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24·올댓스포츠)의 소식을 궁금해하는 소치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볼런티어) 달리아. 소치|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공항서 만난 김연아 광팬 22세 달리아
입국할 날 손꼽아 기다리며 열띤 응원
6일(한국시간) 소치공항에 도착했을 때의 일입니다. 한 소녀가 일본피겨스케이팅의 간판스타 아사다 마오(24)와 한국쇼트트랙대표팀을 인터뷰하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든 아시아 취재진을 지켜보다 조용히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기…. 유나 킴은 언제 들어오나요?”
김연아(24·올댓스포츠)의 소식을 물어본 소녀는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니었습니다. 알록달록한 2014소치동계올림픽 유니폼을 입고 금발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러시아인이었습니다. 자신을 22세 자원봉사자(볼런티어) 달리아(사진)라고 소개한 그녀는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의 말에 마치 사탕을 얻은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며 “유나 킴은 언제 들어오느냐”고 물어왔습니다.
달리아는 김연아의 팬이라고 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유나 킴은 정말 유명하다. 나 역시 그녀의 연기를 빼놓지 않고 봤다”며 눈을 반짝였습니다. 김연아의 소치 입성 예정일은 12일입니다. 입국 날짜를 알려주니 또 팔짝팔짝 뛰며 “유나 킴이 오면 함께 사진을 찍었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어보였습니다.
사실 러시아에는 김연아의 신예 라이벌이라고 불리는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가 있습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김연아의 장기인 트리플러츠∼트리프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뛰고 뛰어난 스핀을 보여주는 유망주입니다.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안방 프리미엄’을 얻는다면 아무리 첫 올림픽 출전이라고 해도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달리아는 리프니츠카야에 대한 얘기에 단호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직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대신 김연아에 대해선 “모든 이들이 1등이라고 생각한다”며 찬사를 늘어놓기 바빴습니다.
한국과 러시아는 수천km 떨어져있습니다. 언어도 다르고, 인종도 다릅니다. 그러나 김연아의 연기는 이 모든 것을 뛰어넘은 모양입니다. 전 세계를 매료시킨 ‘피겨 여왕’의 힘을 작은 공항에서 만난 키 작은 소녀에게서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연아의 무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비단 달리아뿐만이 아니겠죠. 과연 김연아가 오랫동안 응원을 아끼지 않는 세계 피겨팬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여왕의 피날레 무대까지 이제 채 보름이 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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