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간의 갈등을 다룬 연극 ‘고부전쟁’의 해피엔딩 장면. 사진제공|극단 신화
극단 신화, 창작연극으로 고부갈등 조명
‘갈등’을 넘어 급기야 ‘전쟁’이다.
지긋지긋하게도 사라지지 않는, 달갑지 않은 전통 고부갈등 얘기다. 그러고 보니 ‘인류 탄생 이래 가장 복 받은 여인은 이브’라는 유머가 떠오른다. 남편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이브는 시어머니가 없었다는 얘기.
연극 ‘고부전쟁’은 제목 그대로 고부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꽤 심각한 주제지만 유쾌발랄한 코미디로 푼 창작연극이다. 내용은 이렇다. 며느리는 결혼 2년차 커리어 우먼 김주미(정소영·임지선·전현아 분). 샐러리맨인 남편 이수환(최준용·한재영·박진수 분)과 결혼해 1년 만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을 순산하고 출산 휴가 중이다. 한편 시어머니 강춘심(선우용여·지미리)은 30여 년간 시장에서 생선장사를 해 가족을 부양한 억척 여인이다. 잘 키운 외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겼다는 불편한 심경은 말 할 것도 없고, 중학교 밖에 못 나온 시어머니는 대학원까지 나왔다는 며느리가 밉다.
어느 날 느닷없이 시부모가 “손녀가 보고 싶다”며 아들 집으로 들이닥친다. 시어머니는 한술 더 떠 “칼국수를 끓여 내오라”고 요구한다. “외식을 하자”는 며느리와 “네가 끓여오는 칼국수를 먹어야겠노라”는 시어머니의 갈등이 날카롭게 맞선다.
제2차 고부전쟁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집안제사. 시어머니는 무리한 제수를 마련하라 요구하고 결국 참다못한 며느리도 폭발을 하고 만다. 전쟁이다!
연출을 맡은 김영수 극단 신화 대표는 “시어머니는 과거의 며느리이며, 며느리는 미래의 시어머니다. 며느리는 사돈집의 귀한 딸이며, 내 딸도 누군가의 며느리이다. 고부간에 한번만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인데 왜 이렇게 현실에서는 힘들까”라며 “우리의 아들과 딸을 위해 사소한 일부터 하나씩 노력해보자는 뜻을 살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고부전쟁’의 작가는 ‘살인자의 가면무도회’, ‘여자’, ‘별궁의 노래’를 쓴 김용상. 연극에 앞서 6월에 소설이 출간됐다. 극단 신화는 ‘고부전쟁’을 연극에 이어 영화, 뮤지컬로 제작하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8월 25일까지 서울 충정로 NH아트홀에서 공연한다.
양형모 기자 ranbi361@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