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박모세, 심금 울리는 개막식 애국가

입력 2013-01-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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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평창스페셜올림픽 명장면들

크로스컨트리 출전 자폐자매 최아람·영미
헤어진 남동생 찾는 임화정 감동 쇼트트랙
부모의 나라 찾은 스노보드 선수 헨리 미스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참가자들은 모두 소설 몇 권 분량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사람과 스토리가 있다. 평창대회의 하이라이트가 될 장면을 미리 살려봤다.


○개막식(1월 29일·용평돔)


개막식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청년 박모세(21) 씨. 태어나기 전부터 뇌가 머리 밖으로 흘러나와 생존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4차례의 뇌수술 끝에 뇌의 90%를 잘라내고도 살아났다. 가족을 따라 교회에 갔다가 노래 소리에 몸이 반응한 것이 계기가 돼 음악을 시작했다. 절대음감이 빼어나다. 지난해 경북 경산에서 벌어진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애국가를 따라 부르게 만들었다. 감동, 그 자체다.


○크로스컨트리 스키(1월 30일∼2월 5일·알펜시아 노르딕센터)

강원도 태백 시골마을의 지적장애 자폐아 자매선수 최아람(14)-영미(12)가 출전한다. 일반학교에서 ‘왕따’를 당했으나 체육 담당 박영철 교사의 권유로 크로스컨트리를 시작했다. 그것이 자매에게는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매일 20km를 달릴 정도로 억척스럽게 운동한다. 언니는 152cm의 단신이지만,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프레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다.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1월 30일∼2월 5일·강릉빙상장)

한국선수 가운데 임화정(30)과 현인아(15)를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임화정은 장애를 이유로 부모로부터 버림 받았다.

노숙자로 거리생활을 하다 부산 혜원학교에서 지적장애인 자녀를 둔 이호정 선생님을 만나 운동을 시작했다. 헤어진 남동생을 찾기 위해 대회에 출전해 받은 상금을 모으고 있다. 쇼트트랙의 국내 최강자다.

현인아는 자폐증을 지니고 있다. 주위와의 소통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스케이트를 체험한 뒤 집중력이 좋아졌다. 아테네하계스페셜올림픽에서 롤러스케이트로 메달을 땄다. 실력 면에서 여자선수 중 톱클래스다.


○플로어하키(1월 30일∼2월 5일·강릉생활체육센터 등)

국가대표팀 ‘반비’의 스토리가 감동적이다. 체육교육을 전공한 지적장애 청소년스포츠교육 전문가 손원우 감독이 15세부터 50세까지의 선수들을 이끌고 출전한다. 변변한 지원이 없어 성인아이스하키팀의 장비를 재활용해 훈련해왔다. 6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금메달을 땄다. 16명의 선수 가운데 공격수 최경재(19)가 눈에 띈다. 중증뇌성마비로 길어야 4∼5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판정을 받았으나, 기적적으로 생존했다. 필드하키선수였던 어머니의 운동감각을 이어받았다.


○스노보딩(1월 30일∼2월 4일·알펜시아 에코슬로프 및 알파슬로프)

부모에게 버림받아 미국으로 입양된 지적장애인 헨리 미스(23)가 출전한다. 좋은 양부모를 만난 덕분에 운동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였다. 현재 포틀랜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요리보조 1년 과정을 마쳤다. 이번 한국행이 무엇보다 기쁜 것은 자신을 버린 부모에게 ‘이렇게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알려주고 싶어서라고 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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