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권희동. 스포츠동아DB
NC 권희동(24)은 2013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84순위로 지명된 무명의 선수였지만 데뷔 첫 해 15홈런을 터트리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 후 국가대표 외야수 이종욱이 프리에이전트(FA)로 입단하면서 갑자기 설 자리를 잃었다. 당연히 풀이 죽어있을 것 같지만, 그라운드에선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고 덕아웃에선 큰 소리로 동료들을 격려하고 있다.
우천으로 결국 노게임이 된 12일 시범경기 마산 LG전에 앞서 권희동은 “이제 1등 백업이 목표다”며 웃었다. 김종호∼나성범∼이종욱으로 이어지는 외야진용이 워낙 막강해 더 이상 주전은 아니지만, 백업으로서 제 몫을 다하겠다는 다짐이었다. 이어 “국가대표팀에서도 백업을 잘 할 자신이 있다”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팀에서도 주전이 아닌데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대표팀 선발을 노리다니…. 스스로도 “내가 갑자기 미쳐서 홈런 30개를 치고, 그러지 않는 이상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히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듯이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국가대표가 꿈이었다. 딱 한 경기도 아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딱 한 타석이라도 서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평소 권희동에 대해 “성실히 훈련하고 팀을 위해 헌신할 줄 아는 선수다. 타격에서도 분명 지금보다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높게 평가해왔다. 더욱이 권희동은 갈수록 귀해지고 있는 오른손 거포 외야수다. ‘1등 백업’이라는 소박하지만 속 깊은 목표를 먼저 이루고 나면, 충분히 더 큰 꿈에도 도전해볼 수 있다. 이날 경기가 2회 노게임으로 선언되는 바람에 대타 기회도 잡지 못했지만, 그는 비를 맞고 뛰는 동료들을 목청껏 응원했다.
창원|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