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 기자의 취재파일] 구단들 FA총액만 공개…선수연봉 왜 숨기나

입력 2012-1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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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12일 “FA(프리에이전트) 이진영, 정성훈 선수와 각각 4년간 옵션 포함 총액 최대 34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LG는 18일에도 “FA 투수 정현욱과 4년 최대 28억6000만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조건은 구단과 선수 양측 합의 하에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구단에서 이상한 FA 계약 관행을 만들고 있다. 계약금은 얼마인지, 연봉은 얼마인지 구체적 내용이 없다. LG가 먼저 북을 치자, 몇몇 구단에서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한화도 16일 FA 마일영과 3년 총액 8억원에 계약했다고만 발표했다. 그런데 NC도 17일 이호준과 3년간 총액 20억원에 FA 계약을 했다는 보도자료를 돌렸다. 앞으로 NC의 최고 연봉 선수는 누구인지,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 알 길이 없어졌다. NC야 신생구단이어서 일부 지각없는 선배 팀들이 하는 대로 따라했다고 볼 수 있지만, 프로야구 원년 팀으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두산마저 19일 FA 홍성흔과 계약하며 총액 31억원만 발표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선수 연봉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종종 공개된 연봉 외에 이면계약으로 언더머니를 주는 사례는 있었지만, “팬들은 알 바 아니다”며 연봉 자체를 아예 공개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프로스포츠에서 연봉은 선수의 가치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선수와 선수의 연봉을 비교하고, 과거와 현재의 연봉을 비교하고, 구단과 구단의 연봉을 비교하는 것은 프로스포츠의 기본이다. 메이저리그가 왜 예나 지금이나 선수의 사이닝보너스(계약금)와 연봉을 공개하고 있겠는가. 연봉만 봐도 메이저리그의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구단 수뇌부에서 프로야구선수의 연봉을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일반 회사원의 연봉 개념과 혼동하고 있는 게 아닌지 심히 의심된다. 선수 연봉 공개는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양측(구단과 선수)만 합의했다고 될 일이 아니다. 팬들은 선수 연봉을 숨겨도 좋다고 아직 합의하지 않았다. 프로야구의 근간을 흔들고, 프로야구의 역사를 비트는 행위를 당장 멈추기 바란다.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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