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애비뉴Q’ 니콜라스 던컨·칼리 앤더슨 “19금 이야기, 현실에서 늘 일어나는 일”

입력 2013-09-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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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 잠실의 한 극장에서는 19금 단어들이 난무하게 쏟아지고 있다. 탄생 10주년을 맞아 내한한 성인 뮤지컬 ‘애비뉴Q’가 걸쭉한 말들로 한국팬들을 만나고 있다.

2003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을 한 이 작품은 퍼펫(손으로 조종하는 인형)을 통해 정치, 인종차별 등 사회문제를 거침없이 까발리며 관객들에게 통쾌한 웃음을 주고 있다. 뉴욕이 배경인 이 작품은 국경을 넘어 한국 관객에게도 큰 웃음을 전달하고 있다.

‘애비뉴Q’는 상징인 퍼펫들의 연기력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 극중 퍼펫들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사랑을 한다. 이들이 살아 숨쉴 수 있는 이유는 배우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연기력 덕분이다. 손을 넣어 퍼펫의 입을 움직이고 동작을 취하는 배우들은 퍼펫들과 하나가 되어 움직인다.

퍼펫을 통해 우리의 삶을 솔직하게 밝혀주는 두 배우를 만났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퍼펫들과 혼연일체를 이뤄 열연하고 있는 니콜라스 던컨(프린스턴·로드 역)과 칼리 앤더슨(케이트 몬스터·루시 역)을 만나 즐거운 입담을 펼쳤다.


Q. 한참 한국에서 공연 중인데 소감은 어떤가.

칼리 앤더슨 : 믿을 수 없을 만큼 즐겁게 공연을 하고 있다. 풍자와 적나라한 표현이 많은 공연이라 관객이 안 좋게 받아들일까 겁이 났다. 하지만 뜨거운 반응에 놀라고 있다.

니콜라스 던컨 : 미국적인 소재가 많아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관객들이 자막을 보며 박수를 치고 웃음을 터트릴 때 기분이 좋다. 적어도 우리의 연기가 그들에게 통하고 있다는 게 배우로서 즐겁다.


Q. 두 사람이 퍼펫을 처음 만난 적은 언제였나.

앤더슨 : 2011년에 UK투어에서 ‘애비뉴Q’를 처음 관람하고 2번을 더 봤다. 정말 참여하고 싶어서 오디션을 보게 됐고 3차 오디션을 거쳐 지금 한국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

던컨 : 나는 2008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공연을 보고 2011년 UK투어에 참여했고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Q. 퍼펫을 들고 하나가 돼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던컨 : 정말 어렵다. 숙련된 배우들이라도 언제나 새로운 동작을 익히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다. 평소에도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 무의식적으로 손을 움직이며 립싱크를 할 때도 있다. (웃음)

앤더슨 : 나도 그런데? 가끔 퍼펫이 없으면 말이 잘 안 나온다. 하하하. ‘애비뉴Q’ 퍼펫 연기에 적응하려면 대략 4주간의 연습이 필요하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퍼펫없이 손 위에 탁구공을 올려두고 손가락으로 연습을 한다. 탁구공을 퍼펫의 눈이라 생각하고 떨어뜨리지 않은 채 연기를 해야 하는데 정말 힘들다.


Q. 게다가 1인 2역을 맡고 있다.

앤더슨 : 나는 유치원 보조교사인 ‘케이트 몬스터’와 섹시한 여성 ‘루시’ 역을 맡고 있는데 두 인물의 성격이 워낙 다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흐려지면 목소리를 잘못내거나 대사를 틀려버릴 수 있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던컨 : 퍼펫과 움직이는 배우의 입 동작이나 몸동작이 다르면 관객들이 극을 집중할 수 없다. 나도 게이인 ‘로드’와 20대 청년 ‘프린스턴’을 맡고 있는데 두 사람의 여정이 달라서 정말 집중을 해야 한다. 마지막 장면이 어렵다. 모든 퍼펫들이 나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데 내가 맡고 있는 퍼펫을 양 손에 끼고 나와 두 사람의 목소리를 다 내야 한다. 그 때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다.


Q. ‘애비뉴Q’는 청년실업문제, 동성애, 인종차별 등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연기를 하며 공감 가는 부분은 없나.

던컨 : 프린스턴 역이 가장 공감이 된다. 23살의 청년이 사회에 나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점도 그렇고…. 여자를 만나고 상처도 주는 등 20대 초반 남성이 겪을 수 있는 일들이 압축적으로 잘 나타난 것 같다.


Q. 북한 김정은이나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인물의 풍자도 다양했다.

앤더슨 : 공연하는 지역에 따라 수정하기 때문에 연습할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다. 관객들을 생각하며 공감하기 쉬운 인물로 정한다. 우리 역시 풍자된 인물의 배경 등은 조금씩 알고 있다. 이해해야 연기가 가능하다. 너무 위험하지 않을지 걱정도 하지만 관객들이 가장 많이 웃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도 대통령 등을 풍자한다. 영국에서도 수상이나 유명인사 등을 언급한다.



Q. 그리고 적나라한 동작도 많다. 야동(야한 동영상)을 보던 트레키 몬스터나 하룻밤을 보내는 케이트 몬스터와 프린스턴의 모습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하더라.

던컨 : 꼭 필요한 장면이다. 우리는 언제나 성문제를 숨기려고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늘 일어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조금 더 마음을 열어두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성문제에 관해 더 빠르게 해결점이나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성문제 뿐 아니라 ‘애비뉴Q’가 다루는 화제들이 모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Q.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무엇이 있을까.


던컨 : 나는 UK투어 당시, 퍼펫을 5개 맡았다. 그 때 야동 마니아 ‘트레키 몬스터’도 맡았는데 재미있었다. 트레키 몬스터는 두 팔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퍼펫이라 연기할 때 느낌이 다르다. 그리고 다른 퍼펫과는 다르게 몸의 털도 있어서 움직일 때 정말 살아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퍼펫에게 가장 애착이 간다.


Q. 쉬는 날, 서울구경은 하고 있는지.

던컨 :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싶은데 시간이 정말 없다. 창경궁, 롯데월드, 판문점을 다녀왔다. 앤더슨과 나중에 부산도 다녀올 예정이다. 해변을 꼭 가보고 싶다.

앤더슨 : 쇼핑을 많이 해서 가방이 가득 찼다. 아름다운 궁이 많다고 들었다. 경복궁을 꼭 가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음식도 훌륭하다. 김치찌개와 갈비는 정말 최고의 음식인 것 같다.


Q. 한국을 처음 방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뮤지컬은 어떤 것 같나.

앤더슨 : 정말 굉장하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큰 시장인 것 같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뮤지컬을 정말 좋아한다. 게다가 극장이 정말 훌륭하다. 관객들이 음료를 즐기고 사진을 찍는 등 즐길 거리들이 많더라. 쇼를


Q.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앤더슨 : ‘애비뉴Q’는 정말 특별하고 만들기 쉽지 않은 뮤지컬이다. 모두 오셔서 웃고 울고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

던컨 : 적어도 4번은 봤으면 좋겠다. 하하. 공연 자체가 독특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뭔가를 하나씩 알려주는 뮤지컬이다. 즐겁게 감상하시러 오셨으면 좋겠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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