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최다안타 1위 손아섭은 내년 시즌 170안타와 타격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170안타는 프로야구 역사상 9명만이 달성한 기록이다. 스포츠동아DB
최다안타 1위 불구 홈런 5개…올핸 70점
타격왕·시즌170안타 목표 내년 재도전!
류현진 만나면 쩔쩔…ML행 축하하고 감사
롯데 손아섭은 올 시즌 최다안타 1위에 올랐다. 158안타로 생애 첫 개인타이틀을 차지했다. 타율 0.314로 3년 연속 3할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유력한 상황이다. 그는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히팅 머신’이다. 타석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어떤 공도 칠 수 있는 콘택트 능력을 갖고 있다. 그가 일찌감치 내년 시즌 포부를 밝혔다. 수위타자와 170안타다. 수위타자는 가장 큰 꿈이고, 170안타는 도전이라고 했다. 올해 그는 한번도 자신의 타격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최악의 조건에서 최다안타를 친 셈’이다. 홍성흔과 김주찬이 롯데를 떠났다. 상대적으로 약해진 롯데 타선에서 손아섭이 맡아줘야 할 몫은 더욱 커졌다.
○올 시즌 나의 타격은 70점!
-반갑다. 요즘 어떻게 지내니?
“개인훈련 하면서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영어학원?
“유먼이나 사도스키가 말을 걸면 제가 아무 말도 못했어요. 영어를 모르니까. 미안하고 창피하더라고요. 내년에는 외국인선수들이 말을 걸면 조금은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아서요.”
-어때 할 만해?
“처음에는 재미도 있고 했는데, 문장이 길어지니까 어려워요. 솔직히 학교 다닐 때도 영어공부는 해본 기억이 없는데, 어려운 게 당연하죠.”
-올해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했다. 늦었지만 축하한다.
“사실 올 시즌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년 연속 골든글러브도 가능하지 않나?
“외야수들이 전체적으로 부진해서 내심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올해 만날 때마다 느낀 건데 항상 스스로에게 불만이 많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올해 단 한번도 제 타격에 만족한 적이 없습니다. 운이 많이 따랐죠.”
-어떤 점이 불만이었나?
“타격은 타이밍과 밸런스가 갖춰진 상태에서 힘이 동반돼야 하는데, 올해 저는 그런 부분에서 엉망이었어요. 안타는 많았지만 질적으로 좋은 타구는 적었죠. 지난해는 홈런을 15개 쳤는데, 올해는 5개밖에 못 쳤잖아요.”
-지난해와 비교하면 어떤가?
“지난해 7-8월이 최고라면 올해 제 타격은 70점밖에 안 돼요. 발가락 수술 때문에 스프링캠프를 전혀 못했고, 시범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맞았어요. 스윙 스피드도 안나오고 정말 힘들었어요.”
-그런데 최다안타를 쳤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투수가 컨디션 안 좋은데도 이기는 경우가 있잖아요. 집중력을 더 살려서 던지기 때문이죠. 저는 두 가지만 생각했어요. 첫째는 힘을 빼라, 욕심내지 마라. 둘째는 밀어쳐라였죠. 안 좋은 상태에서 치는 방법을 올해 많이 배웠어요.”
○내년에는 수위타자와 170안타 도전!
-항상 목표가 수위타자라고 했다.
“올해도 시즌 초반 목표는 수위타자였어요. 중도에 포기해버렸죠.”
-어떤 이유로?
“타격이 참 어렵더라고요. 올해는 정말 자신 있었는데…. 시즌 중에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도대체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거야?’ 타격 밸런스고 뭐고 다 잃어버린 느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
-그래도 잘 해냈잖아. 3년 연속 3할에 최다안타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내년에는 다시 수위타자 도전해야죠. 제 야구인생에서 가장 큰 꿈이 수위타자거든요. 한번이 아니라 서너 번쯤은 수위타자를 하고 싶어요.”
-최다안타에 대한 꿈도 있잖아.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타율과 안타니까, 안타도 많이 치고 싶죠. 안타를 치면서 홈런 15개, 2루타 30개 정도는 해마다 치고 싶어요.”
-항상 홈런에 대한 욕심이 있더라.
“제가 홈런타자는 아니지만, 해마다 15개에서 20개 정도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 장타가 없는 타자는 상대가 두려워하지 않거든요.”
-시즌 중반에 방망이를 길게 잡고 친 적이 있다.
“장타를 치고 싶었어요. 밸런스가 나빠 못 치는 건데, 괜히 방망이를 한번 길게 잡고 쳐봤죠. 안 되더라고요.”
