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거장’ 김종학 PD 자살…모래시계, 쓸쓸히 멈추다

입력 2013-07-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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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종학PD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고인의 유작인 ‘신의’에 출연했던 배우 이민호는 “감독님과 작품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추모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성남 분당 고시텔서 숨진 채 발견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유서 남겨
‘신의’ 시청률 부진으로 재기 불발
출연료 미지급 소송 등 명예 상처

‘드라마의 거장’ 김종학 PD가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향년 62세.

드라마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태왕사신기’ 등을 연출한 김종학 PD가 23일 오전 경기도 성남 분당구의 한 고시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고시텔에서 번개탄을 피운 흔적과 유서 4장이 발견됐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김 PD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인은 이틀 전부터 고시텔에 투숙한 상태였으며 이날 오전 관리인에 의해 발견됐다.

김종학 PD는 최근 SBS 드라마 ‘신의’ 출연료 미지급과 관련해 배임 및 횡령 사기 혐의로 피소돼 경찰 조사를 받았고, 출국금지까지 당하는 등 심적인 중압감에 괴로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생전 지인들은 “최근 출연료 미지급 문제 등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경찰 조사가 시작된 이후부터는 지인들과도 연락을 잘 하지 않고 두문불출하며 지내 걱정이 되던 참에 비보를 접했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신의’로 재기를 노렸지만 초반 무리한 투자 유치와 제작비 대비 부진한 성적 등으로 속앓이를 했고, 경찰에 피소되면서 30여년 동안 유지해온 연출자로서 명예에도 큰 상처를 받았다고 주변 사람들은 설명했다.

김종학 PD는 1977년 MBC에 입사해 ‘암행어사’를 시작으로 연출가로서 이름을 날렸다. 1991년 송지나 작가와 호흡을 맞춘 ‘여명의 눈동자’와 1995년작 ‘모래시계’는 6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국 드라마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이후 김종학프로덕션을 설립해 본격적인 드라마 제작자로 나선 그는 ‘대망’ ‘태왕사신기’ ‘신의’ 등 스케일이 큰 작품을 연출했다.

당초 경기도 분당 차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는 이날 오후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으로 옮겨졌다. 발인은 25일 오전 8시, 장지는 성남 영생원 메모리얼 파크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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