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인사이드] ‘다나카 잡아라’ ML 구단 포스팅 전쟁 후끈

입력 2013-1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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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산 괴물’ 어떤 구단이 잡을까?

복수의 팀 협상 참여…다나카 유리
선발진 노쇠화 양키스 총력전 예상
텍사스·시애틀 등도 영입전쟁 전망


‘크리스마스 선물’이 따로 없다. 이번에는 ‘일본산 괴물’의 차례다. 2013시즌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이 LA 다저스의 제3선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며 성공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한 가운데 일본프로야구의 괴물 다나카 마사히로(25·라쿠텐)의 빅리그 진출 길이 열렸다.

최근 합의된 미·일프로야구간 포스팅시스템(공개입찰제도)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3년간 선수 입찰금은 최대 2000만달러(약 212억원)로 제한된다. 당초 사상 최고액의 포스팅 금액을 기대했던 라쿠텐은 이에 발끈하며 다나카의 미국 진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올 시즌 24승무패, 방어율 1.27의 경이적 성적을 거두며 구단 창단 이후 첫 일본 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그의 공로를 인정해 메이저리그행을 지지한다”고 방침을 바꿔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초특급 투수가 없어 애를 태웠던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26일부터 한 달간 진행되는 다나카의 포스팅 기간 동안 뉴욕 양키스를 비롯해 보스턴, 다저스 등 부자구단들은 물론 선발투수 보강을 노리는 팀들의 영입 전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새 규정은 상한액을 설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복수의 팀이 협상에 참여하는 방식이라, 사실상 FA 제도로 바뀌는 셈이다. 원 소속팀보다는 다나카와 같은 특급선수에게 매우 유리하다. 다나카는 2014년 1월 24일까지 최고상한액을 써낸 구단들과 FA처럼 자유로운 협상을 거쳐 미국에서 뛸 팀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현재 분위기로는 포스팅 비용까지 최소 1억달러(1059억원) 이상을 써내야만 다나카 영입전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다나카를 잡기 위한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데는 류현진의 공이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다저스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류현진의 원 소속팀 한화에 지불한 돈은 2573만달러로 역대 4위에 해당된다. 또 류현진과는 인센티브를 제외하고 6년간 3600만달러의 조건에 계약했다. 당차게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추가한 류현진은 올 시즌 14승8패, 방어율 3.00으로 다저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일조하며 자신의 포스팅 금액과 연봉이 결코 많지 않음을 입증했다.

류현진과 다나카는 여러 모로 흡사한 점이 많다. 다나카보다 한 살 많은 류현진은 2006년부터 한화의 기둥투수로 활약하며 7년간 98승52패, 방어율 2.80을 올렸다. 방어율 1위 2차례, 다승 1위 1차례, 탈삼진왕 5차례 등으로 한국프로야구를 지배했다. 2007년 라쿠텐에 입단한 다나카 역시 7년간 99승35패, 방어율 2.30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2013시즌까지 26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세우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국제대회 경력 역시 막상막하다. 류현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다나카는 이듬해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의 대회 2연패를 이끌었다.

현재로선 선발진의 노쇠화로 믿음직한 에이스가 부족한 양키스가 다나카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발진을 보유한 데다 불펜보강작업도 완성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다저스가 다나카를 영입할 경우에는 ‘판타스틱 5’를 완성할 수도 있다. 추신수의 새 둥지 텍사스 레인저스도 다르빗슈 유와 다나카가 막강 원투펀치를 이룬다면 팀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이밖에 일본계 회사 닌텐도 아메리카가 주인인 시애틀 매리너스에도 다나카 영입은 놓치기 힘든 카드다. 역시 일본인 투수 이와쿠마 히사시가 다나카의 멘토 역할을 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다나카의 행선지는 어디일까.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의 열기가 다시 뜨거워질 전망이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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