-앞으로는 항상 방망이 짧게 잡고 칠 건가?
“그럴 생각이에요. 스피드와 정확도만 갖춰지면 방망이 짧게 잡아도 홈런을 충분히 칠 수 있으니까요.”
-최다안타 목표를 170개로 잡았다.
“올해 132경기에서 158안타를 쳤어요. 준비를 잘 하면 충분히 170개 칠 수 있다고 봅니다.”
-왜 170개를 목표로 잡았나?
“우연히 야구 연감을 봤는데 170안타를 친 타자가 딱 9명이더라고요. 이종범(한화 코치) 선배님이 196안타(1994년)로 가장 많이 쳤고, 이병규(LG) 선배가 192안타고요. 170안타 이상이 12차례 있었는데 이병규, 마해영(XTM 해설위원), 이대호(오릭스) 선배만 두 번씩 쳤더라고요. 170안타를 친 10번째 선수가 되자고 생각했죠.”
-170안타를 치면?
“그 다음은 마해영, 이병규, 이종범 선배에게 도전해야죠. 안타를 많이 쳐서 팬들을 한번 설레게 해드리고 싶네요.”
○내년 롯데, 새로운 기대가 생긴다!
-롯데에 변화가 많이 생겼다. 감독이 바뀌었고, 홍성흔과 김주찬은 다른 팀으로 갔다.
“프로야구에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제가 해야 할 일에 더 집중해야죠.”
-아무래도 롯데 공격력은 약해지지 않을까?
“당연하죠. 2년 전과 비교하면 대호 형, 성흔 선배, 주찬이 형이 빠져나간 건데 전력손실이 크죠.”
-롯데하면 공격의 팀인데 내년에는 팀컬러가 바뀔 수도 있겠다.
“아마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저는 내년 롯데가 또 기대가 됩니다. 야구는 역시 투수싸움이거든요. 두산에서 김승회 선배가 왔고, 내년에는 정대현 선배도 시즌 초부터 뛰고, 군대 갔던 (조)정훈이 형도 합류하고. 우리 팀 마운드가 꽤 강해요. 해볼 만하다는 거죠.”
-공격에선 너의 몫이 더 커지겠다.
“좀더 잘해야죠. 저뿐만 아니라 (강)민호 형, (전)준우 형, (황)재균이 형 다 잘해야죠. 장성호 선배님이 온 것도 저는 굉장히 좋더라고요. 왼손타자잖아요. 많이 배워야죠.”
○해외 진출할 만한 실력을 키울 겁니다!
-손아섭의 가장 큰 꿈은 무엇인가?
“한국시리즈 우승! 이건 프로야구선수라면 누구나 갖는 꿈인데, 아직 한번도 한국시리즈에 못 가봤잖아요.”
-다른 꿈은?
“해외 진출이죠. 먼 이야긴데 제가 FA(프리에이전트) 되려면 5년 남았거든요. 그때까지 실력을 더 쌓아야죠. 누가 봐도 손아섭을 인정할 정도까지 올라서고 싶습니다.”
-해외 진출이 안 되면?
“마흔 살까지 해서 2000안타는 쳐야죠.”
-류현진(한화)이 메이저리그로 간다. 기분이 어떤가?
“부럽고 축하할 일이죠. 또 감사하기도 하고요.”
-감사하다?
“아마 내년에 류현진이 없어서 리그 평균타율이 조금 올라갈 겁니다. 정말 안타 치기 힘든 투수잖아요. 저도 올해 1할밖에 못 쳤죠. 또 삼성 장원삼, KIA 김진우, 두산 노경은 투수 공에도 많이 약했고요. 내년에는 좀 설욕해야 하는데….”
-외야 수비는 많이 좋아졌더라.
“아이고, 아니에요. 저는 정말 수비에는 소질이 없나봐요. 수비 나가면 긴장 많이 합니다.”
-송구는 일품이잖아?
“그거 하나로 버티는 거죠. 투수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아요.”
-내년에는 만족하는 시즌이 되길 바란다.
“준비된 자만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발전된 모습 보여드리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손아섭?
▲생년월일=1988년 3월 18일
▲키·몸무게=175cm·90kg(우투좌타)
▲출신교=양정초∼개성중∼부산고
▲프로 경력=2007신인드래프트 롯데 2차 4번(전체 29순위) 지명·입단
▲2012년 연봉=1억3000만원
▲2012년 성적=132경기 503타수 158안타(타율 0.314) 5홈런 58타점 61득점 10도루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