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김응룡·신치용
세 감독의 명장 리더십
4월23일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우승을 확정지었다. 27년째 팀을 이끄는 퍼거슨 감독이 차지한 20번째 리그우승. 세계 최고 수준의 리그에서 오랜 기간 한 팀을 지휘하고 자주 정상에 선다면 퍼거슨의 리더십은 다른 감독보다 빼어나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이 같은 리그의 지배자는 한 때의 행운이나 좋은 선수들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 프로스포츠에도 지배자는 있다. 요즘 프로야구 한화에서 스타일을 구겼지만 김응룡 감독이 그렇다. 해태시절 18년 재임기간에 9번 우승했다. 삼성까지 포함해 10번의 우승이다. 그보다 더 오랜 기간 한 팀에 장수하면서 더 많이 우승한 감독이 프로배구 신치용이다. 1995년 삼성화재의 창단감독이 된 뒤 19년째 한 팀에서 전설을 만들고 있다. 실업배구 시절 슈퍼리그에서 8연패를 했다. V리그에는 6연속 정상을 포함해 7번 우승했다. 결코 퍼거슨에 뒤지지 않는 업적이다. 이 상태라면 어떤 스포츠의 감독보다 우승을 많이 하는 전설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퍼거슨과 신치용, 김응룡의 리더십을 보면 비슷한 점이 눈에 띈다. 어떤 스포츠이건 감독의 업무가 선수와 매스컴, 프런트, 상대팀 등을 상대로 한 인간경영이기 때문일 것이다.
퍼거슨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성으로 유명하다. 시즌 내내 전쟁을 하는 감독은 현재를 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리그의 지배를 원하는 감독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명장은 항상 팀을 살아 움직이는 젊은 조직으로 만든다. 오늘의 우승에 만족해서는 내일이 없다. 필요한 순간에는 과감한 결정으로 최고스타도 버리고 그에 따른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감독은 선수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리더십의 본질이다. 요즘 소통을 많이 얘기하지만 스포츠에서의 소통은 선수와 감독의 대화여부가 아니다. 선수들이 감독의 지시와 뜻을 따르게 만드는 것이다. 명장이라 일컫는 사람들 대부분이 일반적인 의미의 소통과는 거리가 멀다. 퍼거슨도 그렇고 NBA의 필 잭슨, 메이저리그의 조 토리 모두 그랬다. 김응룡, 신치용 감독도 선수들과 말을 잘 섞지 않는다. 당연히 개인적인 관계도 만들지 않는다.
명장에게는 선수들의 존경과 복종만 있을 뿐이다. 아마추어는 우승을 위해 뭉치고 프로는 우승으로 뭉친다고 했다. 명장은 우승을 통해 선수들을 뭉치게 한다. 이를 위해 고매한 인격, 강력한 카리스마 혹은 완력, 돈 또는 칭찬 등 감독이 사용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본질은 하나다. 선수들의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우러나는 존경심이 감독과 선수 사이에 가장 탄탄한 신뢰를 만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독이 먼저 선수들에게 당당해야 한다. “가장 불행한 감독은 구단에서 잘린 감독이 아니라 선수들에게 버림 받는 감독이다”는 신치용의 말은 소통의 실체를 가장 잘 보여준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리, 외로움을 숙명으로 가져야 하는 직업이 바로 감독이다.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