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캡틴 구+손박쌍용’…‘양박쌍용’보다 세다

입력 2014-03-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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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 스포츠동아DB

■ 박주영 부활 그리스전 가장 큰 성과는?

구자철 공격형MF 펄펄…공수 연결 제역할
‘손박쌍용’호흡…역대 최강 공격조합 가능성


“박주영 말고도 많은 선수들이 어느 때보다 좋은 활약을 해줬다.”

그리스와 평가전(2-0 승)을 마치고 7일 귀국한 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이렇게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박주영(왓포드)이 드라마틱한 결승골을 터뜨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홍 감독에게 더 고무적이었던 것은 출범 후 가장 짜임새 있었던 대표팀의 공격력이었다.


● 캡틴 구

가장 돋보인 선수는 주장 구자철(마인츠)이었다. 구자철은 박주영 아래에 위치한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후반 9분 킬 패스로 손흥민(레버쿠젠)의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축구 전문 분석업체 비주얼스포츠에 따르면 구자철은 후반 84분 이근호(상주상무)와 교체되기 전까지 35개의 패스를 뿌렸다. 성공률은 85.7%. 한국 공격수 중 가장 많은 패스를 배달했다. 패스 차단(2개), 그라운드 경합(3회), 공중 볼 경합(5회) 등 모든 부문에서 활발했다.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구자철이 대표팀에서도 확실한 자기 색깔을 찾았다는 게 큰 소득이다. 사실 작년만 해도 홍 감독은 구자철의 위치 때문에 고민이었다. 홍 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세우길 원했고 또 그렇게 활용했다. 하지만 당시 구자철은 소속팀 볼프스부르크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었다. 소속팀과 대표팀 포지션이 달라 애를 먹었다.

구자철은 겨울 이적시장 때 공격적인 임무를 맡을 수 있는 마인츠로 옮겼다. 신의 한수였다. 그는 마인츠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적응을 마쳤고, 대표팀에 와서도 펄펄 날았다.


● 손박쌍용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그리스전에 대해 “공격진이 역대 최강이다. 조합이 좋다. 우리 때만해도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나서면 앞이 안 보였다. 하지만 지금 선수들은 경험이 많고 기술, 전술 이해도가 높다.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고 확신했다.

의미 있는 분석이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 때 대표팀의 주축은 ‘양박’(박지성, 박주영)-‘쌍용’(이청용, 기성용)이었다. 박지성만 빠졌다. 얼마 전 홍 감독이 박지성을 만나 대표팀 복귀는 없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

박주영은 홍 감독 부임 후 처음 부름을 받았는데 쌍용과 시너지는 여전했다. 마치 그동안 계속 호흡을 맞춰왔던 것처럼 착착 맞아 들어갔다. 홍 감독도 “박주영은 우리 팀이 어떤 전술을 쓰는지 또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잘 안다. 오랜만에 합류했지만 공백은 전혀 없었다”고 평했다. 박주영과 쌍용은 경험도 풍부하다. 박주영은 이미 두 번이나 월드컵 무대(2006, 2010)를 밟았다. 쌍용도 4년 전 남아공월드컵 16강 주역이다. 이들은 브라질월드컵에서 더욱 완숙한 기량미를 뽐낼 것으로 보인다.

박지성의 자리에는 손흥민이 있다. 손흥민은 폭발적인 스피드와 날카로운 슛 감각을 지녔다. 박지성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윙어다. 손흥민의 가세로 공격력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물론 손흥민은 월드컵에서 뛴 적이 없는 초짜다. 하지만 그는 분데스리가 최고 명문 레버쿠젠의 주축 공격수다. 어느 팀을 만나도 겁내지 않을 정도로 당돌하다. 경험 있는 동료들이 옆에서 도와주면 대형사고를 칠 수 있는 기대주다.

홍명보호는 그리스전을 통해 ‘캡틴 구’+‘손박쌍용’의 가능성을 봤다. 잘 다듬으면 4년 전 ‘양박쌍용’보다 훨씬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합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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