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NHN 의장-김범수 카카오 의장(왼쪽부터). 사진|카카오·스포츠동아DB
재미있는 것은 두 회사를 이끌고 있는 이해진 NHN 의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과거에 한솥밥을 먹던 동지였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모두 삼성SDS에서 근무하다 ‘닷컴 열풍’을 타고 창업했다. 먼저 회사를 연 것은 김범수 의장. 그는 1998년 ‘한게임’을 창업해 국내 최대 게임 포털로 키웠다.
이해진 의장은 그보다 1년 늦은 1999년에 ‘네이버’를 창업해 인터넷 포털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2000년 두 사람은 국내 인터넷 시장의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는 역사적인 일을 벌인다. 바로 인터넷 검색 포털 ‘네이버’와 온라인 게임 포털 ‘한게임’의 합병이었다. 여기서 태어난 것이 현재 국내 인터넷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공룡 기업 ‘NHN’이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2000년대 초중반 다양한 인터넷 포털이 경쟁하던 격랑을 헤치고 네이버와 한게임을 국내 최고의 플랫폼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2007년 NHN USA 대표를 맞고 있던 김범수 의장이 홀연 회사를 떠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이후 이해진 의장은 NHN 이사회 의장으로서 ‘네이버’를 국내 최대 포털로 확고히 자리잡게 하는 한편 스마트폰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해 모바일 부문에서도 최고의 인터넷 포털 서비스로 만들었다.
반면 “정박한 배에 있는 것이 싫어 NHN을 떠났다”고 말한 김범수 의장은 3년 동안 두문불출하며 새로운 도전을 모색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큰 변화가 일던 2010년, 오랜 공백을 깨고 ‘카카오’라는 회사를 설립해 돌아왔다. 그리고 내놓은 것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다.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톡’으로 장군을 외치면 이해진 의장은 ‘라인’으로 멍군을 불렀다. 또 ‘N스토어’로 이해진 의장이 장군을 부르자 김범수 의장이 ‘카카오페이지’로 멍군을 외쳤다.
서비스 영역이 점차 확대되면서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조우한 두 벤처 신화의 ‘선의의 경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명근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yke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