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기어와 소니의 스마트워치2, 그리고 퀄컴의 토크. 3사가 공개한 손목시계 형태의 스마트 시계 관련 소식이 속속 들린다. 여기에 아직 정식으로 발표하지 않았지만, 애플이 준비하고 있는 아이워치(가명)도 있다. 이 제품 소식들과 함께 꼭 언급되는 단어가 웨어러블PC(입는PC)다. 스마트폰, 태블릿PC의 형태가 아닌 언제나 착용한다는 의미의 웨어러블PC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실, 웨어러블PC라는 단어의 등장은 몇 년 전부터 출시를 앞두고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는 구글의 스마트 안경 ‘구글 글래스’부터 시작했다. 지난 2012년 6월 ‘구글 I/O 컨퍼런스’에서 구글이 선보인 구글 글래스는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스마트 기기. 사람이 들고 다니는 기기가 아니라 착용하는 기기로 이른바 입는다는 ‘웨어러블PC’의 시작을 알렸다.
스마트 시계와 스마트 안경, 웨어러블PC?
IT 업계는 웨어러블PC의 등장을 두고 과거 PC 시대, 현재 스마트폰 시대를 거쳐 미래는 웨어러블PC 시대 즉, 입는PC 시대라고 예측한다. 책상 위에만 있던 PC가 손바닥으로 들어오면서 바뀐 변화를 새삼 다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이제는 손으로 들고 있지 않아도 된단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스마트 혁명에 이은 또 다른 변화는 분명히 찾아올 것이다. 다만,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현재 각 제조사가 발표한 스마트 시계와 안경을 진정한 웨어러블PC라 칭할 수 있냐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스마트 시계 3종은 별도의 기기라고 하기엔 2% 부족하다. 아직, 스마트 시계‘만’ 가지고 사용하기엔 좀 부족하다. 스마트폰과 함께 연결해 사용했을 때 활용성이 높아지는 별도의 추가 기기에 가깝다. 최근 앱과 애플리케이션을 더한 ‘앱세서리’라는 제품군이 속속 시장에 선보이고 있는데, 스마트 시계는 차라리 이 앱세서리를 발전한 형태에 가깝다.
나이키의 퓨얼밴드, 조본의 UP, 미스핏의 샤인 등 손목형 앱세서리를 예로 들어 보자. 이 제품들은 사용자가 손목에 차고 다니며 돌아다닌 거리와 걸음 수 등을 측정하는 일종의 피트니스 보조 기기다. 제품 자체만으로는 누적된 데이터를 확인하는 용도 정도지만, 스마트폰과 연결해 전용 앱을 이용하면 다양한 부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돌아다닌 장소와 거리 등을 스마트폰 지도에서 확인하거나, 먹은 음식 등을 사진으로 찍어 하루 동안 섭취한 칼로리와 소모한 칼로리 등을 계산할 수도 있다. 이외에도 다른 사용자들과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 계정으로 연결해 경쟁하는 등 소소한 재미 요소도 갖췄다.
스마트 시계도 비슷하다.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이 필수다. 스마트폰으로 전송된 문자나 SNS 메시지, 이메일 등을 스마트 시계로 확인하거나, 캘린더에 입력한 약속 시간 등을 알람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화 기능도 내장했다. 굳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아도 스마트 시계로 받을 수 있다는 것.
피트니스 기기로 사용할 수도 있다. 퓨얼밴드, UP, 샤인처럼 센서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한 거리, 걸음 수 등의 정보를 스마트폰과 연동해 확인할 수 있다. 삼성 갤럭시기어의 경우 시계줄에 카메라가 달려 있어 사진 또는 짧은 동영상 등으로 촬영할 수도 있다. 음성을 녹음할 수도 있으며, 녹음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기능 등도 내장했다.
앱세서리와 웨어러블PC, 그 둘을 잇는 경계선
결국은 앱세서리다. 시간, 날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시계는 이미 사람들의 손목에 자리잡고 있다. 시계 그 이상이 필요한데, 기기 자체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물론, 스마트폰을 좀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사용자들이 얼마나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커다란 기능을 탑재한 새로운 제품군으로 오해했다가는 실망할 수 있다.
반대로 어차피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24시간 가깝게 몸에 지니고 있으니 큰 상관 없지 않느냐라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스마트 시계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방법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삼성전자가 삼성 앱스를 통해 갤럭시기어 전용 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공개한 것처럼 여러 개발자들이 스마트 시계용 앱을 개발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 연동 이외에도 몇 가지 문제는 더 있다. 일단 디자인. 그저 네모난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단순한 형태로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한 기존 시계와 경쟁할 수 있을까. 사용 시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금까지 시계는 수은 전지를 갈아 끼우면 몇 달, 몇 년은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만약 하루에 몇 번씩 수시로 충전해야 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 모를 일이다.
아직 스마트 시계라는 제품군의 성공 가능성을 논하기에는 이를지 모른다. 업계도 긍정적인 시선과 부정적인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이것 한가지만 기억하자. 아직은 스마트 시계를 스마트폰과 떨어뜨려 생각하지 말고, 함께 사용했을 때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기라고.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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