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 V리그 훈련캠프를 가다] 허겁지겁 꾸린 신생팀…근성과 팀 문화 정착 ‘한걸음씩’

입력 2013-10-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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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팀 러시앤캐시 선수들이 팀 프로필 사진을 찍기 위해 모였다. 초보 김세진 감독이 팀의 모토인 열정과 패기와 투혼을 V리그 코트에서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하다. 사진제공|러시앤캐시배구단

■ 개막 D-9 창단 6개월만에 시즌 출격 러시앤캐시

프로 경험 없는 선수들…감독·코치도 초보
호흡 맞출 시간 겨우 14일…힘
겨운 첫 출발
김세진 감독 ‘어머니 리더십’으로 선수 포용
성적보다 팬 서비스로 관심 모으기 우선

프로배구 남자부 제 7구단 러시앤캐시는 기적의 팀이다. 4월9일 창단을 선언한 뒤 6개월 사이에 선수를 뽑고 팀을 만들어 리그에 나간다. 여자부 IBK기업은행처럼 1년 이상의 준비기간도 없다. 선수단 구성이 너무 힘들었다. 모든 선수가 모여 14일간 손발을 맞춰보고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모양은 국가대표 소집 스타일이지만 신생팀 러시앤캐시는 프로 물을 먹어보지 않은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다른 프로팀에서 데려온 6명의 선수도 비 주전이었다.

감독도 코치도 초보다. 초대 단장은 중도에 퇴진했다.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김세진 창단감독에게 시즌 예상을 묻자 “공격 수비 어떤 특징을 지을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해 가면서 만들겠다”고 했다.


● 감독만 있고 선수는 없었던 팀

4월26일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창단이 결정됐다. 5월6일 창단식을 하고 김세진 감독과 계약을 했다. 다음날부터 감독은 사무실에 출근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도 한 명 없었다. 6월14일 기존 6개 구단에서 신생팀 확대드래프트를 통해 처음으로 선수를 받았다. 현대캐피탈 소속의 한상길은 상무에 있어 실제 활동가능 선수는 5명이었다. 6월30일 각 구단의 선수등록이 끝나면서 수석코치 영입을 발표했다. 삼성화재에서 석진욱을 데려왔다. 선수 5명과 감독 코치가 안산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신인드래프트를 앞당기려고 대학배구감독협의회와 줄다리기를 벌였다. 관건이었던 경기대 3학년생의 참가여부는 드래프트 마감일이던 7월30일, 데드라인 30분을 남겨놓고 오후 5시30분에 결정됐다. 8월12일 드래프트에서 11명의 선수를 뽑았다. 완전한 러시앤캐시 선수는 아니었다. 대학배구 일정이 생기면 선수들을 무조건 돌려보낸다는 조건부였다. 국가대표팀 차출도 많았다. 10월24일 전국체전이 끝나고서야 비로소 모든 선수들이 다 모인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하고 리그에 출전한다.

김 감독은 “제대로 된 훈련기간이 14일이다. 그것도 첫 경기가 11월5일이어서 사흘을 번 덕분이다. 아직 선수끼리도 서먹서먹할 정도다. 같이 있어본 기간이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팀플레이가 나오겠냐”고 말했다.


● 이기기는 힘들지만 쉽게 지지는 않겠다

여기저기 대회에 불려 다닌 선수들의 몸 상태도 엉망이다. 에이스 송명근은 두바이에서 벌어진 아시아선수권을 마치고 귀국하던 10월7일 인천공항에 내리자마자 비행기를 갈아타고 일본 나고야의 전지훈련에 참가했다. 아무리 젊은 선수라지만 체력고갈이 걱정된다. 그래서 김 감독은 1,2라운드를 적응기간으로 여긴다. 경기에서 깨지고 선배 팀에 혼나면서 팀워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지는 것이 버릇이 될까봐 걱정된다. 선수들의 머리 속에서 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 심어지지 않도록 지더라도 내용의 중요성은 강조하겠다.”

팀 성적은 이민규의 토스와 강영준의 서브리시브에 달려 있다. 우리카드에서 데려온 강영준은 팀의 필요에 따라 라이트에서 레프트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서브리시브를 전담한다. 팀의 최고연봉 선수다. 코트에서 후배들을 지휘하는 역할도 한다. 리시브에 부담을 가지면 감독의 구상이 어긋날 수 있다. 관건은 수비다. 송명근은 공격에 비중을 뒀다. 헝가리 용병 바로티는 재활중이다. 일본 전지훈련에서 가능성은 보여줬다. 공격점유율 45%%가 나왔다. 2단공격 성공률과 점유율을 5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선수들의 경험이 적고 준비기간도 짧아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진다.

한 번 탄력을 받으면 기세가 무섭겠지만 어려울 때가 문제다. 문제를 수습해줄 베테랑이 없다. 센터라인의 높이도 떨어진다. 신장 2m를 넘는 센터가 없다. 1∼2라운드에서 이 약점이 두드러지면 트레이드 카드를 써야한다. 선수들이 리그를 뛰어본 경험도 없다. 대학 토너먼트 배구는 길어야 2주였다. 어떻게 몸 관리를 해야 하는지 노하우가 없다.


● 어머니 리더십으로 베스피드에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

김 감독은 ▲팬에게 서비스 잘하는 마케팅의 팀 ▲구김살 없고 패배의식 없는 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아직은 여러모로 부족하기에 우선 팬이 러시앤캐시에 관심을 가지도록 한 뒤 성적과 경기로 보답하겠다는 생각이다. 감독이 먼저 나서 팬 서비스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깨트릴 예정이다. 다른 팀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다양한 홍보상품 개발은 물론이고 연고지 정착 사회공헌활동에 감독이 먼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하위권이 예상되는 시즌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팀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김 감독은 팀 문화가 잘못되면 어떻게 되는 지를 선수시절 14명의 감독을 모시면서 배웠다고 했다. 그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어머니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열고 있다.

“아직은 선수들이 어리고 이것저것 챙겨줘야 할 것이 많다. 엄한 아버지보다는 자상하게 챙겨주는 어머니 역할을 한다. 내가 중심을 잡고 욕을 먹어야 선수들이 따른다. 다행히 일본 전지훈련을 통해 선수들이 현실을 알았고 마음을 열었다. 그것이 큰 도움이 됐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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