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민. 스포츠동아DB
계약 늦어질수록 새 시즌 대비 차질 우려
FA 미아 만드는 독소조항 삭제 다행
이도형(38·전 한화)이 닦아놓은 길을 윤석민(27)이 걸을 수 있을까.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 후 윤석민은 스콧 보라스를 에이전트로 선임하고, 미국 LA에 머물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진입이 윤석민의 첫 번째 옵션이겠지만, 시간이 지연되고 계약조건이 기대치를 밑돌면 한국 복귀가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그렇다면 윤석민이 미국에서 기다릴 수 있는 ‘데드라인’은 언제까지일까. 규정상의 정답은 무한대다. 윤석민의 FA 자격은 규약상 2014년 1월 15일까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 제160조에 따르면, ‘총재는 그 다음해 1월 15일까지 어떠한 구단과도 선수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FA 선수를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한다’고 돼 있다. 쉽게 말해 내년 1월 15일 이후 윤석민이 FA 계약을 하지 않더라도 자유계약선수로 신분만 바뀔 뿐이지 누릴 권리는 FA 때나 똑같다. 물론 원 소속구단인 KIA 이외의 국내 구단으로 이적 시 보상금이나 보상선수도 똑같이 발생한다.
그런데 불과 1년 전인 2012년 야구규약만 하더라도 160조에는 ‘FA 선수로 공시되어 자유계약선수가 된 경우 그 선수와는 당해연도 어느 구단과도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조항이 붙어 있었다. 1월 15일 이후 계약하면 그해 시즌을 뛸 수 없다는 단서조항이었다.
선수에게 불리한 바로 이 독소조항을 폐기시킨 주인공이 이도형이었다. 2010년 FA 자격을 얻은 그는 아무 구단도 불러주지 않아 미아 신세가 됐다. 결국 은퇴하게 됐지만 이도형은 2011년 2월 한국야구사에 남을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가처분신청의 골자는 ‘매년 1월 15일까지 계약이 안 된 FA 자격 선수들이 1년간 선수활동을 못하게 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것이었는데, 그해 8월 법원은 이도형의 손을 부분적으로 들어줬다. 그 결과, 이 조항이 2013년 야구규약부터 사라졌고, 공교롭게도 거물 FA 윤석민이 수혜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다만 미계약 상태가 길어지면 훈련에 차질이 빚어진다. 미국 진출이든, 국내 복귀든 일찍 결론을 내야 새 시즌 대비에 유리하다. 시간이 마냥 윤석민의 편이라곤 볼 수 없는 이유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