있는 주루플레이로 귀중한 쐐기득점을 올린 것. 다음날 강명구는 “평생 나온 기사보다 어제 하루 나온 기사가 더 많다”며 웃고는 “가족에게도 연락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주셨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강명구는 전문 대주자다.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지만, 워낙 특출한 빠른 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대주자로 기용돼 왔다. 특히 박빙 승부에서 그의 능력은 빛을 발한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플레이가 경기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고충은 있다. 강명구는 “대주자는 3루에서 홈까지가 가장 멀어 보인다. 1루에서 2루, 3루로 가는 것은 내 뜻대로 할 수 있지만 3루에서 홈에 들어가는 것은 타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죽었다 살아난 기분”이라며 오버런의 아찔함도 표현했다. 그래도 자신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앞으로 감독님 마음 편하게, 우리 팀이 크게 이겨서 내가 들어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면서도 “만약 들어가게 되면 우승까지 4승을 해야 하니까 4득점을 목표로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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