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INTERVIEW] 손아섭 “영어와 사투중…내년엔 용병과 프리토킹”

입력 2012-1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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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최다안타 1위 손아섭은 내년 시즌 170안타와 타격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170안타는 프로야구 역사상 9명만이 달성한 기록이다. 스포츠동아DB

유먼·사도스키 말 걸어도 대답 못해 창피
최다안타 1위 불구 홈런 5개…올핸 70점
타격왕·시즌170안타 목표 내년 재도전!
류현진 만나면 쩔쩔…ML행 축하하고 감사


롯데 손아섭은 올 시즌 최다안타 1위에 올랐다. 158안타로 생애 첫 개인타이틀을 차지했다. 타율 0.314로 3년 연속 3할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유력한 상황이다. 그는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히팅 머신’이다. 타석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어떤 공도 칠 수 있는 콘택트 능력을 갖고 있다. 그가 일찌감치 내년 시즌 포부를 밝혔다. 수위타자와 170안타다. 수위타자는 가장 큰 꿈이고, 170안타는 도전이라고 했다. 올해 그는 한번도 자신의 타격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최악의 조건에서 최다안타를 친 셈’이다. 홍성흔과 김주찬이 롯데를 떠났다. 상대적으로 약해진 롯데 타선에서 손아섭이 맡아줘야 할 몫은 더욱 커졌다.


○올 시즌 나의 타격은 70점!

-반갑다. 요즘 어떻게 지내니?


“개인훈련 하면서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영어학원?

“유먼이나 사도스키가 말을 걸면 제가 아무 말도 못했어요. 영어를 모르니까. 미안하고 창피하더라고요. 내년에는 외국인선수들이 말을 걸면 조금은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어때 할 만해?

“처음에는 재미도 있고 했는데, 문장이 길어지니까 어려워요. 솔직히 학교 다닐 때도 영어공부는 해본 기억이 없는데, 어려운 게 당연하죠.”


-올해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했다. 늦었지만 축하한다.

“사실 올 시즌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년 연속 골든글러브도 가능하지 않나?

“외야수들이 전체적으로 부진해서 내심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올해 만날 때마다 느낀 건데 항상 스스로에게 불만이 많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올해 단 한번도 제 타격에 만족한 적이 없습니다. 운이 많이 따랐죠.”


-어떤 점이 불만이었나?

“타격은 타이밍과 밸런스가 갖춰진 상태에서 힘이 동반돼야 하는데, 올해 저는 그런 부분에서 엉망이었어요. 안타는 많았지만 질적으로 좋은 타구는 적었죠. 지난해는 홈런을 15개 쳤는데, 올해는 5개밖에 못 쳤잖아요.”


-지난해와 비교하면 어떤가?

“지난해 7-8월이 최고라면 올해 제 타격은 70점밖에 안 돼요. 발가락 수술 때문에 스프링캠프를 전혀 못했고, 시범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맞았어요. 스윙 스피드도 안나오고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최다안타를 쳤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투수가 컨디션 안 좋은데도 이기는 경우가 있잖아요. 집중력을 더 살려서 던지기 때문이죠. 저는 두 가지만 생각했어요. 첫째는 힘을 빼라, 욕심내지 마라. 둘째는 밀어쳐라였죠. 안 좋은 상태에서 치는 방법을 올해 많이 배웠어요.”


○내년에는 수위타자와 170안타 도전!

-항상 목표가 수위타자라고 했다.


“올해도 시즌 초반 목표는 수위타자였어요. 중도에 포기해버렸죠.”


-어떤 이유로?

“타격이 참 어렵더라고요. 올해는 정말 자신 있었는데…. 시즌 중에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도대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 타격 밸런스고 뭐고 다 잃어버린 느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


-그래도 잘 해냈잖아. 3년 연속 3할에 최다안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내년에는 다시 수위타자 도전해야죠. 제 야구인생에서 가장 큰 꿈이 수위타자거든요. 한번이 아니라 서너 번쯤은 수위타자를 하고 싶어요.”


-최다안타에 대한 꿈도 있잖아.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타율과 안타니까, 안타도 많이 치고 싶죠. 안타를 치면서 홈런 15개, 2루타 30개 정도는 해마다 치고 싶어요.”


-항상 홈런에 대한 욕심이 있더라.

“제가 홈런타자는 아니지만, 해마다 15개에서 20개 정도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장타가 없는 타자는 상대가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시즌 중반에 방망이를 길게 잡고 친 적이 있다.

