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배기종, 5년만의 친정 복귀무대 2골…“이름 불릴 때 뭉클했다”

입력 2014-03-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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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수원 유니폼을 입은 배기종은 상주와 정규리그 2라운드 홈경기에서 2골을 몰아치며 화려한 복귀 신고를 했다. 수원|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수원삼성 배기종

16일 상주전 2만여 홈 팬 앞에서 컴백쇼
서정원 감독 측면 공격력 강화 전략 탄력

“다른 팀서 뛸 때도 수원 경기장 가끔 찾아
젊어진 수원 경쟁 치열…도움 10개 목표”


“너무 뭉클했죠. ‘아, 내가 다시 이곳에 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완벽한 복귀 신고였다. 배기종(31·수원 삼성)은 16일 상주상무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2라운드 홈경기에서 두 골을 몰아쳤다. 후반 27분 첫 골을 뽑았고, 수원이 1-2로 뒤진 후반 49분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다.

배기종이 수원 유니폼을 입고 골 맛을 본 건 2009년 9월 강원FC전이 마지막이다. 아쉬움이 남는 무승부였지만 5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배기종의 활약에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찾은 2만2000여 홈 팬들은 마음껏 열광할 수 있었다.

사흘이 지난 19일,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도 당시의 기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골을 넣은 쾌감보다는 후반 16분 교체 투입을 위해 터치라인에 섰던 순간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장내 아나운서와 서포터스가 제 이름을 불러줄 때는 정말 뭉클했어요. 뭔가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게 이뤄졌으니…. 결과가 찝찝해 많은 축하는 받지 못했는데, 다가올 주말 포항 스틸러스 원정에서 또 골을 넣고 확실히 축하 받고 싶어요.”

2006년 대전 시티즌에 연습생으로 입단한 배기종은 그해 7골3도움의 활약으로 수원으로 이적,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시즌 간 52경기 7골6도움을 올렸다. 이후 2010년부터 2년 간 제주에서 뛰다 경찰축구단을 거쳐 올해 초 수원으로 돌아왔다.


● 배기종, 내 이름을 기억하라!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다.


“킥오프를 앞두고 무조건 투입될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기다렸다. 전문 골게터는 아니지만 기회가 오면 슛을 하겠다는 생각을 애초에 하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익숙한 그라운드에서, 또 익숙한 팬들 앞에서 골을 터뜨렸다는 게 엄청나게 의미가 컸다.”


-자신이 ‘수원 맨’이라는 실감이 났나?

“솔직히 너무 떨렸다.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했다. 옛 생각이 났다. 수원에 있었을 때의 그 느낌이 찾아왔다. 처음이 가장 어렵다는데, 나쁘지 않은 올 시즌 출발이었다고 본다. 완전히 자신감을 찾았다. 물론 감각도 찾았고.”


-슛은 의도한 건가.

“동료가 패스한 볼이 바로 내 앞에 떨어졌다. 그런 장면은 흔치 않다. 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다행히 발에 탁 걸리는 느낌이 들더라.”


-동료들과 코칭스태프의 축하도 많이 받았을 텐데.

“(웃음) 별로 받진 못했다. 아무래도 우리가 이기지 못했으니까. 팬들은 ‘축하한다’ ‘고맙다’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셨다. 포항전에서는 더욱 큰 축하를 받고 싶다.”

상주전을 앞두고 수원 서정원 감독은 취재진에게 배기종에 대한 각별한 기대감을 전했다. 팀 화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선 측면, 특히 배기종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했다.

2-2 무승부라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듯 경기 후 굳은 표정으로 인터뷰 룸에 입장한 서 감독이지만 ‘배기종’이 언급되자 슬며시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 달라진 수원, 발전한 배기종

-수원의 이적 제안은 언제 받았나.


“올 1월 초 전 소속 팀 제주 유나이티드가 갓 동계훈련에 돌입했을 무렵이었다. 비록 주축은 아니었어도 수원에서 우승도 경험했고, 좋은 추억이 많았다. 물론 2대2 트레이드로 뜻하지 않게 떠날 때는 서운함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니 잊혀지더라. 누구든 이적 제안이 많다면 좋을 거다. 난 수원이 불러줬기에 더 의미가 컸고.”


-수원을 떠난 뒤에도 애정이 많았다던데.

“제주에 있을 때도,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때도 간혹 경기장을 찾았다. 내 친정이 아닌가.”


-떠난 5년 간 수원도 많이 바뀌었다.

“확실히 젊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재능 있고 미래가 더 기대되는 동료들이 많다. 경쟁도 훨씬 치열해진 것 같다.”

서 감독은 배기종에게 주로 오른쪽 측면 역할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 후배 서정진과 선의의 경쟁 관계다. 제주에서는 좌우 날개를 두루 소화했다. 용기도 줬다. 서 감독은 “나이가 많은 게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 전성기가 될 수 있다”며 격려했다.


-코칭스태프가 원하는 바가 뭔가.

“빠르고 과감한 돌파와 정확한 크로스다. 안쪽을 파고들기보다 측면을 잘 활용해 크로스를 연결해달라고 말씀하신다. 윙 포워드는 기동력이 있어야 한다. 나이가 많아 페이스가 떨어졌다는 평가는 받고 싶지 않다. 크로스에 의한 어시스트 10개가 올해 목표다.”


-수원이 포항 원정에서는 항상 약했다.

“아무래도 의식은 하게 된다. 그런데 포항이 개막 후 2연패다. 우리에게 분풀이하려 하겠지만 수원이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거다. 제대로 붙어보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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