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 잃어버린 강속구를 찾아서…

입력 2013-02-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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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속 150km를 던지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돌아갈 수 있을까. 불펜왕국 삼성 마운드의 주축인 권혁이 140km대로 떨어진 직구의 구속을 150km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스프링캠프를 땀방울로 물들이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년 전부터 어깨아파 컨트롤 피칭
구속 줄어들자 ‘만만한 투수’ 위축
릴리스포인트 올리고 근력도 강화
日캠프서 파이어볼러 부활 공사중


삼성은 2000년대 중반부터 불펜왕국을 건설했다. 그 불펜왕국에서 좌완 권혁(30)은 소금 같은 존재다. 핵심 불펜투수들이 돌아가며 부상 공백기를 가지는 가운데도 그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부침은 있었지만, 그가 꾸준히 자리를 지켰기에 ‘쌍권총(권오준∼권혁)’도, ‘안정권 트리오(안지만∼정현욱∼권혁)’도 만들어졌다.

꾸준함은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8월 8일 문학 SK전에서 시즌 10홀드를 기록하면서 2007년 이후 6년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작성했다. 사상 최초 기록이다. 지난해 18홀드를 추가해 개인통산 홀드 숫자를 109개로 늘리면서 백전노장 류택현(106홀드·LG)을 제치고 역대 2위로 도약했고, 1위인 정우람(117홀드·SK)에게도 8개차로 다가섰다. 정우람은 군복무를 시작해 권혁은 올해 1위로 올라서면서 홀드의 전설을 만들어갈 전망이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권혁은 2002년 프로 데뷔 후 한동안 큰 키(187cm)에서 내리 꽂는 시속 150km대 강속구로 상대를 압도했다. 서승화(은퇴·전 LG)와 함께 국내 좌완투수 중 가장 빠른 시속 156km를 스피드건에 찍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위압감과는 거리가 멀다. 직구 구속은 144∼145km로 떨어졌다.

권혁도 이에 동의했다. “타자들이 만만하게 덤벼든다”며 웃었다. 이유가 있었다. 2년 전부터 어깨가 좋지 않아 조금씩 팔을 내렸다. 다소 거칠어도 강속구가 매력적이었던 그가 구속보다는 컨트롤에 신경을 썼다. 그러나 단점을 보완하려다 장점이 줄어들었다. 타자는 자신감을 가지고 덤벼들었고, 그는 마운드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기록상으로도 드러난다. 2007년부터 보면 지난해 처음 방어율이 3점대(3.01)로 올라갔다. 9이닝당 탈삼진은 2007년 11.64개에서 지난해 6.93개로 떨어졌다. 피안타율은 2007년 0.184에서 지난해 0.264까지 치솟았다. 그래서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그가 내린 결론은 “원래대로 돌아가자”였다. 오키나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권혁은 “난 힘으로 승부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에게 만족하고 넘어가지 않았나 싶다”고 자가 진단하면서 “릴리스포인트도 예전처럼 더 올리고 구속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다행히 아픈 데도 없고 몸 상태도 좋다. 권혁은 “한번 떨어진 구속을 올리기는 쉽지 않지만 느낌이 괜찮다. 강속구를 던지는 데 필요한 체력과 근력을 집중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기초공사가 잘 진행되고 있다”며 “아직은 젊다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살 길은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다.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권혁이 타자를 압도하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되돌아올지 궁금하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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