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 ‘악마의 장난’…★도 울었소

입력 2013-02-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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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 사진제공|KLPGA

골프 역사 비운의 주인공들

“마지막 퍼팅을 할 때 정말 많이 떨었다.”

2009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지은희(27)는 우승의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선수들은 마지막 라운드의 중압감에 대해 경험하지 못하고서는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몇 배 혹은 몇 수십 배의 긴장감이 찾아온다고 입을 모은다.

스타들도 예외는 아니다. 우승 경험이 많아도 마지막 18번홀에서 찾아오는 긴장감은 이따금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

○골프의 전설도 울게 만든 18번홀

골프역사에서 악몽의 순간은 여러 번 있었다.

가장 뼈아팠던 비운의 스타는 프랑스 출신의 골퍼 장 반 데 벨드다.

그는 1999년 브리티시오픈에서 한 홀을 남기고 3타 차 선두였다. 하지만 그는 메이저 챔피언이라는 타이틀 앞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그는 마지막 18번홀에서 러프와 벙커를 오간 끝에 트리플보기를 적어냈다.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먼저 경기를 끝냈던 폴 로리(스코틀랜드)는 집으로 향하던 중 소식을 듣고 골프장으로 돌아와 연장전을 치렀다. 그리고 그는 우승컵을 가져갔다.

골프로 한 시대를 풍미한 아널드 파머(미국)도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그는 1961년 마스터스에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17번홀까지 1타 차 선두였다. 보기만 해도 연장전을 치를 수 있었지만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우승은 개리 플레이어(남아공)에게 돌아갔다.



○신지애, 김경태도 악몽 경험

‘파이널퀸’ 신지애(25·미래에셋)도 지난해 4월 악몽을 경험했다.

우승에 목말라 있던 그는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 스타지오 앨리스 여자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우승컵에 키스만 남겨뒀다. 16번홀까지 3타 차 앞서 우승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17번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낸 데 이어 마지막 18번홀에서도 보기를 기록하고 말았다. 뒤따라오던 사이키 미키(일본)가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순식간에 우승의 주인이 바뀌었다.

유독 역전 우승이 많아 ‘파이널퀸’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던 신지애였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

컴퓨터 스윙으로 평가 받아온 김경태(27·신한금융그룹)도 뼈아픈 기억이 있다.

김경태는 2007년 한국프로골프(KPGA) 선수권 최종라운드 17번홀까지 1타 차 선두였다. 그의 우승은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은 그의 우승을 가로막았다. 18번홀(파4)에서 친 티샷이 OB(아웃오브바운스)가 되고 말았다. 대회가 열린 경기도 용인의 코리아 골프장 18번홀은 페어웨이가 넓어 좀처럼 실수가 나오지 않는 코스다. 그러나 김경태는 귀신에 홀린 듯 아마추어같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흔히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고 말한다. 골프는 멘탈게임이다. 최종라운드 18번홀은 아무리 강심장 골퍼도 새가슴을 만드는 ‘악마의 홀’인지도 모른다. 역시 승부는 골프장갑을 벗어봐야 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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