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시애틀 유격수 밀러 “우상 지터와의 경기 흥분돼”

입력 2014-03-06 14: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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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밀러. 동아닷컴DB

[동아닷컴]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 데릭 지터(40·뉴욕 양키스)가 “2014 시즌이 프로생활의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며 은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지터의 뒤를 이을 ‘차세대 빅리그 대표 유격수’에 대한 관심도 높아가고 있다.

이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지난해 시애틀 매리너스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브래드 밀러(25)도 지터의 뒤를 이을 재목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출신인 밀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2008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39라운드에서 텍사스에 지명됐지만 대학에 진학했다. 2009년과 2010년 미국대학야구 대표팀에 선발된 밀러는 아마추어 최고의 유격수에게 주는 브룩스왈라스(Brooks Wallace) 상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밀러는 201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전체 62번)에서 시애틀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 0.334 27홈런 128타점의 뛰어난 성적을 올린 밀러는 프로진출 단 2년 만인 지난해 6월 빅리그에 데뷔했다.

지난해 총 76게임에 출전한 밀러의 메이저리그 첫 해 성적은 타율 0.265 8홈런 36타점.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가능성을 입증하기엔 충분했다. 지난해 9월에는 시애틀 홈구장에서 자신의 빅리그 첫 만루홈런도 쏘아 올렸다.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수비력(0.973) 또한 정상급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동아닷컴은 차세대 빅리그 유격수로 떠오르는 밀러를 최근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의 시애틀 스프링캠프에서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다음은 밀러와의 일문일답.

-현재 몸 상태는 어떤가?

“매우 좋다. 특히 나뿐만 아니라 (라커룸 주위를 둘러보며) 이 곳에 모인 모든 팀 동료들이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올 시즌 우리 팀이 어떤 성적을 낼지 기대가 크다.”

-프로진출 단 2년 만에 빅리그에 데뷔했다. 비결이 있다면?

“(웃으며) 잘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마이너리그 시절 또한 나에겐 빅리그라고 생각하면서 매 게임 최선을 다했고 아울러 코칭스태프의 가르침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이 주효한 것 같다. 또한 남보다 빨리 빅리그에 올라올 수 있었던 데에는 운도 따른 것 같다.”

브래드 밀러. 동아닷컴DB


-당신의 마이너리그 성적을 보면 분명 남과 다른 특별한 비결이 있을 법 하다.

“과찬이다. 굳이 비결을 꼽자면 경기 전에 항상 코칭스태프와 의견을 교환하며 경기에 대한 준비와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런 부분이 도움이 된 것 같다.”

-2008년 텍사스에 지명됐지만 대학에 진학했다. 지명순위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그런 건 아니다. 솔직히 당시엔 내가 프로에 진출할 만큼의 체력조건이나 정신적인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우선 대학에 진학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 그리고 기술적으로 좀 더 준비를 한 후에 프로에 가자는 계획을 세웠고 결과론이긴 하지만 그 계획이 적중한 것 같다.”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팀과 롤모델은 누구였나?

“고향이 플로리다지만 나와 가족들 모두 시애틀을 제일 좋아했다. 롤모델은 캔 그리피 주니어(은퇴)였다. 특히 그리피가 우리 이웃에 살고 있어서 그를 정말 좋아했다. 그래서 내가 시애틀에 지명됐을 때 아버지는 물론 우리 가족 모두가 기뻐했다.”

-캔 그리피도 플로리다에 살았나?

“그렇다. 현역시절 시즌 중에는 시애틀에 거주했지만 오프시즌에는 항상 플로리다에 살았다.”

-올 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지난해 빅리그에 데뷔한 뒤 오프시즌 동안 개인훈련을 정말 열심히 하면서 올 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특별한 목표를 설정하기 보다는 매 경기 출전할 수 있도록 몸 상태를 잘 관리하면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다.”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자면?

