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권용관(왼쪽)이 22일 대구 삼성전 2회초 647일 만에 홈런포를 가동한 뒤 덕아웃으로 돌아와 선발투수 레다메스 리즈와 손뼉을 마주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선수생명 위기서 손 잡아준 친정 LG
첫 선발출전 경기서 보은의 장외홈런
“아내·아들·딸에게도 행복한 선물”
LG 권용관(37)은 22일 대구 삼성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7번 3루수. 담담하려고 애썼지만, 기분이 묘했다. 1995년 성남고를 졸업한 뒤 프로에 데뷔했으니 올해로 프로 19년째. 산전수전 다 겪은 그지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권용관은 2010년 7월 28일 트레이드를 통해 SK로 이적했지만 자리를 잡지 못하고 2012시즌 종료 후 방출 통보를 받았다. 친정팀 LG가 벼랑 끝에 선 그의 손길을 잡아줬다. 2군에서 올 시즌을 시작했던 그는 18일 처음 1군으로 콜업됐다.
지난 3경기 타격 성적은 2타석 무안타. 대타와 대수비로 나섰기에 권용관의 활약이 눈에 띈 것은 없었다. 그러나 LG 김기태 감독은 22일 삼성전에 그를 선발로 내보냈다. 알고 보니 일찌감치 21일 하루 뒤 경기의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미리 귀띔해줬다. 그 순간, 권용관은 아빠를 응원할 큰 아들 준혁(10)과 딸 예슬(8)이 생각났다. 그리고 두 살 아래 아내(이미영 씨)도 떠올랐다. 그는 몇 번이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지만, 끝내 아빠가 선발 출장한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았다. “가족이 제가 선발 출장한다는 사실을 알면 긴장할 것 같고, 저도 더 긴장할 것 같아서 그냥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TV를 보다 아빠가 선발 출장한 모습을 봤다면 기뻐했겠죠.”
더 기뻐할 일이 생겼다. 2-0으로 앞선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서서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삼성 선발 장원삼의 초구 몸쪽 직구를 잡아당겨 장외 홈런으로 장식했다. LG 유니폼을 입고 복귀해 처음 선발 라인업에 든 날, 첫 타석에서 값진 홈런을 쏘아 올렸다. SK 소속이던 2011년 8월 14일 문학 넥센전에서 심수창에게 만루홈런을 뽑은 뒤 647일 만에 친 홈런이다. LG 유니폼을 입고는 2010년 6월 27일 대전 한화전에서 류현진을 상대로 홈런을 쳐낸 뒤 1060일 만에 기록한 홈런이다. 5회 볼넷을 골라낸 그는 6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2루타를 터뜨려 추가득점을 올렸다. 4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팀의 9-1 승리에 큰 힘을 보탰다.
권용관은 경기 후 “감회가 새롭다.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도는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며 “최근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선배로서 보탬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족이 아마도 TV로 응원했을 텐데, 아빠로서 뭔가 선물을 한 것 같아 행복하다. 야구를 그만둘 뻔했다가 다시 시작하고 있다. 야구장에 나오는 게, 이 자리에 있다는 게 행복하다. 끝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친정팀 LG에서 선수생활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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