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컴퓨터도 없는 억척 전인지 “골프밖에 몰라”

입력 2013-08-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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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KLPGA 투어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전인지가 하반기 더 큰 활약을 예고했다. 골프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전인지. 사진제공|월간 더골프

■ KLPGA 상반기 핫스타 릴레이 인터뷰

한국여자오픈 역전드라마 전인지

동료들에 비해 늦은 초등 5학년 때 입문
육상·배드민턴·태권도 등 갖은 운동 섭렵
골프수업 위해 제주도로 ‘맹부삼천지교’
올 데뷔 첫 시즌 전 대회 예선 통과 별러


새로운 스타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이끄는 힘이다. 올 시즌에도 신데렐라의 탄생이 계속되면서 KLPGA 투어의 인기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인지(19·하이트)는 2013년 상반기 KLPGA 투어를 가장 뜨겁게 달궜다.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그는 지난 6월에 열린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골프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 준비된 스타…“차세대는 내가 책임진다”

전인지의 스타 등극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5월 26일 끝난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 전인지는 올 시즌 가장 잘 나가는 장하나(22·KT)와 맞붙었다. 버거운 상대였다. 결과 역시 아쉬운 패배. 그러나 이날 경기는 ‘전인지’라는 이름을 팬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전인지의 상승세가 눈부셨다. 매 대회 우승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KLPGA 투어의 새로운 강자가 됐다. 그리고 한 달 뒤. 전인지는 6월 23일 끝난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보란 듯이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마지막 날. 전인지는 국가대표 동기와 후배인 백규정(19·CJ오쇼핑), 김효주(18·롯데)와 챔피언 조에서 경기했다. 전인지에게는 부담스런 상대였다. 같이 국가대표 생활을 했기에 서로를 잘 알았고, 또 백규정과 김효주는 아마추어 시절 에이스로 이름을 날려 온 유망주였다.

셋 중 한 명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효주, 백규정에 비해 전인지는 대표 경력이 짧았고 화려한 성적을 내지도 못했다. 그러나 전인지는 예상을 깼다. 짜릿한 역전 드라마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으로 전인지는 KLPGA 투어의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 “운동이라면 뭐든 좋아하고 잘했다”

전인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동료들에 비하면 3∼4년 늦게 시작했다. 그러나 성장이 빨랐다.

“제가 처음 대회에 나갔을 때 (김)효주는 언더파를 치고 있을 때였다. 그때도 국가대표 상비군이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거의 100타 정도 쳤다. 그런데 다음날 81타를 쳤다. 그때부터 골프가 재밌어 졌다.”

운동이라면 소질이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육상 대표로 뽑혀 대회에도 나갔었다.

“육상 계주 대표로도 대회에 출전한 적도 있다. 운동이라면 뭐든 다 좋아했다.”

아빠와는 배드민턴도 즐겨 쳤고, 태권도를 배우기도 했다. 운동을 좋아한데다 타고난 운동 신경까지 더해지면서 폭풍성장을 이뤘다. 골프를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고등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운동도 운동이었지만 공부에도 꽤 소질이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수학만큼은 잘했다.

“초등학교 시절 수학을 공부하는 게 재미있었다. 경시 대회에 나가 상을 타기도 했다. 그 때문에 골프를 시키겠다는 아버지와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아버지 전종진(54) 씨의 선택은 골프였다. 어려서부터 딸을 운동선수로 키우겠다고 마음먹었던 아버지는 골프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위해 충남 서산에서 제주도로 이사하는 결단을 내렸다.


● “친구들이 TV 좀 보면서 살래요”

전인지는 골프 밖에 모른다. 그의 일과는 골프로 시작해 골프로 끝난다.

“5시에 일어나서 스트레칭 등 아침 운동을 시작한다. 7시 쯤 연습장으로 이동하고 3∼4시간 정도 쇼트게임 등을 훈련한다. 오후엔 스윙 연습을 하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매일 같은 생활이다.”

그의 방엔 그 흔한 TV도, 생활필수품이 된 컴퓨터도 없다. 집에 와서도 골프생각뿐이다.

“TV는 한달에 한두 번 정도 보는 게 전부다. 한번은 친구들과 만났는데 아이돌 그룹의 이름조차 모르는 저를 보고 ‘대화가 안 통한다. 제발 TV 좀 보면서 살아라’라고 했다.”

집에 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메모다. 그날그날 연습하면서 있었던 일들을 정리한다. 이렇게 정리한 메모는 수시로 꺼내 읽으면서 잘못된 부분들을 바로잡는다.

전인지의 강점은 흔들림 없는 꾸준함이다. 이제 겨우 프로 첫발을 내딛은 루키지만 골프에 쏟는 열정은 베테랑급이다.

데뷔 첫해, 그리고 절반을 끝낸 전인지의 성적표는 ‘A+’. 그러나 아직은 보여줄 게 많다며 하반기를 준비했다.

전인지는 “이제 시작이다. 겨우 한 계단 올라섰을 뿐이다. 상반기 성적에 만족하지만 첫 목표가 올 시즌 전 대회에서 예선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올해 그 목표를 꼭 이루고 싶다. 아직은 보여줄 게 많다”라고 말했다.


전인지는?



1994년 8월 10일 전북 군산출생 175cm 2010∼2011년 국가대표/상비군 2012년 KLPGA 데뷔2012년 KLPGA 드림투어 상금랭킹 2위(1승) 2013년 한국여자오픈 우승 2013년 KLPGA 투어 신인상 랭킹2위, 상금랭킹 4위(2억5647만원·8월1일 기준)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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