“빅리그에 올라가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였다. 당시 통보를 받고 아버지에게 전화했는데 당시의 감격과 기쁨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

-빅리그 투수 중 본인에게 가장 까다로운 투수를 꼽자면?

“(주저 없이) 텍사스의 좌완 데릭 홀랜드(28)이다. 지난해 그를 상대로 정말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했다. (웃으며) 좌완투수 특히 홀랜드를 공략하기 위해 오프시즌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인 만큼 올해는 반드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싶다.”

브래드 밀러. 동아닷컴DB


-하지만 홀랜드가 부상을 당해 당분간 맞대결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나도 그의 부상소식을 접했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홀랜드가 하루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경기장에 복귀해 함께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시즌 중에 슬럼프에 빠지면 어떻게 하나?

“제일 중요한 것은 난관에 처해도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자신감을 잃게 되면 더 나빠지기 때문이다.”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다.

“시즌이 워낙 길다 보니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주로 집에서 TV를 보며 쉬는 편이다. 하지만 원정 길에 올라 특별한 명소가 있는 경우에는 이따금 그곳을 돌아보거나 하는 것도 즐기는 편이다.”

-야구실력으로 미루어볼 때 다른 운동도 잘할 것 같다. 체격조건이 미식축구를 했어도 잘했을 것 같다.

“하하.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미식축구는 나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어렸을 때는 신체조건이 작은 편이어서 미식축구를 하지는 않았다. 농구도 좋아하지만 잘하는 편은 아니다. 생각해보니 잘하는 게 야구밖에 없는 것 같다. 하하.”

-당신도 별명이 있나?

“특별한 건 없다. 일부 동료들이 내 고향 지명을 따서 ‘풍차(Windmill)’라고 부르는 것 외에는 없다.”

-야구선수인 이상 당신도 징크스가 있을 것 같다.

“(웃으며) 그렇다. 특히 성적이 좋으면 그날 했던 연습 패턴이나 일상생활의 모든 일을 계속 반복한다.”

-데릭 지터가 은퇴를 선언한 가운데 당신도 그의 뒤를 이을 재목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과찬이다. 지터는 메이저리그가 낳은 당대 최고의 선수이다. 지난해에는 그가 부상을 당해 그와 함께 경기를 할 수 없었지만 올해는 그와 함께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이지 기대하고 있다. 지터와 함께 한 경기장에서 뛴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잊지 못할 추억이자 영광이 될 것이다.”

브래드 밀러가 공개한 나성범과 함께 찍은 사진. 동아닷컴DB


-지터와 함께 당대 최고의 내야수로 꼽히는 로빈슨 카노와 올 시즌 같은 팀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그렇다. 정말 기대된다. 스프링캠프 초반이라 카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그런 뛰어난 선수와 한 팀에서 그리고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되어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카노를 통해 개인적으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밀러에게 ‘야구’란 무슨 의미인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순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내 자신이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하고 이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껏 야구를 하면서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고 그들을 통해 야구를 배운 것도 나에겐 정말 큰 축복이었다. 가능한 오랜 시간 야구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한국프로야구선수 나성범과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대학야구선수권대회를 통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와 일본에서 나성범을 만났다. 당시 그는 한국대표팀 선수였는데 나 또한 그에게 삼진을 당하는 등 그는 정말 뛰어난 투수였다. 그래서 내가 나성범에게 우리 팀에 너 같은 투수가 필요하니 미국에 와서 야구를 하라고 말했다. 우리 팀 동료 최지만에게 들으니 지금은 NC 다이노스에서 타자로 전향했다고 하더라. (휴대전화기를 꺼내더니) 봐라, 여기 나성범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다. 나성범과 함께 한 추억도 항상 기억하고 있다. (웃으며) 그가 연세대 출신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나성범이 미국에 오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으면 좋겠다.”

-끝으로 한국 야구팬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시애틀 매리너스를 사랑해 주는 한국 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올 시즌 우리 팀이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 (웃으며) 매리너스 파이팅(Go Mariners)!”

로스앤젤레스=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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