“장타를 치고 싶었어요. 밸런스가 나빠 못 치는 건데, 괜히 방망이를 한번 길게 잡고 쳐봤죠. 안 되더라고요.”


-앞으로는 항상 방망이 짧게 잡고 칠 건가?

“그럴 생각이에요. 스피드와 정확도만 갖춰지면 방망이 짧게 잡아도 홈런을 충분히 칠 수 있으니까요.”


-최다안타 목표를 170개로 잡았다.

“올해 132경기에서 158안타를 쳤어요. 준비를 잘 하면 충분히 170개 칠 수 있다고 봅니다.”


-왜 170개를 목표로 잡았나?

“우연히 야구 연감을 봤는데 170안타를 친 타자가 딱 9명이더라고요. 이종범(한화 코치) 선배님이 196안타(1994년)로 가장 많이 쳤고, 이병규(LG) 선배가 192안타고요. 170안타 이상이 12차례 있었는데 이병규, 마해영(XTM 해설위원), 이대호(오릭스) 선배만 두 번씩 쳤더라고요. 170안타를 친 10번째 선수가 되자고 생각했죠.”


-170안타를 치면?

“그 다음은 마해영, 이병규, 이종범 선배에게 도전해야죠. 안타를 많이 쳐서 팬들을 한번 설레게 해드리고 싶네요.”


○내년 롯데, 새로운 기대가 생긴다!

-롯데에 변화가 많이 생겼다. 감독이 바뀌었고, 홍성흔과 김주찬은 다른 팀으로 갔다.


“프로야구에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에 더 집중해야죠.”


-아무래도 롯데 공격력은 약해지지 않을까?

“당연하죠. 2년 전과 비교하면 대호 형, 성흔 선배, 주찬이 형이 빠져나간 건데 전력손실이 크죠.”


-롯데하면 공격의 팀인데 내년에는 팀컬러가 바뀔 수도 있겠다.

“아마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저는 내년 롯데가 또 기대가 됩니다. 야구는 역시 투수싸움이거든요. 두산에서 김승회 선배가 왔고, 내년에는 정대현 선배도 시즌 초부터 뛰고, 군대 갔던 (조)정훈이 형도 합류하고. 우리 팀 마운드가 꽤 강해요. 해볼 만하다는 거죠.”


-공격에선 너의 몫이 더 커지겠다.

“좀더 잘해야죠. 저뿐만 아니라 (강)민호 형, (전)준우 형, (황)재균이 형 다 잘해야죠. 장성호 선배님이 온 것도 저는 굉장히 좋더라고요. 왼손타자잖아요. 많이 배워야죠.”


○해외 진출할 만한 실력을 키울 겁니다!

-손아섭의 가장 큰 꿈은 무엇인가?

“한국시리즈 우승! 이건 프로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갖는 꿈인데, 아직 한번도 한국시리즈에 못 가봤잖아요.”


-다른 꿈은?

“해외 진출이죠. 먼 이야긴데 제가 FA(프리에이전트) 되려면 5년 남았거든요. 그때까지 실력을 더 쌓아야죠. 누가 봐도 손아섭을 인정할 정도까지 올라서고 싶습니다.”


-해외 진출이 안 되면?

“마흔 살까지 해서 2000안타는 쳐야죠.”


-류현진(한화)이 메이저리그로 간다. 기분이 어떤가?

“부럽고 축하할 일이죠. 또 감사하기도 하고요.”


-감사하다?

“아마 내년에 류현진이 없어서 리그 평균타율이 조금 올라갈 겁니다. 정말 안타 치기 힘든 투수잖아요. 저도 올해 1할밖에 못 쳤죠. 또 삼성 장원삼, KIA 김진우, 두산 노경은 투수 공에도 많이 약했고요. 내년에는 좀 설욕해야 하는데….”


-외야 수비는 많이 좋아졌더라.

“아이고, 아니에요. 저는 정말 수비에는 소질이 없나봐요. 수비 나가면 긴장 많이 합니다.”


-송구는 일품이잖아?

“그거 하나로 버티는 거죠. 투수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아요.”


-내년에는 만족하는 시즌이 되길 바란다.

“준비된 자만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발전된 모습 보여드리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손아섭?

▲생년월일=1988년 3월 18일
▲키·몸무게=175cm·90kg(우투좌타)
▲출신교=양정초∼개성중∼부산고
▲프로 경력=2007신인드래프트 롯데 2차 4번(전체 29순위) 지명·입단
▲2012년 연봉=1억3000만원
▲2012년 성적=132경기 503타수 158안타(타율 0.314) 5홈런 58타점 61득점 10도루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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