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권오준. 스포츠동아DB
웬만하면 뛰려 했습니다. 아니, 뛰고 싶었습니다. 한국시리즈, 이름만으로 가슴 뛰는 그 무대에서 동료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었습니다. 2군으로 내려간 뒤 한 달간 어떻게든 다시 공을 던져보려 애를 써봤습니다. 그런데 참을 수 있는 (팔꿈치) 통증이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코치님. 안 될 것 같습니다.” 코칭스태프의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힘들 것 같다고 코치님께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정말 말하기 싫었지만, 이 상태로 괜히 팀에 합류했다가 폐만 끼칠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TV 중계로나마 매 경기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솔직한 심경은, 차라리 현장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TV로 경기를 보는 게 경기장에 있을 때보다 더 심장이 떨려 죽겠습니다. 그래도 믿었습니다. 특히 5차전 9회 무사 3루서 (오)승환이가 막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 상황을 워낙 많이 겪어봤고, 그때마다 맞는 것보다 막을 때가 더 많았으니까 ‘막겠지’ 싶었습니다. 되레 (안)지만이 상황(7회 무사 1·2루)이 안 좋다고 봤는데, 잘 막는 걸 보고 이기겠다는 확신도 들었습니다.
물론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보면서 뿌듯했지만, 3·4차전 팀이 어려울 때 (제가 있다고 상황이 나아지진 않았겠지만) 옆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그래도 (정)현욱이 형을 필두로 똘똘 뭉친 삼성 투수진은 최강입니다. 개개인 능력이 뛰어난 건 둘째 치고, 서로를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 최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우승을 일궈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승환이, (윤)성환이가 저와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어떤 마음에서 한 말인지 잘 알기에 울컥했습니다. 이제 제가 할 일은 하나입니다. 마지막 9회말 아웃카운트 3개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을 웃으며 반겨주는 겁니다. 수고했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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